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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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 대성당 by glasmoon

1712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누가 먹여살리나
1712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1)
1712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2)

계속된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도, 가우디 건축 투어도 더 이상 이곳을 미룰 수는 없게 되었군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자 바르셀로나의 상징물이며 가우디의 최고작으로 일컬어지는
성가족 대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 줄여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입니다.



이 성당은 1882년 건축이 시작된 이래 100년이 훌쩍 넘도록 계속 짓고있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사실 서양의 대성당들의 경우 100~200년 공사가 드문 일이 아니지만 그야 중세 시절 이야기고,
소재 및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근현대 건축물임에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은
설계자인 가우디의 사망 후 전화를 겪으면서 남아있는 자료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근대 이전의 방식으로 공예품을 만들듯 하나하나 깎아 만들어 쌓아올리기 때문이었는데...



바르셀로나 시에서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까지 어떻게든 공사를 마무리 짓겠다며
대규모 인력과 설비에 콘크리트를 부어가며 박차를 가하니 이건 또 이것대로 논란이 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완성된 부분은 위 그림의 갈색 부분으로, 중앙부 다섯 개의 탑과
왼쪽 영광의 파사드, 그 외 주변부를 포함한 나머지 회색 부분이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과연 이게 8년 안에 끝날 일이냐 본다면, 글쎄요~

성당의 양식은 고딕의 기본 위에 카탈루냐 아르누보 스타일이 결합된 형태를 근간으로 하며
크고작은 18개의 탑이 성당 상면을 덮다시피 하고 있는데, 가장 크고 높은 주탑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그를 사방에서 둘러싼 네 개의 탑은 4대 복음을 남긴 복음사가를,
북쪽(그림에서는 오른쪽)의 큰 탑은 성모 마리아를, 동-서-남쪽면 파사드마다 네 개씩 올라간
총 12개의 탑은 12사도를 나타냅니다. 성 마태오와 성 요한은 12사도이면서 또 복음사가이기도
하므로 탑을 두 개씩 갖게 될...리는 없으니 12사도 탑은 성 바오로와 성 바르나바로 대체되었죠.



가우디 생전에 완성된 부분은 동쪽면(†의 오른쪽) 탄생의 파사드(Fachada del Nacimiento)와
일부 벽면 정도였습니다. 성당 전체로 보면 주탑도 아니오 정면도 아니오 세 개의 파사드 중 하나일
뿐이지만 오랜동안 성당을 대표하는 이미지였고, '가우디가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에 힘입어 아마도
앞으로도 그 위상은 유지되지 않을까 싶군요. 어마어마한 높이에다 가우디 특유의 유기적 디자인,
뼈와 이빨을 연상하게 하는 디테일들, 세월과 풍파를 통한 색상 변화 등이 어우러진 결과 그야말로
'그로테스크'라는 단어가 그대로 형상화된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비주얼 쇼크를 선사합니다.
대략적으로 구분지어보면 조각들로 가득찬 세 개의 아치가 있고 그 뒤로 네 개의 탑이 올라섰는데
네 개의 탑은 각각 사도 마티아, 사도 바르나바, 사도 유다 타대오, 사도 시몬의 상징에 해당하며
두 번째와 세 번째 탑 사이, 중앙 아치 맨 위에는 생명의 나무가 올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또 아름답다는게 뜻밖(?)이랄까 의외의.. 아니 예정된 모순이랄까.
이름 그대로 예수의 탄생부터 세례를 지나 성장기에 있었던 중요한 장면들이 하나하나 조각되어
파사드 중앙부에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파사드 오른편은 제대가 있는 성당의 북쪽 면이죠.
비교적 작은 여러 개의 탑들 뒤로 올라가는 굵은 기둥이 아직 한참 남은 성모 마리아의 탑입니다.
이것들보다 훨씬 높을 성당 중앙의 예수 그리스도 주탑은 아직 공사 시작도 안했습니다. -,.-



파사드 왼편은 성당 회랑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의외로 창이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는데, 먼저 완성된 파사드와 정말 뚜렷한 경계를 보이는군요.



