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먼지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요 며칠은 기적적으로 날씨가 좋았죠?
이런 좋은 날에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벌받는 법. 냅다 구월호의 시동을 걸고 출발!
이번에는 청주의 내덕동 주교좌 성당...을 핑계삼은 청주 무심천 꽃놀이입니다. ^^

충청북도 도청소재지인 청주 시내 중심부에서 약간 북쪽의 내덕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청주 시내는 남북으로 무심천이 흘러가는데... 일단 성당부터 보도록 하죠.

내덕동 성당의 역사는 청주 교구를 담당했던 메리놀 외방전교회와 함께합니다.
57년 내덕동 본당이 설립되면서 제임스 파비 주교의 설계에 의한 성당 건축이 추진되었고
61년 완공되어 봉헌식을 가졌으며 62년 청주교구가 분리되면서 주교좌 성당이 되었죠.
전쟁 후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면서 한식과 양식의 조화를 꾀한 이채로운 건물입니다.

일단은 한식 지붕을 얹은 양식 건물이긴 한데...
가까이에서 보면 지붕이 첩첩이 겹친 것이 일본의 성채같기도 하고,
붉은 벽돌에 올라간 지붕을 보노라면 중국의 근대 건물같기도 한 다채로운 인상을 주죠.
정면 입구 위에 안치된 것은 주보인 성가정 상입니다.

관리가 잘 되어 매우 정갈한 내부는 일단은 삼랑식처럼 보이나 이 또한
많이 보아 익숙한 고딕 양식도 한옥 성당의 전통 양식도 아닌 절충형으로 보입니다.
기하적 패턴이 일견 모던한 인상마저 주는군요.

비교적 근래 다시 정비한 것처럼 보이는 제대 역시 보기가 쉽지 않은 양식인데
십자고상을 위해 마련된 제대나 그 뒤의 문살처럼 보이는 벽면 장식 등에서
한식 건축 요소를 반영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속 건물이나 사제관까지 모두 같은 양식으로 지어져 통일성을 갖습니다.
이런저런 출입구 등이 저마다의 처마를 가지고 튀어나와 약간은 중구난방같기도 하지만
그 위로 크고 길게 이어진 지붕이 모두 포용하는 듯.

사제관 옆으로 잔디 깔린 마당에 성모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주교좌 성당이어서 그런가 관리가 완벽한 나머지 60년이 다 되어간다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요즘같으면 크게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당시 이런 융합 양식은 쉽지 않았을텐데.

언젠가의 폭우나 태풍때 피해를 입었는지 지붕 일부는 기와 위에 방수포가 덧대어졌습니다.
조만간 완전히 보수되겠죠?

한식에도 통달한 양식 쉐프가 정갈하게 만든 한정식과도 같은 내덕동 성당이었습니다.
전에도 한번 왔으나 미사 시간과 겹쳐 불발되었다가 딱 이번에 다시 온 까닭은...

청주 무심천변에 벚꽃이 만개했기 때문이죠. ^^

해마다 이맘때면 꽃놀이를 겸해서 가긴 하지만 주말과 개화와 날씨가 맞아떨어지기도 쉽지 않은데
지난 주말은 정말 삼위일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네요.

용화사 부근으로는 차도 사람도 많이 몰렸지만 긴 무심천에 꽃이 거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니 매우 유유자적하게 꽃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직 개나리가 남아있는 곳도 있네요. 아 취한다~
다음 주에는 꽃을 따라 좀 더 위쪽으로 가고 싶은데 과연 여건이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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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주교좌 성당은 저기인데 청주교구의 교구청은 율량 교차로의 사천동성당옆에 있죠-여기가 지어진지 정말 얼마 안 된 곳입니다. 한 20년???-교구청에 빈첸시오 수녀회 분원, 사천동 성당, 그리고 공항로 건너 청주성모병원까지...진짜 청주교구의 핵심 시설들이 전부 집결한 듯한 그런 느낌이지 말임다^^.
청주교구 중흥성당도 glasmoon님의 눈길을 끌만한 곳인데 말이죠^^;;; 거긴 진짜 땅 좁은 곳에다가 아주 기막히게 지었는지라(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게 중국요리집이었거든요. 그것도 나름 한국화된 요리가 아니라 중국식-주로 광동식-으로 요리한다고 하던 곳.
근데 광동식 중화요리집이라, 그런게 없어진 것도 한편 아쉽네요^^;;
사실 청주교구 산하 성당들이 하나같이 glasmoon님 흥미를 끌만합니다-아닌가???-중흥성당만 해도 딱히 건축학적인 묘미라기보다는 진짜 고양이 낯짝만한 땅에다가 어떻게 그렇게 지었는지 신기할 따름이고, 근처의 용암동 성당은 상당히 현대적인 디자인이고, 또 주교좌 성당과 사천동성당등 무심천 우안에 위치한 성당들(용암동과 증흥성당도 우안이라면 우안...청주 통합전으로 따지자면 상당구)도 그렇지만 좌안쪽 흥덕구의 성당들도 재미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진짜 청주 성당들 구경하시려면 1박2일로 코스잡으셔야 할 듯^^.
용화사 언급하셨지만 거기서 딱 비슷한 거리에 있는 두 성당의 디자인이 참 놀랍지요. 청주 예술의전당 근처에 있는 흥덕성당은 뭔 정교회사원처럼 돔형식으로 올려놔서 진짜 눈에 딱 뜨이고, 용화사에서 거리는 비슷한데 흥덕성당이 서쪽방향이라면 남쪽 방향에 있는 사직동성당도 볼 만 합니다. (glasmoon님 눈에는 오히려 너무 평범하게 보이려나...)
중흥성당이나 용암동성당은 집 근처라서 자주 봤고, 교구청하고 사천동성당은 옛 직장 바로 앞이라서 맨날 봤고, 흥덕성당은 마침 앞에는 예술의 전당, 대각선 건너에는 흥덕사지와 청주 고인쇄 박물관, 작은 고개하나 넘어가면 청주종합운동장이라서 자주 다녔기에 또 익숙하고, 뭐 그랬습니다^^;;;.
성당 답사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청주 지역 유심히 체크하겠습니다. ^^
요즘 주보 1면을 장식하는 성당 소개보다 glasmoon님 성당여행이 더 재미있어요:-)
라이딩/드라이빙 핑계거리 치고는 기막힌걸 찾았지 싶긴 하지만요^^;;
미세먼지는 흠, 내륙이라 공기가 정체되는 지역일까요? 저 날은 내려가는동안 아침 안개가 너무 심해서
또 허탕치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아산 건너가니 말끔히 개어서 다행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