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 도라 도라 (Tora! Tora! Tora!, 1970)
일본으로부터 말 그대로 불시의 일격을 얻어맞은 직후의 미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해병대와 공수부대에 자원 입대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서부 연안의 주민들은 일본 함대가 본토까지 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영토를 방어하고 나아가 반공의 선봉에 설 태평양 함대의 재건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고
루즈벨트와 군 수뇌부는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작더라도 의미있는 한 방이 절실했다...

지금처럼 연쇄폭탄마라는 오명이 낙인찍히기 전, 몸값 상종가를 달리던 전성기의 마이클 베이가
진주만 공습의 전후 사정과 그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1년작 "진주만".
이제와서 얘기지만, 주연 배우마저 같은 3년 전의 "아마겟돈"에서 그의 실체를 간파한 이들은
이미 뒤로 빠졌어도 절대 다수의 관객들은 "더 록"의 영광에서 아직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고
그에 대해 마이클 베이는 크고 아름다운 엿을 선사하는 것으로 그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근 3시간의 상영 시간에 공습 이전의 영국 항공전, 공습 당시의 진주만, 공습 이후의 반격까지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만 셋을 다루기도 벅찬 마당에 청춘 남녀들의 베베 꼬인 삼각관계라니
(그마저 친구의 친구를~ 에다 임신 드립에다 아버지 플래그까지 그야말로 노답 핵클리셰.. 읍읍)
지금 다시보면 마이클 베이에게 가당키냐 한 각본이냐마는, 하여간 몰랐으니 용감했달까.
현대 기술로 버전업된 공습 묘사를 제외하면 여러모로 30년 전 "도라 도라 도라"의 정 반대점에
위치한 영화지만 그래도 딱 하나 의미가 있었으니 바로 스크린에 묘사된 둘리틀 특공대였다.

진주만 공습 와중에 천우신조로 항공모함들은 살아남았으나 주력 전함들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함재기의 부족한 항속 거리를 가지고 일본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함대의 위험 부담이 너무나
크다는 판단 아래 해군의 함재기 대신 육군항공대의 중폭격기를 사용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최대한 무게를 줄여 어찌어찌 항공모함 갑판에서 이함한다 해도 착함은 불가능했기에
폭격 후 그대로 뚫고나가 중국에서 비행기를 버린다(...)는 실로 천조국스러운 작전이 되었고
제임스 둘리틀 중령의 지휘 아래 최고의 폭격기 승무원들이 치열한 훈련을 거듭한 끝에
1942년 4월 18일 미해군 USS 호넷에서 16기의 B-25 미첼이 날라올랐다.

둘리틀 중령이 직접 조종한 1번기의 크루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제임스 둘리틀 본인.
일본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이었고, 앞서 발견했으나 항모의 함재기로 판단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사이 특공대는 동경에 폭탄을 쏟아붓고 대부분 무사히 빠져나가 귀환했으며
비록 전술적인 성과는 미미하나 이후 전쟁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작전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본격적으로 쇼미더머니 치트를 시전하기 시작하는데...
전쟁사에 관심 없는 관객들은 특공대가 떨어뜨린 폭탄이 45년의 리틀보이/팻맨으로 잘못 알거나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정신승리식 억지 이야기로 여기기도 할 만큼 극적인 작전이었으므로
본 작전에 집중한 적당한 각본으로 가공되어 적당한 감독이 연출했으면 범작은 되었을 것을
진주만 이야기에 사족처럼 붙이는 바람에 압축 과정에서 여기저기 다 잘려나가 결과만 남고
그 사람이 연출하는 바람에 중국 도달 후에도 총질과 폭발과 눈물어린(...) 희생이 강요된 영화.
"아마겟돈"과 "진주만"의 발연기로 한동안 쳐다보기도 싫던 벤 애플렉이 연출가로 되살아나고
상대적으로 매력이 돋보였던 조쉬 하트넷이 A급 배우 리스트에서 완전히 밀려나며
맹한 조신한 간호사였던 케이트 베킨세일이 최고의 뱀파이어 전사로 거듭나게 되었으니
할리우드의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게 맞는지도.
덩케르크 (Dunkirk, 2017)
배틀 오브 브리튼 (Battle of Britain, 1969)
멤피스 벨 (Memphis Belle, 1990)
633 폭격대 (633 Squadron, 1964)
댐 버스터 (The Dam Busters, 1955)
레드 테일스 (Red Tails, 2012)
도라 도라 도라 (Tora! Tora! Tora!, 1970)
일본으로부터 말 그대로 불시의 일격을 얻어맞은 직후의 미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해병대와 공수부대에 자원 입대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서부 연안의 주민들은 일본 함대가 본토까지 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영토를 방어하고 나아가 반공의 선봉에 설 태평양 함대의 재건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고
루즈벨트와 군 수뇌부는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작더라도 의미있는 한 방이 절실했다...

