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의 성당 여행, 이번에는 모처럼 고풍스러운 안성성당입니다.

안성 시내 구포동에 위치한 이 성당은 1900년에 세워진 유서깊은 본당으로
1970년 대천동 본당이 분리되면서 한동안 구포동 성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00년 본당 100주년을 맞아 안성 성당으로 복원되었습니다.

아무튼 100년 이상의 역사는 경기권에서도 드문 편이죠.
계보(?)로 보면 서울에서 갈라져 내려간게 아니라 충청(공세리 본당)에서 갈라져 올라온 셈.

그리고 본당의 역사와 함께한 분이 초대 주임이었던 공베르 신부입니다.
부임하여 관할인 안성, 평택, 천안 등지를 돌보는 한편 학교를 세우고 수녀회를 초빙하였으며
3.1 운동 당시 사람들을 피신시켜 보호하고 소작 농민들을 돕는 등 활발히 활동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꾸준히 기금을 모아 1922년 새 성당의 건립을 시작하였으니...

그렇게 세워진 것이 이 안성 성당입니다.
건립 당시에는 양식이 약간 섞인 한식 성당이었는데, 다시 세월이 흘러 1955년 한국전쟁 후
고딕식 벽돌 종탑을 세워 붙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동서 융합의 예는 익산의 나바위성당에서도 보았던 바 있군요.

나바위 성당에 비하면 신축으로나 증축으로나 한 세대 후배가 되는만큼 보다 정갈한 모습인데,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고딕 양식 벽돌 종탑을 열고 들어가면...

매우 근사한 목조의 내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성당 내부가 흰 칠로 덮이지 않고 나무 본래의 색이 드러나있는 것도 드문 경험인데다
2층 구성에 난간이 조성된 것은 처음 접하다보니 매우 이색적이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정면의 제대가 큰 십자고상 대신 성화들로 장식된 것도 특이하죠?

또 성당 주위를 빙 둘러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받침격인 석상 위에 브론즈로 얹힌 성상이 성당 건물과 어울려 기막힌 그림을 만듭니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날이 더 따뜻해지고 잎이 무성해지면 더욱 보기 좋겠군요.

이 아름다운 성당 한켠으로 보이는 콘크리트의 벽채와 파란 십자가는...

100주년을 맞아 건립된 기념 성당입니다.
설계한 윤성호 씨는 옛 성당 모습을 살리기 위해 전혀 다른 노출 콘크리트 벽채를 사용했다고.
앞에 놓인 대형 철제 '미래의 십자가'는 200주년을 준비하는 뜻이 담겼다 하네요.

기념 성당의 내부는 천장의 높이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건물 자체는 정방형이니 윗층에서 좌우 공간을 쓰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네요.
하여간 이러한 결과 를 달리하여 빛이 위와 양 옆까지 총 세 방향에서 들어오게 되는데...

입구 위에 난 세 개의 창과 함께 삼위일체를 뜻하는 것이겠죠.
100년의 시간을 넘어 고전과 모던의 공존이라니 재미있습니다.

신구 성당 사이에 자리한 붉은 구조물은 역시 100주년을 기념하는 로고스 탑.
동양과 서양, 근대와 현대가 한 자리에 모인 특색있고 아름다운 성당이었습니다.

참, 처음에 주차장을 못찾아서 다른 입구로 들어갔다가 사진 한 장 건졌네요.
줄무늬를 다시 그려넣기 전이라 탱크가 좀 허전해 보이는게 아쉽네~
성당 여행; 익산 나바위성당
성당 여행; 아산 공세리성당
덧글
하기사 장거리 박투어는 고사하고 500킬로대 투어도 언제 갔는지 기억이 없으니...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