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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남영동 대공분실 (경찰청 인권센터) by glasmoon



불광동 성당과 창조 사옥을 돌아볼 때부터 진작 가본다 가본다 했던 것이,
결국 이번에 영화가 개봉하고 열사의 기일(14일)이 닥치게 되어서야 실행하게 되었네요.
이번 "1987"의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이며 또한 2012년 "남영동 1985"의 배경이기도 한
갈월동의 경찰청 인권센터, 당시 이름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갈월동에 소재하지만 바로 인근에 남영역이 있는 바람에 그렇게 불렸다죠.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갈월)역으로부터도 가까우므로 접근성이 좋은 편입니다.



사실 이곳을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남영역을 오가는 분이라면 한 번쯤 지나친 경험이 있을텐데,
남영역 플랫폼의 하행선(동쪽) 방향으로 보이는 검은색 벽돌 건물이 바로 여기거든요.



2005년 과거사를 반성하는 의미로 인권센터로 바뀌어 이제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되었지만
80년대 당시에는 두려움의 상징이자 이른바 '코렁탕'이 실제로 일어나던 공포스러운 장소.



철문 뒤에 묵직한 철제 바리케이드가 레일식으로 설치된 것부터 이미 범상치 않은 기운이 물씬...



당시 연행된 사람은 정면 현관이 아니라 건물 뒤편의 이 쪽문을 이용했다고 하는군요.



이 쪽문은 좁고 가파른 원형 계단을 통해 취조실이 있는 5층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올라가는 도중에는 층 구분이 없으므로 끌려온 이는 몇 층으로 가는지 알 도리가 없죠.



이곳이 문제의 5층. 길다란 복도 좌우로 녹색 문의 취조실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문들이 서로 마주보지 않게끔 엇갈려 배열된데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도 똑같은 문이어서
마치 SF 판타지나 가상현실의 세계처럼 묘하게 현실감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또 문에 달린 외시경은 일반적인 현관문과 반대로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기 위함이며
조명등의 온/오프 및 조도 조절 스위치도 바깥에 달려있는 등 참으로 창조적인 설계가 돋보이죠.



그리고 이곳의 509호실에서,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군이 연행되어
심문을 빙자한 고문을 받던 중 사망하였습니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발표와 함께.
"남영동 1985"에서 다루어진 故 김근태 의장의 경우는 515호실이었다고.



건물은 1976년 5층으로 신축되었고 1983년 7층으로 증축된 뒤 악명을 떨쳤으며
현재 5층 조사실은 보존되었고 2~3층, 6~7층은 인권센터의 사무 관리 시설이 되었으며
1층은 역사홍보관/인권교육장, 4층은 인권사료관/박종철기념실로 쓰이고 있습니다.



전시실 한 켠에 남아있는 그의 삶의 흔적들...



이 건물은 또한 국내 건축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김수근의 작품(...)이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외관에서부터 드러나는 5층의 작은 창과 전용 나선 계단, 남아있는 꼼꼼한 도면 등으로 미루어
어떤 목적을 위한 건물이었는지 모르고 설계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얼핏 흔하고 밋밋한 직육면체형 사무 건물 같아도 구석구석 이렇게 쪼개고 분할한 것을 보면
과연 김수근 답달까..--;;



아무래도 유쾌한 기억은 아닌데다 건축계에서는 쉬쉬하는 일이고 경찰의 홍보도 별로 없다보니
그다지 찾는 이가 없던 곳이었는데 영화 개봉 후 부쩍 방문객이 늘었다더군요.
제가 찾았을 때에도 유치원? 초등학교?의 단체 관람과 함께 (과연 의미를 알까; 알면 더 무섭네;;)
모 종편 방송사가 취재를 와 있기도 했구요.
익히 여러 자료를 통해 아는 내용이었지만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확연이 다름을 새삼 느꼈던 바,
관심있는 분께서는 오가는 길에 한 번 찾아본다면 귀중한 경험이 되겠습니다.


성당 여행; 서울 불광동성당
空間: Arario Museum in SPACE

덧글

  • 타누키 2018/01/03 20:12 # 답글

    오~ 잘봤습니다~
  • glasmoon 2018/01/04 17:56 #

    근데 사진과 실물의 느낌이 꽤 다릅니다~
  • 공간집착 2018/01/03 20:40 # 답글

    눈감고 끌려가면 어딘지 헷갈릴거 같습니다...
  • glasmoon 2018/01/04 17:57 #

    그럴 목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아주 충실하게요;;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8/01/03 21:09 # 답글

    와....... 영화가 아닌 이렇게 실제로 본건 처음이네요. 정말 잘봤습니다 저도 서울가면 한번 꼭 가봐야겠어요!
  • glasmoon 2018/01/04 17:57 #

    요즘 영화에 단골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죠. 관람료가 있는 것도 아니니 꼭 들러보세요!
  • 아찔한밤 2018/01/04 01:13 # 삭제 답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엇네욧 ~~
  • glasmoon 2018/01/04 17:59 #

    까마득히 오래된 일 같지만 의외로 얼마 지나지 않았고, 멀리 다른 지역 이야기같지만 바로 우리 이웃에 있었던;;;
  • 이요 2018/01/04 13:23 # 답글

    이 골목에 제 첫직장 A/S센터가 있어서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때는 뭔가 오싹하다 무섭다는 느낌만 있었거든요. 지금은 이렇게 개방되어 있는 줄 몰랐네요.
  • glasmoon 2018/01/04 18:00 #

    살벌한 곳 주변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셨군요. 정체를 가려도 풍겨나오는 공포의 오오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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