이제 성당의 반대편, 서쪽면(†의 왼쪽)의 수난의 파사드(Fachada de la Pasión)으로 왔습니다.
반대편이라는 위치와 함께 내용에서도 예수의 탄생과 예수의 죽음이라는 대칭을 이루고 있죠.
물론 가우디가 남긴 설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며 부정형 곡면이 많은 동쪽면에 비해
파사드 자체는 물론 그 안에 설치된 조각들, 파사드 위로 뻗은 탑들까지 상대적으로 직선적인
특질을 강하게 보여 양쪽 면이 같은 성당이 맞나 싶을만큼 판이한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사드 위 좌우로 길게 뻗은 문자판에 새겨진 라틴어 글귀는 "Iesus Nazarenus Rex Iudlorum".
흔히 "INRI"로 줄여 표현되는, 목판에 씌어져 예수 그리스도가 처형된 십자가 위에 걸렸던
"나사렛 예수, 유대인들의 왕"이라는 문장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관계된 여러 장면들을 표현한 조각은 카탈루냐 출신의 조각가,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Josep Maria Subirachs)의 감독과 주도 아래에 진행되었습니다...마는
직선적이고 모던한 그의 조각들이 과연 성당에 어울리느냐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하죠.
중앙의 문 바로 위, 예수의 얼굴을 닦은 천을 들고있는 성녀 베로니카 옆 로마 병사들의 투구를
카사 밀라 굴뚝의 형태에서 따오는 등 가우디의 디자인 요소들을 반영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는데
그 옆으로 가우디의 얼굴을 가진 이를 등장시켜 그를 성인처럼 묘사하거나 (하늘색 화살표)
아래편 문 옆, 예수에게 입맞춤하는 유다 옆에 어떤 방향으로 더해도 33(수난 당시 예수의 나이)
이 되도록 숫자를 배열한 매직 스퀘어를 넣는 등 잡다하거나 오바같은 구석도 확실히 있습니다.



문 오른편에서 모포를 뒤집어쓰고 있는 이는 당시 로마인의 추궁에 예수를 부정했던 성 베드로.
어쨌든 이 파사드 하나에만 국한해서 본다면 꽤 훌륭한 모던 조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마는...



이것이 성당 전체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하나로 녹아들 수 있을 것인지는 마지막 남은 남쪽면,
영광의 파사드(Fachada de la Gloria)가 어떤 모양으로 완성되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여태 바깥, 그것도 좌우측 문에서만 맴돌았군요. 이제 성당 안으로 들어가보도록 합시다.
성당 내부로 들어왔을때 저는 세 가지에서 크게 놀랐는데, 첫째는 고딕 양식을 가진 외관과 달리
내부가 매우 모던한 양상을 띈다는 것, 둘째는 역시 외부 인상이나 크기로 짐작했던 것에 비해
내부 채광이 매우 좋다는 것, 셋째는 주요 기둥들이 마치 나무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여러 가지로
갈라져 각각의 구조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높이 솟은 건축물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한 이 특이한 구조의 원형은 사실 카사 밀라의 다락에서
먼저 보았던 것인데, 천장에 가늘고 긴 금속 체인을 여러개 매달아 얻어진 포물선들의 다중 구조를
아래위로 뒤집어 건축물의 모형이자 힘을 지탱할 기둥의 골격으로 삼은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구엘 성당도 -아마도 연습 삼아- 이러한 구조로 설계되었으나 미처 완성되지 못했죠.



그리하여 나무처럼 위로 가지가 벌려진 이 특이한 기둥들 덕에 성당 내부는 마치 울창한 숲 속과도
같은 매우 인상적인 광경을 연출합니다. 여기에는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색유리도 한 몫 하는데
아침에 해를 받는 동쪽편은 이렇게 푸른색 위주인 반면...



