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 스페인; 마드리드 누가 재미없댔어?

직접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마드리드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그 앞 아르메리아 광장에서
맞은편의 왕궁과 함께 거대한 건축물로 기억하게 될 알무데나 대성당
(Catedral de Santa María la Real de la Almudena de Madrid) 입니다.

여느 대성당들과 마찬가지로 알무데나 또한 나름의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16세기 중반 스페인의 수도가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이전되었으나 새 수도 마드리드에는
국가 교회의 상징으로 삼을 만한 대성당이 없었으므로 새로이 세울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영부영과 갑론을박을 오가며 시간이 흘러 실제 건축은 19세기 말에야 시작되었는데
이미 스페인 제국의 전성기는 지난지 오래인데다, 모든 것을 빨아들인 스페인 내전이 터지는 등
온갖 우여곡절과 공사 중단을 겪은 끝에 1993년 완공되어 축성식을 가졌습니다.
그러니까 겉보기와 달리 의외로 완성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성당입니다. ^^;

오랜 건축 기간에서 보듯 건설 책임자도 몇 번인가 교체되었는데
애초 네오 고딕 양식으로 설계되고 진행되었으나 20세기 들어 막바지 진행중에 설계가 바뀌어
광장에 접한 성당의 북쪽 면은 좌우로 거대하게 펼쳐진 바로크 양식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광장을 중심으로 마주보고있는 마드리드 왕궁과 어울리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관광객의 성당 출입은 보통 그 북쪽의 문이 아닌 동쪽의 문을 이용하게 됩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문들은은 역시 조형 작품들로 채워져 있구요.

가톨릭의 수호 국가임을 자처했던 스페인 제국이 중심 성당으로 계획했던 건물인 만큼
고딕 양식의 내부 기둥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습니다.

까마득히 높은 천장이 금장이나 벽화가 아닌 색색가지 패턴으로 장식된 것이 이채롭군요.
과연 모자이크와 패턴을 사랑하는 스페인 답달까.

화려한 패턴과 거대한 이콘들로 채워진 제대 후면부는 상당히 현대적이기까지.

출입문과 마주보고있는 서쪽 회랑은 다소 특이하게 조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모셔진 이것이 성당의 주보 성인이자 이름의 기원인 알무데나의 성모입니다.
중세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8세기 마드리드가 이슬람에 의해 함락될 때 숨겨놓았던 것을
11세기 가톨릭이 마드리드를 다시 탈환할 때 기도를 통해 찾아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성당 유물을 구경하고 돔 위로 올라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더군요.
북쪽 면의 상층 발코니로 올라가니 맞은편 왕궁이 잘 보입니다.

유물들은 촬영 금지였고, 계단을 오르는 사이 성당의 최초 설계 당시와 현재 모습을
각기 재현한 커다란 나무 모형이 있었는데 사진 찍는걸 깜빡 했네요. 아깝;;;
돔 위로 올라오면 생각보다 많이 높진 않지만 마드리드의 시내 경치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성당은 크지, 시간은 없지, 안내문은 못알아먹겠지... 제대로 진득하게 뜯어보지 못해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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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시대가 시대인지라 상당히 현대적인 스테인드글라스의 성화들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동쪽문으로 들어가면 제단을 마주 보는 게 아니라 저 서쪽 회랑을 보게 되는-직접 마주보지는 않는다 해도-구조인가요?
입구 위치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위에서 보았을 때 제단이 남쪽, 입구가 동쪽, 성모상이 서쪽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