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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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야마토 (男たちの大和, 2005) by glasmoon


호각세였던 미드웨이 해전의 향방이 운칠기삼(?)에 힘입어 미국 쪽으로 돌아간 이후,
필리핀해(마리아나) 해전에서 일본 해군의 항공 전력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면서
더이상 일본에게 전쟁의 승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 되었다.
자원을 공급하는 남방 지역과 일본 본토를 단절하기 위해 필리핀을 탈환하고자 하는 미국에 대해
항공 전력을 잃은 일본 해군에게 남겨진 수단은 최대한 배를 많이 끌어모아 대항하는 것 뿐.
이리하여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대 규모의 해상 전투로 남을 레이테 만 해전이 시작된다.
그렇게 집결한 약 300여 척의 함정들 중에는 전설이 된 초거대전함, 야마토의 모습이 있었다.


종전 60주년 기념으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대작, "남자들의 야마토".
2006년 자국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이듬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을 휩쓸었지만
소재와 배경의 민감함(...)으로 인해 국내 개봉은 불발, 물밑에서만 뜨거운 설전이 오갔던 문제작.
그러나 정작 어둠의 경로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구해본 그 실체는 의아할 정도로 뜻밖이었는데...

일단 "도라 도라 도라"나 "미드웨이"같은 기존의 해전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에는 작전의 개요나
전략적 상황이 묘사되지 않으며 그를 주도하는 해군 수뇌부도 화면상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당시 일본 해군의 암담한 상황에 대한 자학적 묘사를 회피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르나
결과적으로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수뇌부와 작전을 미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제목 그대로 야마토에 올라 전투를 수행한 하급 수병 사나이들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였다.
그들 다수의 비극적 죽음이 묘사되는만큼 '희생자 코스프레' 운운도 왕왕 언급될 법하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더라도 정황적으로 죽음으로 몰고간 무능력한 지도부와 무책임한 참모진,
함의 명성과 달리 열악하기 그지없던 대공포좌와 해군 내 되도않는 똥군기 등도 가감없이 묘사되니
이정도라면 이념과 정치에 거리를 두면서 현장의 인간 군상들에 시선을 둔 괜찮은 작품.


...이라고 말하고 싶어도, 이 플롯과 전개는 그냥 태평양 전쟁판 "타이타닉"이잖아~~
뜬금없이 나타난 누군가의 후손이 왜 가지말라는 그곳을 가겠다고 고집피우는지는 잘 모르겠으되
생존한 노인(이런 배역에 나카다이 타츠야라니;;)의 회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끌고가는 것이나
마지막 격침 후 동료들이 사망하는 연출을 보면, 음, 제임스 카메론이 이걸 보지 않았기를 바랄 뿐.
그러나 나름 일본통인데다 밀덕이기까지 한 그가 이걸 놓칠 리는 없겠지.
어쨌든 야마토라면 그저 물고빠는 바다 한편의 몇몇 사람들과 반대로 야마토라면 지레 손사래치는
그 건너편의 몇몇 사람들의 작은 소동 아래에는 제임스 카메론의 사생아(?)가 있더라는 이야기.

이렇게 야마토도 격침되었고 2차대전도 종전되는 바,
뜬금없이 이유없이 진행되었던 일련의 전쟁사 영화 포스팅도 이것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밀덕도 역덕도 아닌 처지에 늘어놓은 다들 아시는 이야기를 보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음, 어쩌면 번외편 하나쯤은 더 소개할지도 모르겠네요. ^^


덩케르크 (Dunkirk, 2017)
배틀 오브 브리튼 (Battle of Britain, 1969)
멤피스 벨 (Memphis Belle, 1990)
633 폭격대 (633 Squadron, 1964)
댐 버스터 (The Dam Busters, 1955)
레드 테일스 (Red Tails, 2012)
도라 도라 도라 (Tora! Tora! Tora!, 1970)
진주만 (Pearl Harbor, 2001)
미드웨이 (Midway, 1976)

덧글

  • 두드리자 2017/09/15 00:02 # 삭제 답글

    레이테 만 해전에서 야마토가 한 일을 알고 비웃지 않을 수가 없었죠. 세계 최대의 전함이라면서 미군 구축함 USS 히어만에게 쫓겨서 도망갔으니... 확실히 작전을 말아먹고 도망가는 데에는 세계 최강이었습니다.
  • glasmoon 2017/09/15 19:02 #

    일본 주력 함대와 맞서 무쌍을 찍은 네 구축함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질 법도 한데... 이미 물밑에서 진행중일까요?
  • 위장효과 2017/09/15 20:01 #

    오우삼 감독의 윈드토커부터 해서(이건 망작이지만) 스필버그 감독이 퍼시픽 시리즈 만들고 이스트우드옹은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연작 만들고 최근에는 멜 깁슨이 핵소고지 만들고 하는 거 보니까 어니스트 에반스 중령의 일화 또한 영화화될 거 같긴 합니다^^.

