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누가 먹여살리나

잠시 바깥의 몬세라트에서 쉬었죠? 다시 바르셀로나의 화려한 그라시아 거리로 돌아왔습니다.
일전에 소개했던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Casa Batlló)로 지금까지도 워낙 유명한 장소이긴 한데,
사실 카사 바트요과 함께 유명 건축가의 건물 세 동이 모여 자존심 대결을 펼친 곳이기도 합니다.

오른쪽 끝은 너무나 유명한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

그 왼편에 붙어있는 조제프 푸치(Josep Puig i Cadafalch)의 카사 아마트예르(Casa Amatller),

블록의 왼쪽 끝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의 카사 레오 모레라(Casa Lleó-Morera)까지...

사실 그 사이에 엔리크 상니에(Enric Sagnier i Villavecchia)의 카사 무예라스(Casa Mulleras)도
있는데 인지도에서 밀리는지 상대적으로 언급은 덜 되는 편이더라구요.
20세기 초 모더니즘 건축의 열풍이 분 바르셀로나에서 특히 쟁쟁한 이름들이 모인 이 블록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세 여신이 격돌하여 트로이 전쟁을 야기한 불화의 황금 사과에 빗대어
'불화의 거리(Manzana de la discordia)'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쌓이며 드높여진 이름과 함께, 현재 그중 가장 알려진 곳은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지만
당시 바르셀로나 건축 대회에서 수상한 곳은 카사 레오 모레라. 가우디의 스승이자 동료, 라이벌로
알려진 루이스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Lluís Domènech i Montaner)의 작품이었죠.

카사 레오 모레라는 현재 사적인 건물이라 함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내부가 이렇다네요.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모더니즘 건축의 주도자 중 한 명인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는
특히 색유리나 타일 등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는데 특기를 보였던 모양입니다.

몬타네르의 대표작이라면 산 파우 병원(Hospital de la Santa Creu i Sant Pau)이 첫 손가락으로
꼽힙니다.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정북쪽으로 1 킬로미터 정도 걸어 올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병원은 중세부터 이어진 병원 여섯 곳이 통합되어 15세기에 설립된 유서깊은 곳으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건축을 추진한 새로운 건물의 설계를 맡은 이가 바로 몬타네르였죠.
정면에서 보이는 본부 건물은 병원의 극히 일부여서, 바르셀로나 거리 북쪽 사방 300 미터의
한 블록 전체를 스물 일곱 동의 크고작은 건물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이 병원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00년 이후 새 대형 건물이 추진되어
병원으로서의 기능은 대부분 이관된 이후 2014년 박물관 및 문화 센터로 탈바꿈하였습니다.
방문객은 지하로 입장하게 되는데, 환자 이송을 위해 모든 건물에 연결된 하얀 지하 복도를 보니
비로소 이곳이 병원이었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지상 출구를 겸하고 있는 건물은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의 작은 박물관을 겸하고 있어서
이 병원은 물론 그가 설계한 다른 건축물들의 특징과 설계 요소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왼편 패널에 들어간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는 위에 몬타네르의 초상 사진에서도 배경이 되었던,
나중에 나올 카탈루냐 음악당의 콘서트홀 천장입니다.

중앙 광장으로 나오니 병원의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함을 깨닫게 되면서, 한편 이렇게 큰
단지를 당대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만들려면 대체 자금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짐작도 안되는군요.

카탈루냐 역사 박물관에 있다는 모형 사진을 잠시 빌려왔습니다.
구 병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모던 건물이 이 정도가 됩니다.
맨 앞은 입구에서 보았던 본부 건물, 제가 현재 서있는 곳은 그 뒤의 십자가 근처겠네요.

좌우로 늘어선 병동들 중 오른쪽은 성인의 이름과 장식이, 왼쪽은 성녀의 이름과 장식이 붙어
처음부터 남녀가 따로 입원되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저 화려한 장식과 색감은 과연 몬타네르.

