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5월, 대륙에서의 전선이 피할 수 없는 수세에 몰리자 영국은 더 이상의 파병을 중단하고
눈앞의 현실로 닥친 본토 방어전에 대비하기 위해 파견된 공군 전력을 급거 귀환시킨다.
덩케르크의 성공적인, 그러나 뼈아픈 철수 이후 대륙을 접수한 독일은 마지막 남은 영국을 향해
본토를 침공하는 '바다 사자 작전'을 입안하고 그 선봉으로 괴링의 비행기들이 날아오른다.
영국 본토 항공전, 이른바 "배틀 오브 브리튼(Battle of Britain)"의 시작이었다...

많은 이들이 같은 경로를 걸었겠지만, "로그 원"을 보고 집에가면 "새로운 희망"을 보고 싶어지듯
"덩케르크"를 보고나니 "배틀 오브 브리튼"이 생각나는게 당연지사. DVD 돌려본지도 좀 됐고.
일전에 언급했던 "지상 최대의 작전"(노르망디)이나 "도라 도라 도라"(태평양)와 마찬가지로
물량과 배우들을 쏟아붓다시피하며 영국 본토 항공전을 재현한 "배틀 오브 브리튼".
(왜 국내 개봉 제목이 "공군 대전략"이 되었는지는 먼저 붙인 일본측 관계자에게 물어봐야;;)
종전 후 20여 년이 지나 여기저기 흩어진 잔존기와 제3국에서 활동하던 개수기들이 총동원되고
007 시리즈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가이 해밀턴의 연출 아래 한가닥 한다는 배우들도 총동원되어
로렌스 올리비에(그를 그렇게 존경했던 케네스 브래너가 덩케르크에서 딱 비슷한 역할)를 필두로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플러머(젊은 시절의 그는 지금의 마이클 패스벤더와 완전 붕어빵),
꽃미남 시절의 마이클 케인과 로버트 쇼, 여전히 유쾌한 에드워드 폭스, 아직 새파란 이안 맥쉐인
등등 당시 좀 된다는 영국 미남 배우들은 빠짐없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또 죽어간다.
아무래도 다큐에 가까운 건조한 각본과 연출이다보니 실제 역사적 사건들의 맥락을 모른다면
영화를 따라가는게 쉽지 않을만큼 불친절하고, 그래서인지 흥행 성적은 신통치 못했지만
요즘도 왕왕 만들어지는 감정 과잉의 호들갑스러운 영화들보다는 그래도 대하기가 속편하며
최대한의 실기(와 일부 모형, 그리고 초보적인 아날로그 합성)가 고증을 거쳐 동원된 공중전은
이후 밀덕 항덕들의 경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 이렇게 두고두고 회자되고 재감상되며
그 이름과 필름을 길이 남기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최근 리들리 스콧 옹이 다시 만든다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던 듯한데... 글쎄 그 영감님 워낙 벌여놓은게 많아서 큰 기대는 말자.
음, 근데 이걸 다시 봤더니 또 뒤가 찜찜한 것이,
독일 본토 항공전으로 넘어가 "멤피스 벨"을 마저 봐야하나??
덩케르크 (Dunkirk, 2017)
덧글
배틀 오브 브리튼의 최고 명대사라면 역시 "다가다가다가다가~~~!!!!"
아 모스키토라니까 창렬! 아니 장렬은 못봤지만 반격에 앞서 633 폭격대부터 찍고가야 하나요?
"반복요청!"(x#)
"안뇽하세염?"
"안뇽은 무슨 얼어죽을, 안뇽이냐 이 독일 악당아! 손들엇!!"
"충고 하나 할까? ...결혼같은 거 하지마."
같은 개그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건 하나하나 명장면이고요.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 어톤먼트도 덩케르크 작전이 배경이더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