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필 그 시간에 운전을 하는 바람에 월식인지 블러드문인지를 전혀 보지 못했네요.
루나틱을 외치는 이곳에서 이런 일이..ㅠㅠ 어쨌든 스페인 여행 기록은 계속됩니다.

그라나다에 온 가장 큰 이유였던 알함브라를 무사히...는 아니구나, 하여간 다 돌아보고
이제 올라왔던 서쪽 길 대신 주택가가 있는 남쪽 길로 언덕을 내려갑니다.

적갈색 기와 지붕을 인 나지막한 하얀 집들과 그 사이사이로 뻗어있는 골목들이 무척 예뻐요.
알함브라의 여운과 함께 내려가면서 우와우와~ 우리 여기 언제 다시오지? 와글와글~

거의 다 내려오니 큰 성당이 하나 눈에 띕니다. 산토 도밍고의 이글레시아 성당이라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들어가볼 시간은 없고..;;

샌드위치 하나 가지고 아침부터 강행군을 했으니 당 보충을 해줘야겠죠?
기계가 아니라 그냥 손으로 뽑아낸 듯 추로스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은게 정감있어 보입니다.
맛은, 음, 마드리드에서 먹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마일드한 쪽?

이제 그라나다의 거리를 잠시 휘적휘적 둘러봅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 되는 동행의 말로는
십여 년 전쯤 왔을 땐 이탈리아의 나폴리 마냥 꽤 지저분하고 시끌벅적한 인상이었는데
몰라볼만큼 말끔하게 단장되었다고 놀라워 하더군요. 교통 시스템도 현대적으로 싹 바뀌었다고.

어느 골목에 아랍풍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늘어서있어 한참 동안 시선을 빼았겼는데...

여기가 유명한 알카이세리아 거리였군요. 저로서는 가격적인 면에서 어떠한지 알 수 없지만
물가가 높지 않은 스페인에서도 그라나다는 저렴한 편이라 부담될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듯.

알카이세리아 거리를 나오면 난데없이 초대형 건물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유럽 도시에서 이런 건물이면 뭐 뻔하죠. 역시 별도 포스팅 대기 중입니다. ^^

아까의 추로스는 간식이었고(쿨럭), 이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마드리드와 달리 영어 메뉴같은건 있을 리 없어 구글 번역기의 도움으로 간신히 시켰는데
역시 그라나다! 가격 대비 양도 질도 흡족하군요! 사진은 한참 먹다 찍은거^^;;
특히 저 올리브 오일에 익힌 새우, 감바스 알 아히요의 맛이 참... 추릅~

배도 채웠겠다, 다시 길을 올라갑니다. 이번에는 아까 알함브라에서 마주보던 북서쪽 언덕이죠.
칼데레리아 누에바 거리로 알려진 이 주변 지역은 그라나다가 함락된 뒤에 남은 아랍 사람들이
모여 살았기에 아직도 그런 전통과 분위기를 강하게 남기고 있습니다.

음식을 소화시키며 올라가 갈증이 심해질 때 쯤 산 니콜라스 성당과 광장을 만나게 되고,
(사진 찍는걸 잊어 구글 맵에서 가져왔습니다--;) 여기서 뒤를 돌아보면...

짜잔~ 이런 광경을 보게 되는거죠.
오른쪽 끝의 알카사바부터 왼쪽 끝의 헤네랄리페까지 알함브라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저무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성벽과 하얀 집들, 그리고 저 멀리 눈덮인 시에라 네바다까지 캬~~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가득 모여 일몰을 구경했죠.
주위에서는 기념품 장사가 호객을 하고, 기타를 맨 현지인이 신청곡을 받아 노래하고...

해가 넘어가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과 구름의 색깔이 아우~

거리에 하나 둘 불빛이 들어오고, 알함브라도 조명을 받아 또다른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해가 아직 떠있을 때부터 완전히 넘어간 뒤까지, 아마도 제가 가장 오랜 시간 지켜본 일몰이자
제가 평생 본 가장 아름다운 일몰 중 하나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ㅁ*

다시 아랍 거리를 통과해서...

시내 거리로 내려왔습니다. 그라나다는 크리스마스 직전인데도 아직 낙엽이 다 안지고 그래요.

그라나다의 주요 길들이 모이는 이사벨 라 카톨리카 광장.
동상으로 표현된 이는 의자에 앉은 이사벨 여왕, 그리고 신대륙 발견을 보고하는 콜럼버스입니다.

이사벨 광장에서 동쪽으로 들어가면 호텔 건물들과 함께 카페와 술집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날씨가 차서인지(그래봤자 영상이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별로 안보이네요.

그리고 해가 졌으니 뭐해? 술을 찾아 가야죠~

거리에 사람이 안보인다 했더니 여기에 다 있었구만! 인기 좋은 몇몇 집은 발디딜 틈이 없어
좀 덜한 집을 찾아 들어갑니다. 그런데 술만 시켰구만, 작은 안주(타파스)와 빵을 그냥 줘요?
오 마이 갓~ 가뜩이나 술값도 저렴한데 기본 안주로 이런걸 준다고??

한 잔 들이키고 옆집으로 옮깁니다. 집집마다 저마다의 전통이 있고 기본 타파스가 달라서
한 집씩 돌며 맛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더라구요. 그라나다 최고야! ㅠㅠ

한 집 더 갔던것 같은데 취기가 올랐는지 사진이 없네요. 그라나다에 가신다면 타파스 투어 강추!!

술도 걸쳤겠다 잠도 푹 잤겠다, 이제 일어나 그라나다를 떠날 채비를 합니다. 알함브라 외엔 딱히
일정을 잡지 않아 하루만 묵었는데, 이렇게 멋진 곳인줄 알았다면 하루쯤 더 있을 것을. 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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