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 1712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2)

1712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누가 먹여살리나
1712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1)

지금도 바르셀로나를 먹여살리는 일등 공신,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 투어 두 번째입니다.

가우디가 세운 건물들을 찾다보면 유독 '구엘'이라는 이름이 붙은게 많다는걸 쉽사리 알게 되는데,
그가 바로 가우디 평생의 후원자로 알려진 에우세비 구엘(Eusebi Güell)입니다.
섬유 산업을 기반으로 식민지 교역을 통해 큰 부를 축적한 그는 여느 식견있는 부르주아들과 함께
예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던 중 아직 무명이었던 가우디를 발견? 발탁? 하게 되죠.

가우디가 처음으로 스스로의 이름을 알리게 되는 카사 비센스를 완성하기도 전에,
구엘은 그와 가족을 위한 별채, 즉 구엘 별장(Pabellones Güell)을 가우디에게 발주합니다.
카사 비센스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무데하르풍 장식을 가진 이 건물은 커다란 용의 장식이 붙은
철제 정문으로도 유명하죠. 그러나 일정과 거리의 문제로 저는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시험삼아(...) 지어본 별장에 마음이 흡족한 구엘은 바로 연이어 다른 건물의 건축을 의뢰했으니
그가 직접 시내에 거주할, 흔히 구엘 궁전으로도 알려진 구엘 저택(Palau Güell)이 됩니다.

해안에서 가까운 구 시가지 중에서도 중심가라 골목이 좁아 전면을 화면에 담기가 어렵네요.
가우디의 기타 저택 시리즈(?) 중에서는 카사 칼베트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양식이 됩니다.

전위적이기까지 한 후기의 건물들에 비하면 직선적이고 평범해 보이지만 역시 가까이 다가가보면
범상치 않은 디테일들을 확인할 수 있죠. 별장의 철문에 이어 저택의 정문 기둥에도 용(와이번)의
상을 올려둔 걸 보면 구엘 가문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한 것 같네요.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는 관람료를 지불하면 우리말이 포함된 음성 가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서 느끼는 첫인상이라면 벽이고 기둥(파사드)이고 매우 두껍다는 것.

그야말로 성채처럼 둘러싼 두터운 벽채 안에 고급 가구와 장식들이 들어차 있고...

모든 창문의 안쪽은 창문의 구조와 기능과는 별개로 굵은 대리석 파사드가 받치고 있습니다.
정말 이쯤 되면 궁전이라는 단어의 표현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겠네요.

건물 후면으로 잘 보이지 않는 부분들에 쓸데없이(??) 공을 잔뜩 들인 것도 가우디 답달까.

하나로는 모자라 두개 세개의 내벽을 덧대고 그 내벽마다 또 여러 개의 파사드가 뻗어나와
복잡한 레이어와 디테일을 만들어냅니다. 천장의 장식이나 창문의 색유리는 물론이구요.

저택의 중심부를 형성하는 사각 중정은 어째 알함브라의 별의 방을 연상하게 하는군요.
빛의 흐름과 이용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이때부터 이미 있었나 봅니다.

대귀족의 궁전마냥 매우 진지하고 엄숙한 건물이지만 옥상을 통해 밖으로 나가보면
건물의 여러 굴뚝들만은 가우디 특유의 현란한 색상의 타일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타일 작업들은 가우디 본인보다 협업했던 조제프 마리아 주졸(Josep Maria Jujol)의
능력이 발휘된 부분이라고도 하더군요. ^^

다음은 바르셀로나 북쪽의 그라시아(Gràcia) 지구에 위치한 구엘 공원(Parc Güell)입니다.

이 공원은 팽창하는 바르셀로나에서 새로운 고급 주택 단지를 계획한 구엘의 의도에 의해
단지의 중심지로써 준비되었으나, 정작 단지는 시내 중심에서 너무 멀다는 이유로 실패했죠.

공원에 들어오면 가우디의 양식이 우리가 아는 자연주의로 확연하게 기울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공원의 마스코트이면서 가우디의 상징 중 하나이기도 한 타일 이구아나~

여러 개의 기둥들로 떠받쳐진 중앙의 광장은 시장과 같은 용도로 사용될 것을 생각했다는군요.
물론 설계자의 의도대로 될 일은 없었습니다마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일렁이는 곡선들과 알록달록한 색상들이 어울려 마치 유원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이 유원지는 흔한 머시기 랜드가 아니라 유네스코 문화 유산이라는 거~

중앙 광장의 바깥쪽으로 조금씩 나가다보면 정말 인어 공주의 바닷속 궁전에서 건져올렸나 싶은,
재기발랄하다고 말해야 하나 싶은 이채로운 구성들도 보이고...

돌의 사이에 돌의 이끼가 낀 듯한 벽채의 기둥들 사이로는 의외의 조각도 숨어 있고... 하여간
매우 흥미로운 공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흠이라면 유료 구획과 무료 구획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데다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게 해놔서 실수로 지났다가 실랑이를 했다는 정도. -_-

마지막은 콜로니아 구엘 성당(Cripta de la Colonia Güell)입니다. 이름대로 바르셀로나 외곽에
구엘이 구축한 식민지(colony)인 이 곳은 요즘의 개념으로 하자면 복합농공단지였던 셈인데,
주거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주택과 일터인 공장은 물론 도서관과 같은 공공 건축도 이루어졌고,
그 핵심이 가우디가 설계한 이 성당일 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