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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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넌트의 에일리언 by glasmoon



더이상 한정 마케팅에 호구잡힐 의향이 없다보니 이제사 블루레이로 접한 "에일리언 커버넌트".
(아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기다리기 싫어 그냥 초판 구입할랬는데 광속 품절 크리.. orz)
개봉 당시 두 번 보았어도 복잡한 기분이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역시 시간이 약이라고,
계절이 몇 번 바뀐 뒤 다시보니 머릿속이 말끔하게 개운해질... 리는 없지만 하여간.


1디스크 사양이기도 하고, 부가 영상은 양으로나 질로나 팬들을 만족시킬 수준은 못됩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크리처 등장 장면에서 실사로 우선 찍고 그 위에 CGI를 입혔다는건 놀랍네요.
역시 탁월한 영상에는 이유가 있달까, 스콧옹이니까 가능한 돈지랄이랄까.
(외계인도 나이키를 신는다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커버넌트"를 처음 관람했을 때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앞서 "프로메테우스" 당시 받았던 충격(물론 부정적)으로 인해 기대치가 대폭 낮아진 결과
'제노모프가 제대로 등장하는 SF 호러'라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일말의 안도와 함께
영화의 여러 부분에서 정체모를 불쾌함을 느꼈기 때문인데, 대충 정리해보면...

당시에도 많은 분들께서 지적하셨던 것처럼 작중 인간들이 너무나 멍청한 것부터 들어야 할까요.
오래전도 아니고 직전 "프로메테우스"에서도 헬멧 하나 벗는다고 그 난리를 쳤는데
물론 대기 성분 조사 절차를 당연히 거쳤을거라 해도 탐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미지의 행성에
맨몸으로 들이대는건 근래 하드 SF 분위기를 표방했던 좋은 작품들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죠.
게다가 바닥에 미끄덩~ 하는 연출이 두 번이나 이어지는 장면에선, 이거 슬랩스틱 코미디였나??

멍청한 인간들에게 밸런스 패치를 하기 위함인지, 제노모프도 적당히 멍청해져 합을 맞춥니다.
1편 당시 신체는 물론 정신과 지능으로도 아득히 뛰어났던 초기 설정은 다 버려졌다 해도
흉포함만이 남아 그저 인간이 모는 대로 나잡아줍쇼 뛰어드는 모습에는 비통함을 감출 수 없죠.
데이빗이 관여하여 만들어냈다는게 되면서 기원에 대한 신비주의도 전부 걷혀버렸고,
거세된 지능과 진정한 악역 또한 데이빗이 가져가버렸으니 에일리언은 제목에만 남은 건가~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얼개부터 중요 장면의 연출, 음악에 이르기까지 1편을 의식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스콧옹도 의도한 바이며, 그 자체로 욕먹을 건 분명히 없겠지만서도
1편을 이렇게 대놓고 표방한다는건 그 1편과 직접적으로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기도 하니
두 작품을 나란히 두고 봤을 때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것도 감수해야 할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프리퀄을 빙자한 리메이크라 해도 좋을만큼 많은 부분이 닮아 있는데
역시 시퀄을 빙자한 리메이크에 가까웠던 "깨어난 포스"의 경우도 있고,
스타워즈와 에일리언 모두 첫 편으로부터 30년이 훌쩍 지났으니 이런 것도 방법의 하나겠지만
원작의 아우라를 기억하는 구세대(...)로서는 이런 방법이 마냥 반갑지는 않네요.

돌이켜보건데 제가 "프로메테우스"에서 결정타를 먹었던 것이 마지막에 태어난 '그것'이었으므로
그 부분 없이 애초의 발언대로 1편의 무대에서 아이디어만 차용한 또다른 SF에 머물렀다면,
그리고 그 한 편으로 마무리되었다면 영화는 영화대로 저는 저대로 대만족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다 저질러졌고 수습 안되는 뒷이야기와 후속편의 썰들은 끝없이 흘러나오고...
정말이지 스콧옹 대체 어쩔 요량인게요!!


덧글

  • 두드리자 2018/01/17 23:52 # 삭제 답글

    에이리언 커버넌트에 나온 녀석들이 진짜 제노모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아주 오래 전에 그려진 벽화가 나왔는데, 거기에도 그려져 있었으니까요.
  • glasmoon 2018/01/18 18:00 #

    뭐 이쪽도 각본이 수시로 바뀌면서 설정 충돌은 일상화되어 있어서요.
    물론 저도 1편의 그것과 동일 개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속편을 만들때 또 뭐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ㅁ-
  • 보노보노 2018/01/18 12:18 # 삭제 답글

    뭐... 의미를 찾으려는게 더 이상한 건 아닐까요? 창작자는 그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능... 근데 그럴려면 자체로 완결적인 구조로 해주던가...

    최근에 파이브스타스토리 14권 발매 된다는 이야길 듣고 찾아보니 무슨 짜라투스트라 브링허 따위 나오는 거 보고 창작자라곤 해도 넘 하는거 아냐 생각이...
  • 노이에건담 2018/01/18 13:43 #

    그 양반은 크리에이터를 취미로 하시는 분이라서요.
    팬의 90%이 등을 돌린대도 마이웨이 하겠다는 양반이니.....
    처음엔 저작권 문제때문에 갈아엎은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지 꼴리는 대로 모든 설정을 갈아엎어버린거더군요.
  • glasmoon 2018/01/18 18:02 #

    원작 소설처럼 완성된 이야기의 뼈대가 있는게 아니라 이번거 흥행 되면 다음거 생각해보지 뭐 이런 식이니..--
    그러고보면 말씀하신 FSS는 작가가 뼈대부터 만들어놓고 시작했는데도 더욱 아스트랄한 지경이 되었네요 아하하~
  • 노이에건담 2018/01/18 13:40 # 답글

    30년전 클래식 시리즈물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최근 리부트/리메이크 망작 시리즈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분명 영화의 기술적인 면은 더 발전했는데 플롯이나 스토리텔링은 오히려 이전보다 퇴보한 느낌입니다.
  • glasmoon 2018/01/18 18:06 #

    세월이 쌓이고 사공도 많아지니 얘기하고싶은 것도 제각각이고 바라는 것도 천차만별이라...
    요새는 뭔가 된다 싶으면 줄기차게 이어나가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결국 망해야 멈추는 폭주열차~
  • 노타입 2018/01/21 10:19 # 답글

    헐리우드는 7,80년대(더 끌어모아 90년대)가 마지막 황금기였나 싶네요. 최첨단 제작여건을 가지고는 새로운 컨텐츠보다 코믹북, 혹은 30년전 영화들에 도전장을 내밀고만 있으니
  • glasmoon 2018/01/22 14:07 #

    이런 이야기는 훨씬 전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지만,
    정말 요새 할리우드의 대자본 영화는 코믹스 출신의 수퍼히어로 아니면 과거 프랜차이즈의 생명 연장 뿐이니,
    이러다 한 방에 훅 가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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