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 갈발디의 칼집

얕게 파면 의외로 재미있는(??), 반다이도 가끔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건프라의 설정 이야기!
아 가끔이 아니라 악의 근원인가;; 하여간 오늘은 HGUC 신상으로 예고된 갈발디 베타입니다. ^^

지난번 포스팅에서 말씀드린대로 최악에 가까운 모크업을 선보여 사람들을 경악시키더니만
의외로 작례 공개에서는 말끔하게 고쳐놓고는 또 HGUC답지 않은 여러 기믹까지 포함시켜
바잠 이후로 간만에 아저씨들이 좋아할, 기합 빡 들어간 제품으로 떠오른 갈발디 베타!
근데 그 기믹 중에 어깨 장갑을 열고 사벨을 수납하는 걸로 보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왕년 대백과 시리즈를 마르고 닳도록 거듭 보았던 분들은 대부분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갈발디 베타의 사벨은 원래 백팩에 수납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GM 시리즈처럼 노출되지 않고
백팩 안에 들어가 있다가 필요할 때 팝업식으로 튀어나오는 방식이었죠.
이렇게 디자인된 이유야 알 도리가 없으나 결과적으로 갈발디 베타가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정돈되는데 일조했고, 훗날 요란한 장식과 함께 대출력 무장으로 교체한 가즈 L/R에서는
두꺼운 손잡이의 하이퍼 빔 사벨이 백팩 좌우 귀퉁이에 노출식으로 탑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작중 묘사로 인해 논란의 불씨가 지펴졌으니, 파일럿 라이라와
함께 활약한 "제타 건담" 시리즈 7화를 통해 어깨에서 사벨을 뽑는 것처럼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이 논란의 장면을 프레임 단위로 돌리면서 중요한 커트들을 추려내보면 위와 같습니다.

1) 건담 Mk-II의 견제용 발칸 사격이 갈발디의 오른쪽 어깨 장갑에 적중한다.
2) 갈발디의 피탄한 오른쪽 어깨의 최종 장갑이 떨어져나가며 내부가 드러난다.
3) 떨어져나간 장갑은 완전히 분리되었으며 갈발디는 오른팔을 든다.
4) 오른손을 백팩 근처로 가져간다.
5) 백팩의 홀더에서 빔 사벨이 사출된다.
6) 오른손으로 튀어나온 빔 사벨을 잡고 날을 형성한다.

하나하나 정리하면 이렇지만, 영상 원본으로 보면 화면이 워낙 어둡고 순서가 절묘한데다
동작 진행도 빨라 마치 어깨에서 뽑는 것처럼 보였고, 지금과 같은 고화질 영상과 재생 기기가
없던 시절이니 왕왕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는데...

문제는 뜻밖에도 20년 뒤, 반다이 스스로에 의해 걷잡을 수 없게 커져버렸습니다.
극장판 1부 "별을 잇는 자"에서 시간 관계상 라이라와의 전투와 대기권 돌입 전투가 합쳐지며
건담 Mk-II와 갈발디 베타의 싸움이 새로 그려졌는데, 예고편에도 삽입된 예의 '돌려차기' 이후
둘의 접근전을 묘사하면서 TV 시리즈의 그 장면을 그대로 가져와 새끈하게 새로 그린다는 게
작화 감독이 설정에 무지했던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이쪽으로 바꿔보려 했던 것인지
정말 어깨에서 사벨을 뽑는 걸로 해버린 겁니다. 허공에 총질하는 Mk-II는 덤.

덕분에 이후 갈발디 베타를 다룬 여러 작례에서 어깨의 사벨 수납 재현은 필수 코스가 됩니다.
(작례 무단 인용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번 HGUC 키트를 통해 공인화의 길을 걷겠죠.
그러나 어깨 안팎의 구멍은 다른 장면의 기동 묘사에서 보듯 자세 제어용 노즐임이 분명한 바,
이런걸 받아들이기 싫은 꽉 막힌 아저씨는 '저건 패러렐 극장판일 뿐인걸' 하며 정신 승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