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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 by glasmoon

성당 여행;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 대성당


최대 도시 바르셀로나를 포함하여 비교적 해안 저지대에 해당하는 카탈루냐 지방입니다마는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50 킬로미터쯤 올라가면 괴수의 등뼈마냥 삐죽삐죽 줄지어 솟아오른
험준한 산을 만나게 되니, 최고봉 1,236 미터를 자랑하는 몬세라트(Montserrat) 산입니다.
이름은 카탈루냐어로 '톱니(saw)의 산(mountain)'이라는 뜻이라고.



가까이에서 보면 정말 톱니마냥 찔려 죽을 정도는 아니고 풍화를 거쳐 둥그스름한 모양이지만
평원 가운데 급격하게 치솟은 형태라 만에 하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뼈를 찾기도 힘들겠군요.



산에 비교적 쉽게 올라가는 방법은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있는데 저는 산악열차를 골랐습니다.
이유는 그저 아침 첫 차가 열차 쪽이 빨라서..;;
앞뒤 두 량의 객차 사이에 낀 가운데 작은 칸이 동력차이고, 동력차의 구동륜이 좌우 레일 사이
톱니 모양 제3의 레일을 물고 움직여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는 방식이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한참을 올라가면...



산 정상 부근의 고풍스러운 건물 앞에서 내리게 되니, 이곳이 몬세라트 수도원입니다.
카탈루냐어로 Monestir de Santa Maria de Montserrat, 즉 몬세라트의 성모 마리아 수도원.
전설에 따르면 9세기에 성립되었다는 이 수도원은 이슬람 지배 시기와 나폴레옹 전쟁, 내전 등
스페인의 굵직한 고난을 함께 하며 카탈루냐의 가톨릭 성지이자 종교적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길을 따라 광장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왼편 벽에서 아주 모던한 형태의 성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각진 모양이 어째 낯이 익죠?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수난의 파사드를 조각한 수비라치의 작품입니다.



성당은 전쟁을 겪으며 파괴와 복원을 반복했고,
현재의 모습은 1968년 수도원의 새로운 정면이 완성되면서 갖추어졌습니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지역색과 음악으로 유명하지만 풍광 역시 전세계 톱 클라스 겠군요;;



근대화 이전 험준한 산꼭대기에 이런 대규모 건축물을 세우게 만든 신앙의 힘이란;;;



새로이 완성된 정면 건물을 구경하고...



그 아래의 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몬세라트 성당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엄숙한 분위기의 성전 내부가 의외로 크고 화려하다는데서 살짝 놀라게 되는군요.



여러 예술품으로 장식된 중앙 제대 주위를 보다보면 그 뒤 2층의 밝은 방이 보이는데...



그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성전 입구에서부터 별도의 통로를 거쳐야 합니다.
엄청나게 공들인 대리석 조각들과 이콘들로 장식된 이 계단을 오르면...



이 성당과 수도원의 기원이자 존재 이유인 검은 성모상(Virgen de Montserrat)를 만나게 됩니다.
''Negra Sum Sed Formosa" (I am Black, but Beautiful) 이라는 문구로 대변되는 이 목상은
880년경 몬세라트 산에서 비추는 빛을 보고 찾아간 목동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어째서인지 너무 무거워져 옮길 수가 없어 발견된 위치에 예배당을 지었다고 하죠.
예수를 안은 모습으로 오른손에 구체(지구)를 들고 있는 성모상은 투명한 관에 넣어져 보호되나
오른손의 구체만큼은 순례객이 만질 수 있도록 구멍을 통해 노출되어 있습니다.



성모상의 시선으로 내려다본 성당 내부. 본래 목적은 신도들이 올려보기 위함이겠지만요. ^^



돌아나가는 출구에는 역시 피부색이 짙게 묘사된 성모 마리아가, 스페인답게 타일화로 만들어져
순례자들의 기도를 받고 있습니다.



검은 성모상도 참배했으니 이제 수도원 주위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주위의 코스는 크게 셋으로
위로 더 올라가 산 정상 부근을 공략(?)하는 루트, 수도원과 비슷한 높이로 구성된 길을 따라
산 호안의 십자가까지 가는 루트, 그리고 아래쪽으로 내려가 예배당을 찾아가는 루트가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라 상행 푸닌쿨라는 운행하지 않으므로 기본 코스인 예배당을 택하는 것으로.



사실상 엘리베이터(...) 취급인 가파른 푸닌쿨라를 내리면 1.5 킬로미터 정도를 걷게 됩니다.
이 곳의 경치는 다시 보아도 여러 의미로 끝내주는군요. 오른쪽 절벽 중간에 십자가가 보일런지?



