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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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더 쉘 2017 by glasmoon


장구한 세월동안 표류했던 "공각기동대"의 할리우드 실사화가 드디어 개봉했다.
예고편을 보고 기대는 진작에 접었으나 일단 팬을 자처하고 있으니 보지 않을순 없지.
이하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부득이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하시라.


개봉 전 여러 매체를 통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공각의 여러 버전 중
원작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노골적으로 따라한 장면이 지나치게 많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공각의 상징이 되어버린 광학 미채 다이브야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섭섭하겠지만
오프닝의 의체 제조 과정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의 대 전차 전투와 헬기 저격에 이르기까지
팬이라면 누구나 알아볼만한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그 사이사이의 나머지 장면과
일부 캐릭터들은 카미야마 켄지의 "SAC" 시리즈에서 따온 것들이 보충/보완한다.
그것도 그냥 따온게 아니라 배경이나 구도, 카메라 워크까지 그냥 복붙한 수준.
그 외 차량이나 광고로 도배된 도시 등은 고전 중의 고전 블레이드 러너의 맛이랄까.

이런 고로, 이야기의 뼈대 역시 오시이의 극장판을 큰 축으로 따르면서
카미야마의 SAC의 캐릭터와 일부 요소를 첨가하여 적당히 주무른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마도 공각의 기존 세계를 알지 못하는 초심자들을 배려한다고 한 것이겠지만
그러한 노력(?)의 결과 공각만의 색채는 잃어버린 채 흔한 B급 SF로 다시 태어났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령의 위치가 최초의 전신의체 시술자로 바뀐 부분인데 그 결과
의체 구사 및 전뇌전의 전문가에서 사이보그 전사(...)로 전환되는데 크게 기여했거니와
종국적으로 이야기를 과거 잃은 사이보그의 진실된 자아 찾기로 이끈다.
여보시오, 폴 버호벤의 "로보캅"이 30년 전 물건이라고 이 양반들아!!

그러므로 강인하고 쿨하셨던 누님은 고민하면서 몸빵으로 때웠다 고쳤다를 반복하시고
(개봉 전 말 많았던 화이트 워싱에 대해서라면 나름 그럴듯한 변명을 만들어두긴 했다)
극장판의 인형사와 결합된 SAC 출신 쿠제는 말더듬이 병맛 복수귀가 되었으며
바토와 토구사는 대사 있는 부하 1과 2, 나머지 멤버들은 대사 없는 부하 기타등등.
아, 9과 전체를 통틀어 과장님 짱짱맨!
역시 최강캐는 허여멀건한 요한슨 따위가 아니라 기타노 다케시였어! 게다가 리볼버라니!!

폭풍과 같은 상영이 끝나고 엔딩 테마가 시작될 때 뿜은 사람이 나만은 아니겠지.
공각기동대의 묘미는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다양하게 변주 또는 재해석하는데 있다 할때
본작에서 루퍼트 샌더스의 독창성을 찾는 것은 안드로이드에서 고스트를 찾는 것과 같다.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딱 돈들인 만큼 뽑아낸 것도 같지만,
원작의 팬들은 심드렁할테고 팬이 아닌 이들은 철지난 "매트릭스"의 아류작으로 볼지도.
아시아의 원작과 캐릭터를 가져와 묘한 결과물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또 원작의 겉모습만은 기막히게 복제했다는 점에서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와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 사이의 어디쯤에 있다 하겠다.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는 각자 판단하시라.


공각기동대, 팔자도 걱정

덧글

  • 동사서독 2017/03/29 21:11 # 답글

    김지운 감독이 강동원 주연으로 인랑 극장판을 만든다던데 그것도 슬슬 걱정이 되는군요. ^^
  • glasmoon 2017/03/30 05:08 #

    김지운 감독이라면 원작 이해못하거나 카피 페이스트하진 않을테니 이것보단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 tarepapa 2017/03/29 21:30 # 답글

    예고편에서 소령이 입고 나오는 의상이나 몇몇 장면에서 이것저것 원작과 파생작에 나온걸 많이 집어넣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나보군요.
  • glasmoon 2017/03/30 05:12 #

    극장판의 주요 장면을 실사화 헸다능! 이라고 온몸으로 외치네요.
  • エー5 2017/03/29 21:35 # 답글

    원작에선 찾아볼수없는 공권력과 사기업간의 기묘한 관계도 로보캅에서 가져온것같더군요.. 로보캅은 컬트명작이기라도 하지 이건 뭐..
  • glasmoon 2017/03/30 05:19 #

    일개? 기업이 9과의 존속 운운하다니; 소령의 대전차전을 로보캅-ED209로 치환한걸 보면 어떤 의미로 대단합니다?
  • 자유로운 2017/03/29 22:52 # 답글

    흔한 B급 SF라는 표현이 좀 슬프네요.
  • glasmoon 2017/03/30 05:22 #

    슬프지만, 공각을 미래학과 철학의 영역에서 양산형 SF로 끌어내린게 사실입니다.
  • 노이에건담 2017/03/30 01:09 # 답글

    또 하나의 이온플럭스로군요.
  • glasmoon 2017/03/30 05:24 #

    정말 속빈 강정이었던 그것보단 낫지 않을까 생각하...려고 보니 딱히 더 나은게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작 시기와 투입 자본에 따른 때깔의 차이를 빼면.
  • 보노보노 2017/03/30 09:40 # 삭제 답글

    총몽이나 베르세르크가 실사화 된다면....
    어째든 그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glasmoon 2017/03/30 17:53 #

    그러고보니 총몽의 실사화는 공각만큼이나 오래 묵은 걸텐데, 죽기전에 보려나 모르겠네요~
  • 포스21 2017/03/30 10:47 # 답글

    일단 원작 만화를 안봐서 뭐라하긴 힘드네요. 몇달후에나 시간이 나니 , 그때즘 코믹스 오리지날 부터 조금 씩 챙겨 볼 생각? 이긴 한데...
  • glasmoon 2017/03/30 17:55 #

    생각보다 양이 많지는 않으니 짬날때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원작은 총 3권, 오시이의 극장판 2편, SAC 두 시리즈, ARISE는 패스해도 무방하니... 음 적은 양도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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