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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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 vs 제인도 by glasmoon


이상하게 일찍부터 덥더니 또 그만큼 이상하게 일찍부터 서늘해지기 시작한 올 여름,
그러나 그렇다고 해를 건너뛸쏘냐 여름의 막바지에 맞붙은 2017 호러 대전!
먼저 "컨저링"에 깜짝 출연했으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독자 시리즈가 된 "애나벨: 인형의 주인",
그리고 부검실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도전장을 내민 저예산 화제작 "제인 도"!!


데이비드 F. 샌드버그의 "애나벨: 인형의 주인".
별 말도 행동도 없이 그저 앉아있을 뿐이건만 처키 이후 최악의 인형 자리를 꿰찬 애나벨.
그러나 2014년작 "애나벨"도 이 인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설명은 없었으니,
과거 미국의 어느 시골에서 수제 인형을 만들어 팔며 충실한 삶을 이어가던 한 부부는
어느날 불시의 자동차 사고로 사랑하는 하나뿐인 딸을 잃게되자 크게 상심한 나머지
어떻게든 딸과 다시 만나고자 하는 바램을 갖게 되는데...

안드레 외브레달의 "제인 도".
영어권에서 제인 도라는 이름은 신원 미상 여성의 익명. 우리나라로 치면 홍길순 쯤 될까.
외부의 침입 없이 집안에서 가족들이 모두 살해당하는 묘한 사건을 조사하던 지역 보안관은
지하실에서 흙 속에 반쯤 묻혀있는 신원 미상의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고 '제인 도'로 칭한다.
그날 밤 가업으로 부검의를 해오던 아버지와 아들은 보안관으로부터 시신의 부검을 의뢰받고
사인을 알아내기 위해 조사를 시작하지만 일이 진행될수록 의문은 늘어만 가는데...


컨저링 시리즈가 대체로 그래왔듯 "애나벨..."에 특별히 개성적인 무언가가 보이는건 아니다.
그러나 영화가 효과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희생자들이 무력한 소녀들임과 함께
관객들마저 소년소녀 시절로 되불러내어 어릴적 무서워했음직한 것들을 모두 구현하는데 있다.
따라서 공포물(악령물)에 내공을 쌓은 관객이라면 대체로 예측 가능한 장치들의 연속이지만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가진 인형 애나벨의 존재와 전작과 달리 준수한 만듦새와 완급 조절은
작품을 인형처럼 앤티크한 질감을 가진 준수한 호러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그와 반대로 시리즈물이 아닌 저예산 단독 영화는 독특한 소재와 설정에 모든 것을 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등장 인물이 단 네 명(시신 제외)이라는 것과
대부분의 분량이 그중 두 명이 지하실에서 겪는 일이라는 점은 전형적인 밀실 호러의 포맷이나
약간의 암시들을 곁들이며 중반까지 비교적 건조한 톤으로 이어지는 시신 부검 과정은
범죄 또는 의학 관련 드라마를 통해 눈이 높아진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부검의의 상식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들과 함께 경악하게끔 한다.
효과 장치로 동원된 벨소리나 섬짓한 가사를 가진 노래 등도 덤이라기엔 의미있는 보너스?

아무튼 해마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괜찮은 공포 영화를 한두 편 볼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
스튜디오 규모로 보나 개봉관 수로 보나 입소문으로 보나 둘의 흥행은 비교가 안되겠지만
익숙한 무서움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입장에서 "제인 도"를 먼저 꼽고 싶다.
분명 있었을, 특수 효과가 입혀진 화려한 한 방에 대한 유혹을 이겨낸 감독 및 제작진과
끝까지 불편한 자세로 미동도 하지 않았던(아 하긴 했구나) 여배우에게 찬사를~!!


불끄지 마 vs 숨쉬지 마
유아 넥스트 vs 팔로우

덧글

  • 두드리자 2017/08/31 00:08 # 삭제 답글

    네 번째는 지뢰가 아니었군요.
  • glasmoon 2017/08/31 15:48 #

    천만 다행으로, 하나는 건졌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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