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좋아하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서도, BMW에서 328이라는 숫자는 3시리즈 모델의 하나이면서
모터사이클 회사였던 BMW를 스포츠카 메이커로 탈바꿈한 기념비적 차의 코드명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BMW의 첫 스포츠카였던 315와 그 후속인 319가 성과를 거둠과 동시에 한계에 이르자
1936년 설계를 싹 뜯어고친 새 엔진을 얹은 신모델을 내놓았으니 그것의 이름이 328이었죠.

6기통 2리터 엔진에 80마력이라는 평범한 스펙임에도 328은 데뷔와 동시에 부각되었는데
780kg의 가벼운 무게와 균형잡힌 밸런스로 메르세데스-벤츠, 알파로메오 등 선배들이 주름잡던
각종 레이스 대회를 석권해나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밀레 밀리아도 포함되었구요.
BMW 역사의 맨 앞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이 멋진 자동차를 기념하며
2011년 328 오마주 콘셉트도 발표되었는데... 언제나처럼 양산으로 이어지진 않았죠.

그리고 BMW는 이런저런 사건과 전쟁을 겪게 되었고, 양산차로는 2002로 대표되는 02 시리즈가
'3 시리즈'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로 이어지면서 3xx라는 명명법이 이루어진 것은 한참 뒤.
또다시 십 수년이 지나, 원래의 328로부터는 반세기가 훌쩍 지난 3세대 E36에 이르러
'328'이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물론 3시리즈에 2.8리터 엔진이라는 의미.

다음 4세대 E46에서도 M52 엔진의 개량을 거치며 328은 계속 유지되었습니다마는
2000년 3리터의 신형 M54 엔진으로 바뀌면서 모델명 또한 330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나저나 E46의 단아하고 정돈된 아름다움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군요. *ㅁ*

5세대 E90에 이르러서는 모델명 = 배기량이라는 기존 등식이 더이상 들어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3리터 사양 N52 엔진을 디튠하여 실은 모델에 328이라는 이름이 부여되었죠.
거기에다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330과 함께 신형 N54/55 엔진을 실은 335가 등장하면서
3세대 시절 최고 사양임을 뜻했던 지위는 6기통 엔트리 모델로 격하? ㅠㅠ

현 F30에 와서는 환경 규제와 함께 엔진 라인업이 대폭 간소화되면서 16, 20, 28, 35 넷으로 줄어
조촐한 식구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 28은 2.8리터도 아니요 3리터 디튠도 아닌 2리터 터보라는
참으로 마음 허전한 처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LCI를 거치며 끝내 2리터로 330을 달성!
물론 성능이야 전세대 3x 들 싸대기를 날린다지만 벤츠고 아우디고 이런 뱃지 인플레는 좀;;

웬 328 타령이냐 싶을 때부터 짐작한 분도 계셨겠지만,
거미줄 치고 사는 이 누추한 블로그가 328만을 찍었다길래 급조 포스팅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요즘 모바일 페이지에서는 방문자 수가 대문에 붙어있다보니 모르고 넘길 수도 없더라구요.
이래저래 찾아주시는 여러분께는, 매번 드리는 말씀이지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음 저의 328 청월호 말인데, 1년 반 남짓 되는 시간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스포츠 드라이빙은 개뿔 그저 교통/수송용 패밀리카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은
12.3km/l라는 통산 연비가 말해주고 있지않나 싶군요. 아니 정말 연비는 꽤 잘 나오는 듯?
그러다가도 조금만 깊이 밟으면 바로 튀어나가고, 코너링 밸런스도 어디 가서 처지지는 않고~
BMW의 고질병인 잡소리가 하나씩 둘씩 스물스물 기어나오기 시작하는데다
스팅어와 G70의 등장과 함께 가성비의 '가' 자도 꺼내기 어려운 처지가 되긴 했습니다만. ^^;
그래서 BMW 328의 이름은 제 청월호와 같은 N47 엔진의 F30에서 정말 끝나는 것일까요?
글쎄요, 곧 등장할 7세대 G20에서도 일단은 330, 340 같은 현행 네이밍을 이어가게 되겠지만
언젠가 다시 328이 등장할 거라 믿습니다. BMW에게 328은 그런 이름이니까요.
...아 그런데 언젠가의 그것이 가솔린 차량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나요. 328i가 아닌 328e??
덧글
그러고보니 왕년에 하세가와에서 1/48 스케일로 Fw190에 BMW 327, 프릴러 인형까지 넣은 세트를 내기도 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