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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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와 네 인생의 이야기 by glasmoon



예약 음반과 묶이는 바람에 뒤늦게 받아본,
"컨택트"의 원작으로 한창 팔려나가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입니다.
출판사가 엘리로 바뀌어서 뭐지 싶었는데 역자는 행복한책읽기 판과 같은 김상훈 씨네요.
아시다시피 작가의 90년대 중단편을 묶었고, 원제에서 보듯 '네 인생의 이야기'가 중심이며,
저로서도 그것이 가장 궁금하기에 다른 것들을 제치고 먼저 읽었습니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에 대해서는 저도 먼저 들은 바 있지만 나름 요약해보면,
1. 도착한 외계인의 숫자가 명료하지 않다. 직접 내려오지 않고 화상 통신(?)으로 소통한다.
2. 딸이 죽게 되는 원인과 시점이 다르다. 따라서 남자와 헤어지는 이유도 다를 걸로 여겨진다.
3. 언어를 포기하고 문자만 해독한 영화와 달리 외계인의 언어와 문자 양쪽으로 접근한다.
4. 해독 작업에서 남자가 맡은 물리학 분야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5. 중국 및 러시아 등에 의한 위기 조성이나 그 해결을 위한 시간 여행(?) 같은건 일절 없다.
6. 따라서 큰 위기나 이유 없이 외계인이 갑자기 떠난다. 온 목적도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일단 제작진과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원작 자체가 독백에 가까운 매우 잔잔한 내용이기에
상업 영화에 필수적인 클라이막스를 위해 5와 6을 만들어 넣었다 치고,
한정된 시간에서 중요한 요소에 집중하기 위해 난해한 개념인 3과 4를 쳐낸 것은 알겠는데,
그러한 것들과 2가 겹쳐 원작과 영화가 서로 상당히 결이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영화 감상 포스트에서 한 번 언급했던 대로, 당시 저에게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은
비선형적 언어를 통한 공시성의 획득이 어째서 선형적 결정론으로 바뀌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상의 이야기지만 원작이든 소설이든 주인공이 외계인 문자의 체화를 통해
시간의 차원을 기존 인류와 다른 비선형적 방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현재를 바꾸면 미래도 바뀐다는 식의 인과율은 선형적 개념의 전형이죠.
그러니까 테드 창의 본래 이야기는 선택이라던가 운명이라던가 하는걸 뛰어넘은 것이었는데
드니 빌뇌브의 영화에서는 그것을 (묘사는 다르지만) 평범한 타임 리프물로 끌어내린 셈.

물론 제한된 시간의 영상물에서 그걸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참 난감하기도 하겠고
그런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영화화 불가능한 이야기로 떠돌아 다녔던걸 감안하면
그래도 상업 영화로서 양호한 수준으로 마무리지었다 할 수 있겠죠.
다만 저처럼 영화의 묘사에 의문이 생기거나 논리적인 비약이 심하다고 느낀 분은
원작을 찾아보신다면 상당 부분 해소하실 수 있겠습니다. ^^


그리고 천 년의 여행기가 도착했습니다.
테드 창의 나머지 단편들부터 마저 읽어야 할텐데 음음;;;


컨택트 - ARRIVAL

핑백

  • Dark Ride of the Glasmoon : 오는 이 가는 이 2018-04-12 09:14:16 #

    ... 사운드트랙을 찾았던 것에 비하면 무척이나 늦어버린 셈인데 요즘 소니에서 극소량만 가져오는지 한정판이고 일반판이고 앗 하는 사이에 사라지고 없더라구요. 영화 작품 및 원작과의 비교에 대한 이야기는 개봉 당시 여러분과 함께 짤막하게 나눈 바 있는데 그때 제가 가졌던 '시간의 공시성'이라는 개념 및 그것이 영화화되면서 변질되지 않았는가 하 ... more

덧글

  • 보노보노 2017/02/24 19:55 # 삭제 답글

    사실... 소설 내용을 잘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추측으론 시제가 잘 발달된 영어에서는 선후관계를 불분명하게 서술하는게 뭔가 있어보이는게 아닐까 싶구요. 인과율에 종속적이지 않은 의식체계라는 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그들의 문자를 배웠다고 어떤 능력을 얻게 될까요?
  • glasmoon 2017/02/24 20:12 #

    이야기의 기본 전제니까 그러려니 하곤 있지만 어떤 언어 체계를 체화했다고 해서 초능력에 가까운(영화상의 묘사로는) 진화를 얻는다는건 아무래도 좀 많이 나갔지 싶죠?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지않은 유아라면 또 모를까.
    저로서는 시간 개념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은 흔히 말해 4차원(공간에 시간을 더한)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3차원과 인과율에 얽매인 사고 체계에서는 그저 상상할 뿐이겠죠. ^^;
  • 노타입 2017/02/25 09:09 # 답글

    외계 언어를 통해 시간을 초월한 인지능력을 가진것과, 저 영화나 소설의 세계관이 결정론적 세계란것과는 별개이지 않을까요? 기차를 타고 가던 사람이 드론을 날려 기차길을 내다볼수 있게됐지만 어째튼 정해진 길을 가고 있더라는걸 알게되는것 정도. 물론 앞으로 일어날 비극을 피하는 선택이 가능했지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전히 기계적인 결정론적 세계같지도 않습니다만. 아무튼 전 아직 책을 안봐서, 한번 보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glasmoon 2017/02/25 11:38 #

    오오 철로와 드론의 비유가 아주 적절합니다. 원작 속의 묘사와 아주 흡사하네요. -ㅁ-b
    전에 보지 못한 개념이다보니 제 용어 선택이 적절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일반적인 인과율적 결정론이 시간 순서대로 차곡차곡 흘러간다면 작품에서 얘기하는건 마치 여러 시간대를 동시에 경험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분명 자유 의지에 의한 선택이지만 그걸 되돌린다던가 하는 여지는 두고 있지 않죠. 결과(?)만 놓고 본다면 넓은 범위의 결정론에 들어갈 수도 있을텐데 시간 개념이 아예 다르다보니;; 그런 면에서 미래를 바꿀 여지를 암시한다던가 실제로 시간여행(?) 비슷한걸 실행하는 영화상의 묘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 2017/03/03 02: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3/03 20: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영원제타 2017/03/03 22:22 # 답글

    스페이스 오딧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탐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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