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 스페인; 제국의 영광 톨레도
1712 스페인; 톨레도의 그리스 인
뭔가 중간에 다른 이야기가 많이 끼어들었던것 같지만! 마드리드를 떠나 그라나다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오는 길도 순탄하지는 않았죠. 마드리드 직행 열차가 무슨 공사로 인해 운행되지 않는 바람에
안테케라까지 기차로 가서 밤중에 버스로 다시 갈아타자니 시간은 배로 걸리고 몸도 피곤하고...

어쨌든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를 찾아와 창문을 열었더니 이런 광경이 딱!!
저기 조명을 받고 서있는 멋진 건물이 정말 알함브라인가? 이 근처에 달리 높은 건물은 없을텐데??

아침에 눈을 뜨니 붉은 기와 지붕들 속에 알함브라가 맞군요. 그라나다에 온 게 실감이 납니다. ㅠㅠ
먼저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실력만큼 미모도 뛰언난 아나 비도비치의 연주로 들으며
알함브라 투어를 시작합니닷.
다들 아시는대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포함한 이베리아 반도는 8세기 서고트 왕국이 멸망한 후
수 백년에 걸쳐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그 중에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있던게
중심지의 이름을 따 흔히 그라나다 왕국이라 칭하는 나스르 왕조이죠.
그 나스르 왕조가 왕궁으로 삼기 위해 언덕 위의 구 요새를 증축한 것이 알함브라입니다.

알함브라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저는 호기롭게 첫 타임을 잡은 관계로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길을 올라가는데... 아 알함브라가 언덕 위에 있었지.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여기는 서두르느라 찍지 못해 구글 맵에서 가져온 '석류(그라나다)의 문(Puerta de las Granadas)'

지도를 펼쳐보면 맨 왼쪽 맨 아래에 이 문(58)이 보이는데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오게 되면 반대편
주차장(1)에서 시작해서 이 문으로 나가는게 보통이므로 저는 거꾸로 도는 셈이 됩니다.
궁전이라기보다 복합 성채에 가까운 알함브라에서 꼭 봐야만 하는 곳이라면
가까이부터 서쪽의 요새 구역인 알카사바(Alcazaba), 본궁인 나스르 궁전(Palacios Nazaríes),
그리고 북동쪽 끝의 별궁인 헤네랄리페(Generalife) 겠죠?

이제 정의의 문(Puerta de la Justicia)으로 알함브라 입장!

나스르 궁 입구에서 보는 알카사바와 건너편 언덕의 집들이 장관입니다.
저녁에는 저 반대편에서 이 궁전을 구경하게 되겠죠.

그리고 시간에 맞추어 본궁으로 들어가는데...

뭐.. 뭐지? 이 어마무시한 세공과 장식들은?? 시작부터 기를 팍 꺾어버리는군요.
이슬람의 화려한 궁전이라면 일전에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으로 한 번 경험한 바 있지만
규모에서는 밀리더라도 세세한 아름다움에서는 미안하게도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사진 엽서같은 광경이 그대로 있더라구요. 여기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장식으로 메워진 벽 위로 별들이 가득한 천장이라니. 여기 한가로이 누워 잠을 청할라 치면
옆에 아리따운 언니가 무릎 배게를 해주며 귓가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런 거였나? 크악~

사람들의 행동이나 가구 등에 의해 상할 수 있는 높이까지는 화려하고 견고한 타일을 붙이고
그 위부터는 온통 엄청난 세공 장식으로 가득찬 이런 방이, 실제로 있습니다. 눼.

안으로 들어갈수록 감당 안되는 화려함은 더욱 심해지기만 하니...

이곳이 나스르 궁전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인 중정이로군요.

이쯤 되면 정말 ㅂㅌㅅㄱ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옵니다. orz

머릿속은 이미 컬쳐 쇼크로 하얗게 타버린 상태. 이젠 뭘 봐도 무덤덤...

술탄의 거처답게 전망도 끝내주고요.

크지 않지만 단정한 안뜰도 멋스럽고요.

겉은 지극히 평범한데 안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화려한게 정말이지 이슬람 답달까나.
저 뒤로 보이는 흰 건물이 나중에 갈 별궁 헤네랄리페.

