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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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의 행성으로 by glasmoon



70년대 오리지널 시리즈의 팬이 아니고, 68년의 전설적인 1편도 역사적인 영화로만 보는 입장에서
의외로 마음을 빼앗겨버렸던 "혹성 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블루레이 세트가 발매되었습니다.
같은 구성의 스틸북 패키지와 가격 차가 없어서 비싼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가격 자체로는 충분히 저렴한 편이고, 그 중에서도 스틸북 패키지가 더욱 저렴했다고 봐야겠죠?

1편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흥미롭네', 3편이 끝났을 때는 '그럭저럭 잘 마무리했군' 정도였으므로
제가 이 시리즈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또 블루레이까지 구입하게 된 건 전적으로 2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인원 세계에서 인간이 겪는 이야기'였던 68년작, 이를 뒤집어 '인간의 세계에서 유인원이 겪는
이야기'였던 리부트 1편 등 이 시리즈는 일관되게 인간과 유인원 두 집단의 대립 구도로 진행되는데
리부트 2편 "반격의 서막"에서는 집단 사이의 대립보다 유인원 사회의 성립에 방점이 찍혀있으며
가장 큰 갈등 또한 인간과 유인원 간이 아니라 유인원 집단의 내부에서 발생합니다.
게다가 양 집단에 걸쳐 모든 주요 인물과 유인원들이 저마다의 선의와 저마다의 정의를 가지고,
파국을 피할 기회와 중재자 또한 있었음에도 결국 위태로운 칼날 위를 걷다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는
다분히 셰익스피어식 비극과 닮은 부분이 있기에,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도 로한 파트를 이유로
2부 "두 개의 탑"을 가장 좋아하는 누군가는 제대로 취향 저격을 당한 셈이었죠. 쿨럭쿨럭~

이렇게 다분히 이질적인 구도와 복잡한 갈등 구조에도 불구하고 준수하게 완성된 영화의 뒤에는
감독 맷 리브스의 연출 아래 충실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을 맡아 연기한
뛰어난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습니다.


제가 좀 구식이라 CGI로 가공된 가상 캐릭터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남아있는 편이긴 하지만
제작 과정을 보니 이건 모션 캡처라는 미적지근한 단어로는 때울 수 없는 연기 그 자체더구만요.
오스카 주연상을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않을 이 분야의 인간문화재 앤디 서키스야 두말할 것도 없고
찌질한 라이벌로 시작했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최고의 조력자로 거듭나는 로켓 역할과 함께
유인원 연기 지도를 맡았던 테리 노터리, 오랑우탄 모리스 역으로 중심을 잡았던 카린 코노발,
그리고 순수함과 잔혹함의 양 극단을 오가는 코바 역 토비 켑벨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강력한 안티테제이며 더이상 등장하지 않는 3편 "종의 전쟁"에서도
이름만으로 존재감을 내뿜는 코바는 주인공인 시저와 함께 오래도록 기억될 CGI 캐릭터로 남겠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진화..." 이후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와 주연 제임스 프랭코가 하차한 것은
시리즈 전체에 실보다 득이 많았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명백히 주인공이었던 프랭코가 물러나면서
이후의 이야기가 온전히 시저에게 집중될 수 있었고, 그것이 리부트 시리즈에게 독자적인 색채와
결을 부여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2010년대에 이르러 소재의 고갈인지 기술의 과신인지 과거의 유산을 되살리는 시도가 부쩍 늘어난,
그러나 수준 이하와 함량 미달로 원작 모독이라는 쓴소리를 듣기 일쑤인 현재의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물게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성공한 모범적인 사례로 기억될 "혹성 탈출" 리부트 트릴로지!
뭐 시저 이후의 뒷이야기를 또 만든다는 소식도 있던데 그 쪽도 잘 될라나~


덧글

  • kaushal 2018/03/07 05:21 # 삭제 답글

    A great information regarding the above mentioned THE PLANET OF AN APE. Really appreciable.
  • glasmoon 2018/03/08 15:25 #

    Thank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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