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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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도라 도라 (Tora! Tora! Tora!, 1970) by glasmoon

레드 테일스 (Red Tails, 2012)

1940년 9월 27일 베를린,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3국 동맹이 체결되었다.
이를 계기로 함대파(강경파)와 조약파(온건파)가 대립하던 일본 해군은 결국 개전으로 기울고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토는 피하지 못할 전쟁이라면 초전에 궤멸적 피해를 입힐 것을 주장,
미국 태평양 함대의 본거지인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하는 작전이 입안된다.
한편 미국 해군은 거듭되는 강화 결렬과 심상치않은 분위기, 또 이미 해독한 암호를 통해
개전이 임박한 것은 파악하였으나 그 시작은 일본에서 가까운 동남아 일대일 것으로 여겼다.
이렇게 양측에서 수없이 많은 의도와 우연, 행운과 불운이 종횡으로 얽혀들어가는 가운데
1941년 12월 7일, 나구모 제독이 이끄는 일본 기동함대에서 전투기들이 날아오른다...


서부 전선을 얼렁뚱땅 마무리하고 태평양 전선으로 옮긴 '영화로 배우는 2차대전사 시리즈(??)',
그 시작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리차드 플레이셔 외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1970년작,
"토라! 토라! 토라!(해당 작전에서 기습 성공을 뜻하는 일본 해군의 암호)" 외에 무엇이 있을 쏘냐.
미국과 일본을 따로 촬영하여 그 감독을 리처드 플레이셔와 구로사와 아키라(도중 교체)가 맡고
음악에 제리 골드스미스, 양측의 수많은 등장 인물들에 양국의 실력파 배우들이 총동원되었으며
전함 나가토와 네바다 등의 풀사이즈 세트, 등장하는 거의 모든 함선들의 미니어처가 만들어지고
당시까지 잔존하는 비행기들을 남김없이 동원하거나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여 투입하는 등
영화라기보다 초고퀄리티의 재연 다큐멘터리라고 해야하나.


전쟁 영화 사상 최대의 규모와 물량, 그리고 2시간 반에 육박하는 상영 시간에 힘입어
진주만 공습 이전의 복잡한 양국 정세와 일본군 내부의 파벌 다툼 속에 수립되는 작전으로부터
공습 당시에 발생한 믿기 어려운 사실들과 소소한 사연들, 공습 이후의 수습에 이르기까지
'이 한 편으로 진주만 공습 마스터'를 보장하는 기념비적인 영화.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투여된 2,500만 달러(현재 환산 1억 5천만 달러 이상)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뽑아내기에는 일반 관객들의 눈높이에 비해 너무나 길고 지루하였으니
전세계 밀덕과 역덕들에게는 축복이요 영화사와 관계자에게는 재앙이 되면서
"지상 최대의 작전", "공군 대전략" 등 60년대의 사실적 전쟁 대작의 사조에 의문 부호를 찍었다.
그리고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이와 함께 1977년의 "머나먼 다리"를 마지막으로
전쟁 영화를 다루는 방법을 전환하게 되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이 진 싸움을,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이 이긴 싸움을 다루었기에
딱히 유명세를 얻지도 공중파를 타지도 못하면서 급속히 잊혀져간 작품이 되었지만
이후 수많은 영화에 기록 필름처럼 인용된 장면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남으리.


덩케르크 (Dunkirk, 2017)
배틀 오브 브리튼 (Battle of Britain, 1969)
멤피스 벨 (Memphis Belle, 1990)
633 폭격대 (633 Squadron, 1964)
댐 버스터 (The Dam Busters, 1955)
레드 테일스 (Red Tail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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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무명병사 2017/08/17 21:49 # 답글

    영화가 아니라 그냥 극장판 다큐멘터리죠. 암.
    ...충무로는 이걸 보고 좀 배워야 합니다. 정말로요.
  • glasmoon 2017/08/18 20:50 #

    충무로는 이런 미친짓을 벌일 자본이 없습니다 ;ㅁ;
  • 자유로운 2017/08/17 23:19 # 답글

    정말 전설이지요. 전설.
  • glasmoon 2017/08/18 20:51 #

    전쟁영화를 통틀어 레전설이라는 단어가 이만큼 어울리는 작품도 드물죠~
  • 두드리자 2017/08/18 01:22 # 삭제 답글

    흥행이 안 되어도 어쩔 수 없죠. 관객들 입장에선 '미군이 일본군에게 지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 glasmoon 2017/08/18 20:52 #

