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가득한 미술과 음악, 존재감 가진 조역들에 최초의 흑인 수퍼 히어로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설 연휴의 어느날 "블랙 팬서"를 보고 나오는 심정은 '드디어 마블도 힘이 빠질 때가 됐구나' 였으나
그 감정 교차의 와중에도 매력적인 악역 에릭 킬몽거가 유독 빛났음은 나 또한 인정하는 사실인 바
감독 라이언 쿠글러와 배우 마이클 B. 조던의 오랜 인연에 대해 떠올리던 잡다한 상념은 결국
그들의 전작 "크리드"를 다시 꺼내보게끔 만들었으니...

라이언 쿠글러 각본/감독, 마이클 B. 조던 주연, 실베스터 스탤론 조연/제작의 2015년작 "크리드".
어머니를 잃고 고아원에 보내져 싸움을 일삼으며 위태로운 삶을 이어나가던 소년 아도니스 존슨은
어느날 생면부지의 친절한 여성에게 입양되며 친부의 이름, 아폴로 크리드를 알게 된다.
아버지의 유산과 양어머니의 사랑 속에 제대로 교육받아 반듯한 인텔리로 거듭난 아도니스.
그러나 싸움에 대한 갈망은 그를 링으로 내몰고, 결국 자신이 가지고 누린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아버지의 친우가 있는 필라델피아로 향하게 되는데...

재능 있는 양아치가 인생의 쓴 맛을 본 뒤 훌륭한 코치의 지도로 성장하여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복싱 영화의 왕도 및 거기에서 비롯된 클리셰를 훌륭하게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의외로 두 가지 요소에서 차별화를 내세우니, 하나는 더이상 잃을 게 없어 싸움에 뛰어드는게 아닌
가졌던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싸움에 나서고자 하는 것이오, 다른 하나는 그 싸움의 이유이자 스스로
짊어진 가장 큰 짐의 무게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 중요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허구로 가공된 이름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기꺼이 수긍하게 만드는 힘은
40여년간 쌓인 원작의 무게, 그리고 이제 옆으로 비켜앉은 스탤론의 주름과 흰 터럭에 있다.
비록 이런저런 사정이 겹쳐 국내 개봉이 이루어지지 못해 아는 사람만 아는 영화가 되어버렸지만
"록키 발보아"가 권투 선수로서의 록키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마무리지은 걸작이라 한다면
"크리드"는 록키의 이야기가 다음 세대에도 계속되며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은 수작이랄까나.
덕분에 마이클 B. 조던 또한 "판타스틱 4"의 악몽을 떨쳐내고 재기에 성공하는 한편
감독과 인연을 이어나가 정초 "블랙 팬서" 흥행 최대의 기여자이자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으니
역시 가상의 이름(크리드)이든 실제의 이름(마이클 조던)이든 잘 짓고 볼 일이다. 으응??
덧글
(그런데 왜 권투 글러브를 안 쓰나효? 스승님 능욕 하시나여?)
웃긴건 북쪽에서도 그 이름은 -물론 반대 이유로- 강제 개명당했다는게 아하하....
정말이지 스탤론 형님의 가장 큰 단점은 좀 된다 싶으면 멈출 때를 도무지 모른다는 거죠. 그나마 본 시리즈는 완전히 끝냈고 스핀오프니까 다행이라 해야하나 그래도 막장의 재미는 있었던 4편 드라고와의 재회가 은근 기대된다고 해야하나 막장을 뒤집어 또다른 감동의 도가니탕을 설마--;;;; 아 노이에건담님 위장효과님 노타입님 우리 모두 같이 손잡고 기도를... 쿨럭쿨럭!
블랙팬서는 여성 캐릭터들이 인상적이더군요. 남캐들은 좀...
오히려 유망주였던 데인 드한이 비틀비틀하는걸 보면 역시 사람은 작품을 잘 잡아야...
말씀대로 데인 드한은 개인적인 매력에도 불구하고 요새 참 한결같더구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