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쉬었군요. 한겨울의 성당 여행, 가까이 있는 서울 혜화동성당입니다.

언제나처럼 이름대로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의 동쪽에 위치합니다.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가톨릭 신학대학)과 가톨릭재단 산하 동성중고등학교 사이에 있죠.
그리고 어릴적 제가 세례를 받은 곳이자 저의 본당이기도 했습니다.

대로변에 있다보니 아직도 드물지않게 앞을 지나가게 되는데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정확히 8년만이네요. 오늘은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8주기입니다.

혜화동 본당은 약현 본당(1892, 현 중림동 약현성당), 종현 본당(1898, 현 명동 성당)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1927)로 세워진 본당이니 올해로 90년이 되었네요.
현재의 성당 건물은 건축가 이희태의 설계로 1955년 준공되었는데
고딕 양식을 유지하던 한국 성당 건축에서 모던한 근대 건축을 시도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넓은 계단 위로 전면 상단에는 최후의 심판, 종탑에는 주보성인인 성 베네딕도 부조가 있습니다.

냉담이 오래인지라 8년 전에도 밖에서 기도드렸기에, 본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근 20년 만.
제가 기억하는 모습에서 거의 달라지지 않았네요.

성당 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청동 십자고상과 조화를 이루는 청록색 제대 벽면일 것입니다.
양쪽 모두 바깥 전면의 부조상과 함께 김세중 교수의 작품.
오른쪽으로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문학진 교수의 '103위 순교 성인화'가 걸려있습니다.
그 아래 불이 켜진 함에는 순교 성인 네 분의 유해 일부가 모셔져 있군요.

어두워 찍을 수 없으므로 가톨릭 정보 페이지의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천주교 신자라면 다들 한 번쯤은 보셨을 '103위 순교 성인화' 입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유명할 성화로, 전국 여러 성당에 걸려있는 그것들의 진품이 여기에 있지요.
1976년 당시 주임이었던 박희봉 이시도르 신부가 문학진 교수에게 의뢰하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도봉산 배경 속 103위 복자(당시)의 모습을 한국적인 색채로 그려내었습니다.
이 그림은 1977년 완성되어 김수환 추기경에 의해 축성되었고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때 103위 모두 시성되면서 그림의 이름도 '순교 복자화'에서 '순교 성인화'로 승격(?)되었죠.
제작 당시 초안에는 전통을 좇아 한국인 신부(김대건)와 외국인 신부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는데
'주체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에 따라 김대건 신부가 중앙으로 오게 되었다는 사연이 있습니다.

한국 모던 성당의 시초가 되는만큼 스테인드 글라스의 그림도 모던한 분위기를 가집니다.
이는 이남규 교수의 작품.

어릴때는 그저 당연스레 다녔을 뿐, 이렇게 유서 깊고 작품들로 가득한 곳인 줄은 몰랐지요.
지금 보아도 전면은 50년대 건물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기도 하구요.
이 사진 바깥 아래쪽에 최종태 교수의 성모상이 있는데 사진이 빠졌네요;

옆으로 돌아가면 오래된 학교와 같은, 건물의 오랜 연륜이 드러납니다.
10년 뒤엔 본당 백주년 기념식을 하려...나?

하늘을 맑게 해주신 추기경님 덕에 사진 몇 장 담아본 혜화동 성당이었습니다.
좋은 곳에서 잘 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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