    그래서 한참 후대의 리메이크작(?)은 미군이 이기는 사족을 붙였는데... (다음 포스팅에)
  • 노이에건담 2017/08/18 03:37 # 답글

    P-40 워호크와 제로센간의 공중전은 당시 생존자의 인터뷰를 토대로 제작되어서 거의 완벽하게 실전을 재현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 glasmoon 2017/08/18 20:54 #

    그런 면면을 보면 대체 뭘 만들고자 했던 것인지. 이젠 그런 발상 자체를 하는 사람도 없을텐데요.
  • 보노보노 2017/08/27 09:38 # 삭제 답글

    요즘 분위기로는 진주만 기습의 성공은 일본이 잘했다기 보다 미쿡이 방심했다 정도인거 같은데요.. 암튼, 일본의 실수는 초기에 우세한 상황에서 좀더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구요. 지구전으로 가면 물량갑 천조국을 이길순 없겠죠. 진주만 이후 일본이 동남 자원 공급선을 확보했다는건데.... 어차피 멀티에 늦은 상황에선... 차라리 첨 부터 더 거세게 밀어 붙였으면 어떨까 싶네요... 진주만도 2차 3차 공습을 더 했어야죠....
  • glasmoon 2017/08/29 14:59 #

    그래서 제1항공함대 사령관 나구모 주이치는 공습 당시 준비되었던 3파 공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 미드웨이 패전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역적이 되었죠. 그에 반해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하와이 추가 공습을 계속 주장했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띄워주기도 하고..^^
  • 천마 2017/08/30 09:47 # 삭제 답글

    저도 무척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전쟁영화의 걸작중 하나죠. 그런데 "공중파를 타지도 못하면서"는 무슨말씀이신지... 제가 이 영화를 처음본게 TV에서 방영한 거였고 명절이나 광복절등 TV특집영화 편성시 자주 방영한 영화중 하나인데요.^^

    그리고 이런 사실적 전쟁영화 대작은 이후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머나먼다리(1977)'가 이런 종류의 대작 전쟁물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화로 알고 있거든요. 사실 이런 60~70년대의 대작 영화들은 당시 막 대중화되기 시작한 TV와의 차별성을 내세워 극장영화만의 장점을 보여주느라 유행했던건데 제작에 들어가는 정성에 비해서 큰 이익을 내는 영화는 아니다보니 흥행에 조금만 삐끗해도 손해가 커서 만드는 입장에서는 힘들어 오래가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당시의 대작 영화들인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공군대전략이나 머나먼다리등이 지금도 계속 사랑받는 것을 보면 이런 종류의 영화가 다시 한번 유행할 수는 없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 glasmoon 2017/08/31 16:01 #

    어랏~ 공중파에서 방영 됐었나요? 아니 그러고보니 저는 무슨 근거로 공중파 방영이 없었다고 단정한 걸까요?? 이래서 어설프게 아는 척은 하질 말아야... orz 덕분에 본문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아 제가 사용한 '사실적 대작 전쟁영화'라는 표현은 이번 포스트들에서 다루는 공중전이나 해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풍의 영화(사람들과 그들의 표정, 연기를 직접 화면에 담는 육상전과 달리 연출에 제약이 심하고 제작비는 몇 배로 들어가니까요. 요즘에야 CGI의 힘으로 전부 극복할 수 있게 되었지만)를 가리키는 것이긴 했는데 예외로 꼽을 수 있는게 "지상 최대의 작전"과 함께 "머나먼 다리"도 되겠네요. ^^

    물론 말씀하신 "머나먼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아 이건 피터 오툴과 함께 인생 영화중 하나죠ㅠㅠ) 등도 매우 좋아합니다. 다시 이런식으로 제작된다면, 흠, 물론 저야 쌍수 들고 환영하겠지만 흥행이 얼마나 될런지 걱정도 되네요. 다수 관객들은 고리타분하다 할지도^^;;
  • 내일공방 2017/09/02 02:36 # 답글

    그림맛이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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