아득하진 정신을 다잡으며 나스르 궁 밖으로 나왔습니다.
12월인데도 낙엽도 있고 오렌지(?)도 달려있고.. 그라나다는 그렇군요.

아침엔 분명 안보였는데, 해가 나고 관광객이 밀려와서 그런가 고양이들이 아주 득시글합니다.
터키에서도 그랬고, 과연 이슬람과 고양이의 상성은 특히 좋은 것 같은 느낌??
저 까만 녀석이 제 발치에 계속 엉기는 바람에, 늦은 아침인 샌드위치의 상당량을 뺏긴..ㅠㅠ

식물원이 있는 정원 너머로 보이는 것은 산타 마리아 성당.
그라나다와 알함브라가 가톨릭 세력에게 넘어간 이후 많은 부분이 파괴되고 또 덧붙여졌죠.

알함브라 안에서 가장 생뚱맞을, 훗날 카를 5세(카를로스 1세)가 새로 지어넣은 이 건물은
특이하게도 사각 건물 안에 내부 중정이 둥근 모양으로 뻥 뚫려 있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딱히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덕분에 중요 행사 같은건 이곳에서 한다나요.

서쪽 끝에서 바라보면 가운데의 낮고 소박해보이는 부분이 나스르 궁, 그 오른편의 높고 이질적인
부분이 카를 5세 궁입니다. 왼편 타워 뒷편으로 살짝 보이는 흰 부분이 헤네랄리페.

이제 방어 요새 구역인 알카사바로 들어갑니다.

알카사바에서도 가장 서쪽,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망루. 시내와 멀리 평원까지 한 눈에 보이네요.
15세기 말,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술탄 무함마드 12세는 저편으로 몰려드는 레콘키스타의 군세를
참담한 마음으로 보고있어야 했겠죠.

그라나다를 끝으로 이베리아 반도가 기독교 세력에게 완전히 재정복(Reconquista)된 뒤에도
이슬람의 문화는 스페인 사람들의 삶 속에 남았고, 알함브라도 압도적인 아름다움 덕분에
대대적인 파괴를 면하여 이렇게 모습을 유지하였습니다. 물론 점점 잊혀지면서 훼손되어갔고
나폴레옹 전쟁과 지진 등을 거치며 많이 망가진게, 그리고 일부를 복원한게 이 정도라는 거.
나중에 덧대었음이 분명한 저 벽돌조 종루 자리에는 원래 초승달 첨탑이 있었을까요?

이 탑에서 남동쪽을 바라보면 어마어마한 높이의 흰 병풍이 시야에 가득 들어옵니다.
해발 3,482 미터의 반도 최고봉 물라센을 자랑하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여름 별궁 헤네랄리페를 찾아가는데...
그 앞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사진을 찍던 중, 저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던 어떤 아주머니가
뒷걸음질치다 연못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물이 깊지 않고 그라나다의 겨울이 춥지않다 해도 온몸이 푹 젖었으니 얼마나 낭패였을지;;;;
제가 딱히 잘못한건 아니라지만 엄청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구경은 하는둥 마는둥.
그래서 남은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나스르 궁에서 이미 엄청난걸 봐버린 뒤라 더 그랬을까요?

여름 별궁에 걸맞게 안팎 곳곳을, 심지어 정원의 계단에까지도 수로가 지나게 되어있더라구요.
꽤 인상적이었건만 없는 정신에 찍는걸 깜빡해서 뉴질랜드의 어느 분이 찍으신걸 대신;;

비슷비슷한 알함브라의 전경도 헤네랄리페에서 찍은 이게 마지막입니다.
뒤로 왼편에 높은게 산타 마리아 성당, 그 오른쪽에 나무에 가려진 카를 5세 궁이 있고
다시 그 오른쪽으로 나스르 궁과 알카사바가 보이는군요.
이렇게 환상의 알함브라를 추억으로 남기고, 그라나다의 밤이 찾아옵니다.
1712 스페인; 마드리드 누가 재미없댔어?
성당 여행; 스페인 마드리드 알무데나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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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그 아주머니의 경우 금방 나오기도 했지만, 제가 손에 카메라(핸드폰)을 들고있어서 허우적거릴때 바로 뛰어들지 못한게 두고두고 걸리네요. --;;
하... 아름답네요...
기회 되면 그라나다에 꼭 가서 직접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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