지금처럼 연쇄폭탄마라는 오명이 낙인찍히기 전, 몸값 상종가를 달리던 전성기의 마이클 베이가
진주만 공습의 전후 사정과 그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1년작 "진주만".
이제와서 얘기지만, 주연 배우마저 같은 3년 전의 "아마겟돈"에서 그의 실체를 간파한 이들은
이미 뒤로 빠졌어도 절대 다수의 관객들은 "더 록"의 영광에서 아직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고
그에 대해 마이클 베이는 크고 아름다운 엿을 선사하는 것으로 그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근 3시간의 상영 시간에 공습 이전의 영국 항공전, 공습 당시의 진주만, 공습 이후의 반격까지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만 셋을 다루기도 벅찬 마당에 청춘 남녀들의 베베 꼬인 삼각관계라니
(그마저 친구의 친구를~ 에다 임신 드립에다 아버지 플래그까지 그야말로 노답 핵클리셰.. 읍읍)
지금 다시보면 마이클 베이에게 가당키냐 한 각본이냐마는, 하여간 몰랐으니 용감했달까.
현대 기술로 버전업된 공습 묘사를 제외하면 여러모로 30년 전 "도라 도라 도라"의 정 반대점에
위치한 영화지만 그래도 딱 하나 의미가 있었으니 바로 스크린에 묘사된 둘리틀 특공대였다.

진주만 공습 와중에 천우신조로 항공모함들은 살아남았으나 주력 전함들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함재기의 부족한 항속 거리를 가지고 일본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함대의 위험 부담이 너무나
크다는 판단 아래 해군의 함재기 대신 육군항공대의 중폭격기를 사용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최대한 무게를 줄여 어찌어찌 항공모함 갑판에서 이함한다 해도 착함은 불가능했기에
폭격 후 그대로 뚫고나가 중국에서 비행기를 버린다(...)는 실로 천조국스러운 작전이 되었고
제임스 둘리틀 중령의 지휘 아래 최고의 폭격기 승무원들이 치열한 훈련을 거듭한 끝에
1942년 4월 18일 미해군 USS 호넷에서 16기의 B-25 미첼이 날라올랐다.

둘리틀 중령이 직접 조종한 1번기의 크루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제임스 둘리틀 본인.
일본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이었고, 앞서 발견했으나 항모의 함재기로 판단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사이 특공대는 동경에 폭탄을 쏟아붓고 대부분 무사히 빠져나가 귀환했으며
비록 전술적인 성과는 미미하나 이후 전쟁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작전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본격적으로 쇼미더머니 치트를 시전하기 시작하는데...
전쟁사에 관심 없는 관객들은 특공대가 떨어뜨린 폭탄이 45년의 리틀보이/팻맨으로 잘못 알거나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정신승리식 억지 이야기로 여기기도 할 만큼 극적인 작전이었으므로
본 작전에 집중한 적당한 각본으로 가공되어 적당한 감독이 연출했으면 범작은 되었을 것을
진주만 이야기에 사족처럼 붙이는 바람에 압축 과정에서 여기저기 다 잘려나가 결과만 남고
그 사람이 연출하는 바람에 중국 도달 후에도 총질과 폭발과 눈물어린(...) 희생이 강요된 영화.
"아마겟돈"과 "진주만"의 발연기로 한동안 쳐다보기도 싫던 벤 애플렉이 연출가로 되살아나고
상대적으로 매력이 돋보였던 조쉬 하트넷이 A급 배우 리스트에서 완전히 밀려나며
할리우드의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게 맞는지도.
덩케르크 (Dunkirk, 2017)
배틀 오브 브리튼 (Battle of Britain, 1969)
멤피스 벨 (Memphis Belle, 1990)
633 폭격대 (633 Squadron, 1964)
댐 버스터 (The Dam Busters, 1955)
레드 테일스 (Red Tails, 2012)
도라 도라 도라 (Tora! Tora! Tora!, 1970)
덧글
미드웨이까지 안 담은 게 어디냐고 위안을 해 봅니다-육항 조종사들이니 캑터스 비행대까지 가서 산본오십육 제거 작전까지 넣었으려나????)
동료 파일럿에 마이클 섀년, 정비사에 톰 시즈모어, 합중국 대통령에 존 보이트까지;; 이 캐스팅을 이렇게 낭비하다니!!
진주닦이를 보느니 도라도라도라를 100번 더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