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한 달 하고도 열흘 가까이 지나버렸네요. 9월 초 다녀온 양양과 속초의 성당입니다.

모처럼 큰 애도 달릴 겸, 새로 개통한 서울 양양 고속도로도 밟아줄 겸 주말 일찍 나섰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두 군데, 양양의 양양 성당과 그 위 속초의 동명동 성당.

대부분의 성당에 비해 이 지역의 차이점이라면, 전쟁 이전에는 북한에 속하던 곳이라는 거죠.
아시다시피 북한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따라서 전쟁 전부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영동 지역 최초의 본당이었던 상도문에서 옮겨온 양양 성당은 3대 주임인 이광재 신부가 부임하여
1940년 새 성당을 완공하고 봉헌하였으나 소련군의 주둔과 함께 건물을 빼앗기게 되었고,
이광재 신부는 연길, 함흥, 원산 등지의 성직자와 신자들의 월남을 돕던 중 처형되었습니다.

현재의 건물은 휴전 후 1954년 지어진 뒤 비교적 근래인1995년 증축된 것이죠.
내부는 일반적인 강당형으로 목재를 중심으로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종탑의 형태나 외부의 장식적인 요소는 다르지만 벽채의 구성이나 부각시켜 희게 칠한 모서리 등은
삼척의 성내동 성당 등 전후의 성당 건축과 공통되는 부분이 있군요.

성당 입구에는 1983년 세워진 이광재 신부 순교 기념객이 순례객들을 맞이합니다.
2007년부터 춘천 교구는 전쟁 전후로 순교한 많은 성직자와 신자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는데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그 맨 앞줄에 이광재 신부의 이름이 있다고.

양양 왔으니 낙산 해변엔 들러야겠죠? 피서객들이 빠져나간 초가을의 바다가 잔잔합니다.
그러고보니 피서철 바다에 가본 게 언제인지는 도통 기억이..--;;

다시 차를 타고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속초입니다.
어째서인지 속초에 가게되면 거의 항상 영금정 부근을 돌게 되는데...

그 영금정의 약간 북서쪽에 동명동 성당이 있습니다.
1952년 양양 본당으로부터 분리 설립된 곳으로 당시의 이름은 그냥 속초 본당이었죠.

바닷가 모래사장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 외벽도 인상적이지만 동명동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의 형태가 십자가형이나 강당형이 아닌 ㄱ자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내부도 제대 오른편으로 공간이 틔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미사 때 성가대석이겠죠?

1952년 본당 설립되어 건물 신축에 들어갔으니 사실상 전쟁 중에 지어진 셈이죠.
어찌보면 낭만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걷어온 북부 동해선 철로를 철근으로 썼다던가,
지붕은 수송 부대의 드럼통을 잘라 펴서 올렸다던가 하는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닷가 언덕 위 파란 하늘과 새하얀 건물이라니 참으로 그림같은 풍경이네요.
세워질 당시 온통 북에서 내려온 피란민 여러분들께는 지금처럼 보이지 않았겠지만서도.

워낙 경치가 좋고 건물도 예뻐서 "자이언트"를 비롯한 드라마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는데
제가 그런걸 잘 안봐서 모르겠습니다. ^^;

여기까지 양양과 속초의 대표적인 성당 두 곳이었습니다.
다음 여름 피서를 이쪽으로 가시게 된다면 잠시 쉬고싶을때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참 그리고 오다가다 달렸던 서울 양양 고속도로는, 다음부터는 그냥 44번 국도를 타는 걸로.
일찍 나와서 막히는 시간은 피했지만 터널이 너무 많고 길어서 지치더라구요. -_-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다면 국도로 경치 구경하며 와인딩하는게 저에겐 훨씬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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