    한동안 2차대전 영화는 한 물 갔다라는 시각이 많았었는데 1998년 라일구에 이어 2001년 BOB, 2010년 퍼시픽등으로 스필버그 감독이 불 확! 질러버리더만 답하듯 계속 나오는 거 보니 아직도 할 이야기가 남아있는 거 같습니다. 일본이야 지네 역사에서 가장 큰 임팩트가 있었던 시기이니만큼 지금도 줄창 만들어대지만요^^
  • glasmoon 2017/09/15 20:48 #

    대구경 함포전의 마지막 로망을 보여준 과달카날 해전도 영화화하기 좋은 구성일텐데 말이죠. ^^
    "적함 조준 완료!" "잠깐 포착한게 기리시마냐 아니면 아군 사우스다코타냐!?" "사우스다코타와 교신이 되질 않습니다!!" "........."
    "앗! 기리시마에서 서치라이트 조사! 피아 판별되었습니다!!" "포격 개시!!!!!" 콰콰콰콰콰쾅~~~~
  • 자유로운 2017/09/15 00:55 # 답글

    기름도 없어서 굴리지도 못하는 호텔 아니겠습니까?
  • glasmoon 2017/09/15 19:04 #

    투숙객 1명당 들어가는 유류비가 엄청난 호텔입니다!?
  • 위장효과 2017/09/15 01:09 # 답글

    나오긴 나오죠. 당시 제 2함대 사령장관이었던 이토 세이이치 중장하고 연합함대 참모장인 쿠사카 류노스케 중장. 쿠사카 참모장은 야마토 특공의 명령을 전달하러 왔고 이토 사령장관은 이 얼척없는 명령서 보고 "나 죽는 건 괜찮은데 부하들까지 개죽음시키라니, 말이 돼냐?"라고 하는 장면...그 다음에 야마토의 함장 아루가 코사쿠이하 전함 지휘부와 2함대 사령부 참모진들이 모여서 "이거 말이 돼냐?"하는데 결국 출동명령을 받기는 받게 되죠.

    그런데 나이든 카미오 역의 나카다이 타츠야...이 분이 예전에 이토 세이이치 제독 역을 맡았던 적이 있던 걸로 아는데...(이게 뭔 순환이냐...^^) 주인공 카미오 역의 마츠야마 켄이치가 몇 년전 NHK 대하 사극 "타이라노 기요모리"에서 주인공 기요모리 역을 맡았을 당시 아버지 타다모리 역을 맡았던 나카이 기이치가 바로 나카다이 타츠야가 이토 중장으로 나온 그 드라마에서는 신삥 소위역을 맡았으니 이것도 나름 배우 개그가 되는군요^^;;;

    이토 세이이치의 경우에는 개전당시 군령부 차장이고 쿠사카 류노스케는 바로 그 나구모 함대의 참모장이었는데 개전 당시 군령부총장 나가노 오사미는 찬성한데 비해 그 밑의 세컨드인 이토 제독은 반대의견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국력은 일본이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고. (2011년작 "산본 오십육" 영화에서는 뒤에서 나구모를 조종해서 야마모토가 세운 계획을 모두 망치는 악의 축으로 나옵니다. 이 역 맡은 배우가 그보다 몇 년전에 맡은게 이시하라 신타로의 영화"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간다"-넵 카미카제를 다룬 영화-에서 제2항공함대 사령장관 오오니시 타키치로 역을 맡아서 종전직후 할복하는 장면 보여주고...아, 그러고보니 이 배우 영감님이 오리지날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에서 데스라 총통 성우맡았던 분입니다!!!)
    덤으로 1945년 특공당시 연합함대 참모장이었던 쿠사카 류노스케는 정작 야마토의 출격을 반대한 인물인데 출장나간 사이에 토요타 소에무 제독등 연합함대 수뇌부가 출격 승인 때리고 반대한 자신이 그거 전달하러 가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참 웃기죠. 또 종전 직전에는 5항함 사령장관을 맡았는데 전임자인 우가키 마토메하고 인수인계하러 가니 바로 천황의 종전방송 뜨던 그 때 우가키는 자기 부하들과 특공출격나갔다고...남은 5항공함대 참모들이 최후의 결전 운운 하니까 그거 뜯어 말리고 항복선언 받아들이게 하느라 또 개고생합니다. 덤으로 우가키 마토메는 바로 개전 당시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참모장...(하이고 복잡하다)

    그나마 나온 장성들이란 사람들이 하나는 개전당시 참모본부의 2인자로서 전쟁반대한 인물이고 다른 하나는 출격 반대에 마지막 최후의 발악 억누른 인물들 정도니 그나마 당시 일본해군 수뇌부치고는 그래도 머리가 좀 더 정상으로 돌아간 사람들이긴 했죠. 그리고,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이 둘이 만나는 장면에서 무려 "천황폐하를 군령부 총장이 배알할 당시 폐하께서 '해군에 더 이상 배가 없는가?'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야마토를 특공작전에 내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란 대사 나옵니다.이건 토에이 영화사가 작정한 거 같습니다.
  • glasmoon 2017/09/15 19:09 #

    어이쿠 덧글로 논문을 쓰셨군요! 이런 전쟁영화 포스팅은 어설픈 제가 아니라 위장효과님이 진행하셨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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