저녁에 해를 받는 서쪽편은 이렇게 붉은색조여서 또 다른 느낌을 주고요.
마치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엘프의 숲과도 같은.



성당 북쪽의 중앙 제대에는 이렇게 십자고상이 공중에 매달려 있고...



그 왼편인 서쪽 문 위에는 성모 마리아의 상이,



그 오른편인 동쪽 문 위에는 성 요셉의 상이 중앙의 예수를 바라보며 배치됨으로써
성당의 이름인 성가족(사그라다 파밀리아)을 완성합니다.

사실 성당 바깥의 수많은 탑들을 보면 가우디는 성가족의 의미를 확장하여 이 세 명은 물론
예수 그리스도의 주요 제자들까지 대상을 넓혀 하나의 큰 가족으로 본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어쨌든 바깥에 성 요셉의 탑은 없으므로 내부에마저 없었더라면 매우 섭섭하실 뻔했습니다?



천국에 있다는 생명의 나무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화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비록 사전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긴 했어도 충분히 인상적인 광경.



성당 안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양쪽 파사드의 탑 위로 올라갈 수 있는데 저는 당연히(...)
동쪽 탄생의 파사드를 택했습니다. 그러나 공간은 좁고 앞에선 안움직이고 뒤에선 계속 오고;;;
파사드 꼭대기를 장식하는 생명의 나무로군요. 파란 나무에 붉은 십자가, 흰 비둘기까지
색상을 가지고 있다는게 의외인데, 현재 각 탑들의 꼭대기에 올라간 장식들도 색이 입혀져있고
가우디도 애시당초 알록달록 색색가지 색상이 입혀진 화려한 모습으로 구상했다 하니
훗날 언젠가 완성된 성당의 인상은 지금과 상당히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바르셀로나 시가지. 뭐 견줄 무언가가 전혀 없는 압도적인 원톱이로군요.
설계상 주탑의 높이는 170 미터로 그대로 완성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의 자리를 얻게되며
인근 몬주익 언덕보다는 1 미터 낮게 되는데, 신이 만든 것보다 높아서는 안된다는 의도라 합니다.



언젠가 스페인 여행의 붐이 인지 오래라 저보다 앞서 저보다 자세히 보고오신 분들도 많으시겠고
워낙 유명한 건축물이다보니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이나 자료도 많아 찾아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성당 여행을 하나의 테마로 삼는 저로서도 빼먹을 수 없는 부분이다보니 기억의 보존(...)을 위해
어설프게나마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하였습니다.

사실 저로서는 무지막지한 규모와 하염없는 건축 기간이라는 두 요인을 제외하고 본다면,
과연 이것이 가우디의 최고작이자 인류 건축사의 불가사의이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성당인가에
대해 저로서는 여전히 수긍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건축의 역량을 가진 한 인간이 스스로의 재능을
온전히 신에게 돌리기 위해 삶의 대부분을 바쳐 만들어내었던 전세계의 여러 숭고한 종교 건축물들
중 하나이자 그 마지막 대열에 서있는 성당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언젠가 정말 완성된다면 다시 와서 보고싶지만 그게 과연 2026년까지 될지 어떨지..??

바르셀로나의 건축 투어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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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두드리자 2018/03/03 21:34 # 삭제 답글

    2026년이면 셋 중 하나로 결론이 나겠죠. 완성, 훼손, 공사중.
    부디 훼손만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 glasmoon 2018/03/05 20:45 #

    가우디 생전에 완성된 부분에 감히 손을 대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세상일 알 수 없긴 하군요. ^^;
  • 알렉세이 2018/03/04 22:46 # 답글

    남은 걸 어떻게 8년만에... 절레절레
  • glasmoon 2018/03/05 20:46 #

    어찌어찌 8년만에 완성한다 해도...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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