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전쟁이 끝을 모르고 치닫던 시대, 수많은 첩자와 이중첩자 변절자가 활동하던 시대,
그래서 그 누구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완전히 믿을 수 없던 시대.
조직 수뇌부에 스파이가 있다고 의심하는 영국 정보부(MI6) 수장 컨트롤은
관련 정보를 아는 인물을 망명시키기 위해 현장 요원을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파견한다.
그러나 망명은 함정이었고 요원은 사살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하는데...

같은 해 개봉했던 "스카이폴"과 이 "팅커 테일러..." 중 하나를 고르라 한다면 매우 곤란하겠으나
익숙한 캐릭터와 장치들을 복고적으로 조율한 "스카이폴"이 장르적 쾌감의 극치라 한다면
총질이나 액션 없이 상황과 대사만으로 숨을 조이는 "팅커 테일러..."는 눈뜨고 코베이는 격이었다.
화면에 스쳐지나가는 단서들을 캐치해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유추해야하는 스릴러 영화라니!

게다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후덜덜한 캐스팅을 자랑했으니, 원톱 게리 올드만을 비롯하여
홍보된 것은 비교적 젊고 알려진 콜린 퍼스, 톰 하디,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이었으나

상대적으로 짧은 출연 시간에도 관객들의 심리를 휘저어 놓은 것은 이 방의 인물들.
다비드 덴칙, 토비 존스, 시아란 힌즈, 그리고 이 모두를 통제하는 중앙의 컨트롤.
초반의 이른 퇴장에도 불구하고 올드만의 뒤에서 그의 눈길을 느낀 이가 나 뿐만은 아니리.

존 허트 경, Sir John Hurt,
감옥의 장기수("미드나잇 익스프레스")와 전설적 괴물의 첫 희생자("에일리언")로 시작하여
꼬리칸의 성자("설국열차")와 지난주에 만난 인자한 성직자("재키")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시선 너머의 무엇을 보여주었던 그가 지난 27일 세상을 뜨니
유난히 부고가 많았던 2016년의 꼬리가 음력 말일까지 이어질 줄 상상이나 했으랴.
눈꺼풀을 뚫는 듯한 눈빛과 맑고 자유로운 미소를 언제까지나 기억하리라.
덧글
냉전시대의 차가운 분위기를 미장센으로 끌고 가는것도 좋았네요.
개인적으론 개리 올드먼의 카를라 회상 장면이 좋았습니다.
카를라 회상 장면은 하아... 정말 올드만의 인생 연기가 아니었을지. -ㅁ-b
말 그대로 더없이 어울리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건만.
후속편 스마일리의 사람들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원작을 읽고서 영화를 봤는데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내 모습에 절망했던 기억이 납니다^^;;;-의외로 번역은 오래전에 되어 있었습니다. 하여간 동서 미스테리 북스 이 인간들이 그 시절에 대단한 작업을 하긴 했지요. 요즘 책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이게 뭐야! 로 보이겠지만^^;;;
다시 사서 볼까봐요--;;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뭐 지금도 그 못지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