이정표가 되는 십자가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십자가에 이르러 올려다본 수도원. 의외로 꽤나 많이 내려왔었군요. 나중 얘기지만 주변 코스
두 번째인 산 호안의 십자가는 고도가 수도원과 비슷하여 산과 수도원이 함께 어우러지는 기막힌
뷰를 자랑한다는데... 거듭된 무리한 일정의 결과 일행의 발목에 탈이 나 불발되었습니다. ㅠㅠ



예배당까지 걷는 과정에는 마치 성당에 있는 십자가의 길 마냥 중요한 장면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요소마다 장식되어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습니다. 차이라면 십자가의 길은 예수의 수난을
표현한 14처이지만 이곳은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 성모의 승천까지 포함한 11처라는 것.



그 하나하나가 모두 카탈루냐와 스페인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만들었을 터이나,
가장 돋보이는 것은 예수의 부활을 묘사한 이것입니다. 인상적이어서 나중에 찾아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가우디의 디자인이라는군요. 물론 조각은 다른 조각가가 했습니다만.



이 길의 끝은 작은 건물로 이어지니...



이곳이 산타 코바(Santa Cova de Montserrat, 몬세라트의 신성한 동굴)입니다.



검은 성모상이 처음으로 발견된 곳이죠. 원본은 수도원으로 옮겨졌으므로 여기에 있는 것은
복제품이며, 성모상에 대한 공경과 함께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을
비롯한 중남미 여러 나라에 보내졌습니다.



이제 다시 부지런히 길을 되돌아 성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 중
하나로 알려진, 몬세라트 소년 합창단의 노래를 매일 정해진 시각에 들을 수 있거든요.



연주가 단 두 곡 뿐이어서 아쉬웠지만 나머지는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것으로;;



수도원 바깥의 절벽 쪽 공원에도 여러 예술 작품들이 장식되어 있네요. 아마도 개중 가장 유명할,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알려진 Monumento a Ramon Llull 또한 수비라치의 작품입니다.
벼랑 끝에 놓인 작품에 자꾸 올라가는 사람이 많으니 주위에 철망을 쳐버린 듯. -,.-



오랫동안 냉담이면서 종교적 의미보다 건축에 대한 호기심에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누구에게조차
무언가 색다른 떨림이 전해졌던 몬세라트 수도원이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스페인 여행 포스팅도, 스페인의 성당 답사 포스팅도 이제 막바지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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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nat 2018/03/07 22:13 # 답글

    아... 사진 넘나 잘 보고 갑니다. 사실 저도 몇년 전에 몬세라트에 다녀왔었는데 (혼자 톱니바퀴같은 뒷산 오르다가 길 잃어서 경사진 곳에서 구르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 때 약간 여행 권태기(?)같은 게 와서 멋있는 것도 모르고 구경했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다른 분의 시선으로 찍은 사진을 보니 왤케 멋지고 아름다운 것인지... 아... 예전 사진을 다시 꺼내봐야겠어요...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네요.
  • glasmoon 2018/03/08 15:27 #

    스스로 상태가 좋아야 여행도 좋고 즐거운 것이겠죠? 이렇게 몬세라트를 재발견(?)하셨다니 제가 기쁩니다. ^^
  • 두드리자 2018/03/07 23:24 # 삭제 답글

    레일이 3개 있는 산악열차라... (쳐다본다)
    그런데 저 검은 성모상은 누가 만들어 놓았을까요?
  • glasmoon 2018/03/08 15:30 #

    자세한걸 알 수 없으니 전설(...)이라는 것일텐데, 이슬람 점령기에 박해를 피해 산으로 숨어든 누군가(...)겠죠? 아마도;
  • 이요 2018/03/08 10:38 # 답글

    이렇게 사람없는 몬세라트는 첨 봐요. 일찍 가서 사람이 없었던 건지, 아님 사람을 피해서 사진을 잘 찍으신 건지 궁금하네요. 저는 줄이 길어 성모상 손 만지는 건 애저녁에 포기했더랬는데....^^
  • glasmoon 2018/03/08 15:31 #

    성수기엔 인파가 어마어마한 모양이군요! 하긴 워낙 알려진 관광지이기도 하니;;
    제 경우는 오로지 겨울 비수기 + 아침 첫차의 덕입니다!
  • 위장효과 2018/03/08 20:47 # 답글

    케이블카 아니면 역시 레일걸어서 올라가기가 등반열차의 정석...

    아토스 산의 정교회 수도원들도 "도대체 어떻게 저런 곳에다가 건물을 지었지?"싶은데 여기도 거기 못지 않네요.(하긴 동아시아의 절이나 도교 사원중에도 "도대체 얼마나 사람을 굴렸기에 저기다 저런 걸 지었냐?" 싶은 게 많죠^^)
  • glasmoon 2018/03/09 18:24 #

    난이도 높아보이는 사원은 아시아권에 훨씬 많을 법한데, 석조 건물이냐 목조 건물이냐의 차이도 영향이 있을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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