일부 건물은 출입 금지, 일부 건물은 방치된건지 공사중인지 폐허에 가까운 내부 모습이지만
일부 건물은 또 훌륭하게 복원되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면회실(아마도)이나

입원실도 20세기 초의 모습으로 되돌려진 구획이 있네요. 여기서 그냥 영화 찍어도 될 듯--;?

한 바퀴 돌아본 뒤, 처음에 지하로 스쳐지나간 본부 건물로 들어왔습니다.
무심코 보면 종교 건축물처럼 보일, 병원이 이래도 되나 싶은 화려함이 뿜어져 나옵니다.

귀족의 성과도 같은 회전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병원이 시가지 블록의 면을 향하지 않고 모서리 쪽으로 45도 틀어져 배치된 덕분에
정문 현관 바로 위의 창문을 통해 저 멀리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을 볼 수 있습니다.
약 1 킬로미터의 거리를 두고 바르셀로나 양대 건축가의 대표작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셈인데...
이에 대해 성당이 보이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가우디가 몬타네르에게 제안했다는
카더라 썰이 있으나 확인할 수 없고, 격자식으로 블록이 촘촘하게 배열된 바르셀로나 시가지에서
원활한 통풍과 환기를 위해 방향을 틀었다는게 정설로 여겨집니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두 건축가의 대표작이 모두 성당과 병원이라는 공공 건축물이며
바르셀로나 북쪽 시가지에서 정남(성가족 대성당)과 정북(산 파우 병원)으로 마주보고 있다는 건
진실이 어떻든 간에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끔 만드는 좋은 소재가 되는군요.

저로서는 성가족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워낙 유명한데다 관련 자료나 다큐도 많이 보았기에
이미 알고 있는걸 실제로 느끼며 확인한다는 느낌이었던 것에 반해, 몬타네르의 이 산 파우 병원은
사전 조사도 없었던데다 '건축가가 지은 병원'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다소 심심한 선입견 덕분에
예상 밖의 면모에 놀라며 또 즐겁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가신다면 이곳을 꼭!

다음은 남쪽으로 내려와, 산 파우 병원과 함께 몬타네르의 양대 걸작으로 유명한 카탈루냐 음악당
(Palau de la Música Catalana)을 찾았습니다.

카탈루냐 광장 쪽에서 찾아가다보면 먼저 보게되는, 생각외로 현대적인 면모를 갖춘 서쪽면은
1980년대에 리모델링 및 확장을 거치면서 새로 추가된 부분이고...

몬타네르가 의도한 음악당의 진면목은 건물의 동쪽으로 가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맞이하는 동쪽 코너의 조각은 미구엘 블레이(Miquel Blay i Fàbregas)의 작품으로
특정 인물이 아닌 카탈루냐의 평범한 사람들을 표현하여 일반 시민을 위한 공간임을 나타냅니다.

건물을 올려다보면 붉은 벽돌로 쌓은 것은 산 파우 병원과 같으나 은근 자제(?)하였던 병원과 달리
이슬람풍 무데하르 양식과 카탈루냐 전통 양식을 결합하여 아낌없이 화려하게 치장되었습니다.
화려한 색조로 표현된 지붕 및 벽화와 함께 유명 음악가들의 흉상도 올려져 있네요.

내부 또한 화려하기 짝이 없어서, 어떤 궁전과도 같은 대기실을 통하여 계단을 올라가면
그야말로 음악당의 핵심이라 할 콘서트 홀에 들어가게 됩니다. 음악당에 공연이 없을 때라도
유료 가이드 투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데...

여행이 막바지로 가면서 빡빡한 일정이 차곡차곡 밀린 결과, 투어 시간을 맞출 수 없었습니다.
공식 사진을 통해 그냥 이렇구나 하는 것으로. ㅠㅠ

아쉬운대로 1층 로비만 둘러보아도 내부의 화려함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죠.

