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연휴에 작정하고 장거리를 뛰는 바람에 성당 답사 분량이 꽤나 밀려버렸네요.
오늘은 그에 앞서 4월경 다녀왔던 서울의 공항동 성당입니다.

공항동 중에서도 김포공항 입구 조금 아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때만 해도 공항 주변 외엔 허허벌판이었으니 공소가 마련된 50년대엔..^^;

공소에서 성당으로 승격된 1966년 건물이 지어졌으나 일찍 노후되어 새로운 성전을 계획하니
그 때가 1975년, 설계자는 여러 공공건축으로 잘 알려진 그 정기용 씨입니다.
본디 대지가 네모 반듯하지 않은 쐐기꼴인데다 예정된 부지의 일부를 매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설계가 수 차례 변경되었으며 제한된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입구 오른편에 놓인 주보성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평화의 기도.
현 교황님께서 이름으로 쓰신 그 프란치스코 성인 맞습니다.

성당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왼편을 둥글게 말아올린 램프와 그 초입의 나무입니다.
마치 팔처럼 성당 안뜰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죠.

램프를 따라 올라가면 성전 입구의 대문과 만나게 됩니다.
사진을 비교해보니 처음 건축 당시에는 노출 콘크리트 방식에다 정면에 덧댄 판형 구조물이나
위쪽의 십자가가 없는 등 상당히 미니멀한 분위기였는데 세월과 함께 색도 외장도 꽤 변했군요.

위에서 내려다본 안뜰의 모습. 사실 썩 넓은 편은 아닌데 넓어 보이는 효과가;;

성전 안으로 들어오면 먼저 제대쪽 벽면이 크고작은 돌들로 쌓여진게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독특한 인상을 부여하는 이 돌들은 건축 당시 신도들이 가져온 것이라고.
제대 위와 옆에 마련된 색유리화가 넣어진 채광창을 통해 빛을 들여옵니다.

좌우편으로는 벽채와 기둥 밖으로 확장된 공간에 14처상이 모셔져 있구요.

공중파에 방송된 '기적의 도서관' 시리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등으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故 정기용 씨입니다만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2012년 개봉했던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통해 깊이 각인되었더랬습니다.
원래 건축물들에 관심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찾아다닐 생각을 한 것도 어찌보면 그 덕분이죠.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중에 이 성당 여행을 시작하면서도
정작 정기용 설계의 성당을 오게 되리라고는 왜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네요.

애초의 설계로부터도, 건축 당시로부터도 꽤 모습이 달라졌지만 이제는 이 또한 역사의 일부.
뜻밖의 길목에서 만난 성당 여행의 먼 기원이었습니다. ^^
성당 여행; 서울 신천동성당
성당 여행; 서울 가회동성당
성당 여행; 서울 혜화동성당
성당 여행; 서울 불광동성당
성당 여행; 서울 후암동성당
성당 여행; 서울 성북동성당
덧글
다만 그 뒤에 매달아놓은 십자가는 음 약간^^; 설계도에는 램프 위에 아치를 겸한 종탑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공항동 성당은 어느 정도 대지에다가 지었는지 모르겠는데 중흥성당은 정말...고양이 낯짝만한...
언제고 가게되면 꼭 찍어다 포스팅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