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 1712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1)

1712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누가 먹여살리나

기껏 바르셀로나에 왔으니 이걸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질 않겠죠?
지금도 바르셀로나를 먹여살리는 일등 공신,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 투어입니다.

풀 네임으로 안토니 플라시드 기옘 가우디 이 코르넷(Antoni Plàcid Guillem Gaudí i Cornet,
1852~1926), 보통 안토니 가우디로 부르는 이 사람은 아마도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건축가이자 카탈루냐(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지금까지 이름을 높이고 있습니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대략적인 정보는 위키의 한글 페이지도 잘 되어있으니 참고하시구요.

그가 건축한 건물들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채우고 있는 거라면 바르셀로나의 저택들일텐데,
그 중에서도 최초기에 해당하는 것이 카사 비센스(Casa Vicens) 입니다.
한 눈에 보이는 것처럼 화려한 색채와 타일로 치장한 이슬람풍 무데하르 양식이 반영된 건물이죠.
원래 사적으로 사용되는 건물이어서 관광객의 방문이 불가능하였으나 어느 재단에서 매입했는지
내부 단장을 새로 하고 최근 오픈하였습니다마는... 바르셀로나에서의 제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중심가에서 가장 먼 카사 비센스는 방문지 목록에서 제외되었습니다. ㅠㅠ

다음은 19세기가 끝나기 직전에 만들어진 카사 칼베트(Casa Calvet).
구 시가지 북쪽 끝, 카탈루냐 광장 근처의 비교적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우아한 거리의 오래된 건물들을 좌우로 한 좁은 공간에 들어가야 했기에
가우디의 작품들 중 가장 평범한 편이라는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는 모양입니다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근처의 건물들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죠.

카사 비센스에서도 보이던, 당시 건축의 주류였던 직선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가우디 특유의 곡선들, 그리고 아르누보적인 장식들이 등장하기 시작함을 알 수 있습니다.

1층 현관 기둥들의 모양은 발주한 건물주가 섬유 산업에 종사했기에 실패를 형상화 했다는군요.
현재 사적인 건물이라 출입 불가지만 1층은 '카사 칼베트'라는 이름 그대로 식당이 되었으므로
시간과 여력이 되신다면 안에서 한 끼 식사를 하셔도 좋겠습니다. 리뷰에 따르면 맛도 괜찮다니.

다음 차례는 이제 20세기로 넘어가, 화려한 그라시아 거리의 카사 바트요(Casa Batlló)입니다.
물론 이 블록에서 가장 화려하고 돋보이는 건물이지만 그 옆의 건물들도 단연 범상치 않은데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드디어 이제 본격적인 가우디구나 싶은, 부정형 곡선과 곡면들이 난무하는 건물이로군요.
실제로는 벽의 색상이 더 화려한데 해질 무렵에 찍어서인지 색감이 약간 물빠진 듯;;

대신이라긴 뭣하지만, 건물 안팎에 설치된 조명이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또 바뀝니다.
또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인공 눈을 뿌리고 있어서 주위엔 축제 분위기의 사람들이 한가득~
건물은 이름에서 보듯 바트요 가족의 의뢰로 지어지고 완성됐지만 당시에도 지금도 지역 사람들은
뼈의 집(Casa dels ossos)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바깥에도 안에도 기둥들은 죄다 뼈를 연상하게 하는 모양을 취하고 있군요.
구불구불 크기와 모양이 전부 다른 창들에서는 절대 직선을 쓰지 않겠다는 모 씨의 결의가..;;

방문객들은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의 관람료를 내야 하는데, 그래도 시대가 좋아져서인지
한국어를 지원하는 가이드 기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기의 화면에서는 말로만 듣던
증강 현실 기술로 3D로 모델링한 20세기 초의 모습을 겹쳐 띄워 보여줍니다. 오오~

빛을 중시하는 가우디답게 건물 중앙에는 채광용 중정이 관통하고 있구요.
그리고 여기에도 흩날리는 인공 눈발..;;

옥상으로 올라가면 색색의 타일이 입혀진 네 개의 굴뚝과 '용의 등뼈'로 알려진 전면 장식이
거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 등뼈 내부의 흉곽 구조는 이후 카사 밀라에서 더욱 발전하게 되죠.

안그래도 이쁘장한 건물에다 색색가지 조명으로 화장까지 입히고 증강 현실까지 동원하니
말 그대로 환상적인 공간이 되어 인기 폭발입니다마는... 어째 테마 파크같은 느낌도 드네요.^^;

마지막으로 가우디의 저택들을 대표하는 만년의 걸작, 카사 밀라(Casa Milà)입니다.

물결치듯 일렁이는 이 외관은 건축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으시겠죠?
정말이지 시공자의 편의나 규격품의 사용을 통한 원가 절감같은건 1도 고려하지 않은..;;;;
대중적으로는 그 인상에서 기인한 채석장(La Pedrera)이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