가장 부산스러운 카페테리아가 이정도면 뭐. -_- 가우디와 몬타네르 외 여러 건축가들이 활동했던
20세기 초 바르셀로나는 얼마나 풍요로웠던 걸까요?
이 카탈루냐 음악당은 1997년 산 파우 병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몬타네르가 남긴 흔적의 마지막은 출국일 아침에 찾았던 시우타데야 공원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세 마리 용의 성(Castell dels Tres Dragons)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이 중후한 건물은
용의 어머니를 자처하는 어떤 금발 언니가 석화한 알을 부화시켜 용을 키운 장소...일 리는 없고,
세라피 피타라(Serafí Pitarra)의 1865년작 동명 소설에서 따왔다는군요.

크진 않아도 엄연히 성의 형태를 갖춘 이 건물은 1888년 바르셀로나 세계 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뒤
고고학, 생물학, 자연과학을 다루는 박물관으로 사용되었고, 그를 나타내는 방패 모양의 흰 장식이
건물 상단을 한 바퀴 감고 있습니다. 스페인 내전 당시 피해를 입었다가 1980년대에 복원된 뒤
카탈루냐 자연과학 박물관의 동물학 부문을 전시하고 있었다는군요. 지금은 비어있는 듯?
여기까지 가우디의 좋은 스승이자 동반자였고, 가우디처럼 그 이상의 단계로 나아가진 않았지만
카탈루냐 모더니즘 건축을 주도하며 완성시켰던 루이스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의 몇몇 작품들을
간략히 돌아보았습니다. 음 이렇게까지 건물 보러 바르셀로나에 간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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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바깥의 몬세라트에서 쉬었죠? 다시 바르셀로나의 화려한 그라시아 거리로 돌아왔습니다.
일전에 소개했던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Casa Batlló)로 지금까지도 워낙 유명한 장소이긴 한데,
사실 카사 바트요과 함께 유명 건축가의 건물 세 동이 모여 자존심 대결을 펼친 곳이기도 합니다.

오른쪽 끝은 너무나 유명한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

그 왼편에 붙어있는 조제프 푸치(Josep Puig i Cadafalch)의 카사 아마트예르(Casa Amatller),

블록의 왼쪽 끝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의 카사 레오 모레라(Casa Lleó-Morera)까지...

사실 그 사이에 엔리크 상니에(Enric Sagnier i Villavecchia)의 카사 무예라스(Casa Mulleras)도
있는데 인지도에서 밀리는지 상대적으로 언급은 덜 되는 편이더라구요.
20세기 초 모더니즘 건축의 열풍이 분 바르셀로나에서 특히 쟁쟁한 이름들이 모인 이 블록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세 여신이 격돌하여 트로이 전쟁을 야기한 불화의 황금 사과에 빗대어
'불화의 거리(Manzana de la discordia)'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쌓이며 드높여진 이름과 함께, 현재 그중 가장 알려진 곳은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지만
당시 바르셀로나 건축 대회에서 수상한 곳은 카사 레오 모레라. 가우디의 스승이자 동료, 라이벌로
알려진 루이스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Lluís Domènech i Montaner)의 작품이었죠.

카사 레오 모레라는 현재 사적인 건물이라 함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내부가 이렇다네요.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모더니즘 건축의 주도자 중 한 명인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는
특히 색유리나 타일 등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는데 특기를 보였던 모양입니다.

몬타네르의 대표작이라면 산 파우 병원(Hospital de la Santa Creu i Sant Pau)이 첫 손가락으로
꼽힙니다.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정북쪽으로 1 킬로미터 정도 걸어 올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병원은 중세부터 이어진 병원 여섯 곳이 통합되어 15세기에 설립된 유서깊은 곳으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건축을 추진한 새로운 건물의 설계를 맡은 이가 바로 몬타네르였죠.
정면에서 보이는 본부 건물은 병원의 극히 일부여서, 바르셀로나 거리 북쪽 사방 300 미터의
한 블록 전체를 스물 일곱 동의 크고작은 건물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이 병원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00년 이후 새 대형 건물이 추진되어
병원으로서의 기능은 대부분 이관된 이후 2014년 박물관 및 문화 센터로 탈바꿈하였습니다.
방문객은 지하로 입장하게 되는데, 환자 이송을 위해 모든 건물에 연결된 하얀 지하 복도를 보니
비로소 이곳이 병원이었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지상 출구를 겸하고 있는 건물은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의 작은 박물관을 겸하고 있어서
이 병원은 물론 그가 설계한 다른 건축물들의 특징과 설계 요소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왼편 패널에 들어간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는 위에 몬타네르의 초상 사진에서도 배경이 되었던,
나중에 나올 카탈루냐 음악당의 콘서트홀 천장입니다.

