Dark Ride of the Glasmoon

glasmoon.egloos.com

포토로그



로스트 인 더스트, 웰컴 투 헬 USA by glasmoon


매마른 들판에 번진 불이 검은 연기 구름을 만들어내고
녹슨 간판과 새끈한 대출 광고가 어깨를 맞대고 있는 텍사스의 황량한 시골 마을.
총을 들고 뛰어든 어설픈 은행 강도는 구멍 가게를 털듯 서랍의 소액권만을 챙겨 떠나고
은퇴를 앞둔 레인저는 본능적으로 이 사건이 그의 마지막 현장이 되리라는걸 느낀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달릴 수밖에 없는 형제, 평생을 바친 일에서 유종의 미를 바라는 형사.
그들의 궤적이 차츰 겹쳐지기 시작하는데...


단순한 플롯에 비하면 생각보다 많은 인물들이 출연하고 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하워드 형제도, 레인저 해밀턴도 아닌 텍사스 그 자체이다.
성장의 방향이 달랐을 뿐 형제도 형사도 거칠지만 노련한 텍사스의 카우보이이며
그들을 키운 것은 수 십년째 스테이크만을 서빙한 할머니나 총질에 꿈쩍 없는 할아버지들일 터.
그러나 그들의 터전은 외부 자본의 거침없는 식성 앞에서 녹슬어 먼지가 되어가고
마지막 남은 가족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텍사스 사내들이 텍사스에서 고생하다가 텍사스 사람들과 레인저에게 쫒기는 이야기.
하지만 과연 이것이 보수적이고 노회한 텍사스 안에 국한된 문제일까.

제프 브리지스야 두말 할 필요가 없고, 곱상한 줄로만 알았던 크리스 파인은 배우가 되었으며,
엄청난 증량에 잠시 알아보지 못했던 벤 포스터는 역시 위태로운 캐릭터에 적역임을 증명했다.
좋은 각본에 그들이 놀게끔 무대를 만든 데이빗 맥킨지의 연출도 훌륭.

그리고 현실의 그들, 세계화와 월스트리트에 넌더리를 내던 그들은 어제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가장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USA,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덧글

  • 두드리자 2016/11/10 21:32 # 삭제 답글

    지옥까지 앞으로 한 발자국이군요. 트럼프는 과연 우리를 거기에 밀어넣을까요? (밀지 마! 트럼프! 밀지 마!)
  • glasmoon 2016/11/11 11:30 #

    그리고 뒤에서 씨익 웃고 있는 트 모씨.
  • 노이에건담 2016/11/11 01:00 # 답글

    누가 그러더군요. 2016년이 병신년이라서 병신같은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고요....(에효)
  • glasmoon 2016/11/11 11:30 #

    그때는 올해의 병신력이 이렇게까지나 창렬할지 아무도 몰랐지 말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