중앙 광장으로 나오니 병원의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함을 깨닫게 되면서, 한편 이렇게 큰
단지를 당대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만들려면 대체 자금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짐작도 안되는군요.

카탈루냐 역사 박물관에 있다는 모형 사진을 잠시 빌려왔습니다.
구 병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모던 건물이 이 정도가 됩니다.
맨 앞은 입구에서 보았던 본부 건물, 제가 현재 서있는 곳은 그 뒤의 십자가 근처겠네요.

좌우로 늘어선 병동들 중 오른쪽은 성인의 이름과 장식이, 왼쪽은 성녀의 이름과 장식이 붙어
처음부터 남녀가 따로 입원되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저 화려한 장식과 색감은 과연 몬타네르.

일부 건물은 출입 금지, 일부 건물은 방치된건지 공사중인지 폐허에 가까운 내부 모습이지만
일부 건물은 또 훌륭하게 복원되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면회실(아마도)이나

입원실도 20세기 초의 모습으로 되돌려진 구획이 있네요. 여기서 그냥 영화 찍어도 될 듯--;?

한 바퀴 돌아본 뒤, 처음에 지하로 스쳐지나간 본부 건물로 들어왔습니다.
무심코 보면 종교 건축물처럼 보일, 병원이 이래도 되나 싶은 화려함이 뿜어져 나옵니다.

귀족의 성과도 같은 회전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병원이 시가지 블록의 면을 향하지 않고 모서리 쪽으로 45도 틀어져 배치된 덕분에
정문 현관 바로 위의 창문을 통해 저 멀리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을 볼 수 있습니다.
약 1 킬로미터의 거리를 두고 바르셀로나 양대 건축가의 대표작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셈인데...
이에 대해 성당이 보이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가우디가 몬타네르에게 제안했다는
카더라 썰이 있으나 확인할 수 없고, 격자식으로 블록이 촘촘하게 배열된 바르셀로나 시가지에서
원활한 통풍과 환기를 위해 방향을 틀었다는게 정설로 여겨집니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두 건축가의 대표작이 모두 성당과 병원이라는 공공 건축물이며
바르셀로나 북쪽 시가지에서 정남(성가족 대성당)과 정북(산 파우 병원)으로 마주보고 있다는 건
진실이 어떻든 간에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끔 만드는 좋은 소재가 되는군요.

저로서는 성가족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워낙 유명한데다 관련 자료나 다큐도 많이 보았기에
이미 알고 있는걸 실제로 느끼며 확인한다는 느낌이었던 것에 반해, 몬타네르의 이 산 파우 병원은
사전 조사도 없었던데다 '건축가가 지은 병원'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다소 심심한 선입견 덕분에
예상 밖의 면모에 놀라며 또 즐겁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가신다면 이곳을 꼭!

다음은 남쪽으로 내려와, 산 파우 병원과 함께 몬타네르의 양대 걸작으로 유명한 카탈루냐 음악당
(Palau de la Música Catalana)을 찾았습니다.

카탈루냐 광장 쪽에서 찾아가다보면 먼저 보게되는, 생각외로 현대적인 면모를 갖춘 서쪽면은
1980년대에 리모델링 및 확장을 거치면서 새로 추가된 부분이고...

몬타네르가 의도한 음악당의 진면목은 건물의 동쪽으로 가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맞이하는 동쪽 코너의 조각은 미구엘 블레이(Miquel Blay i Fàbregas)의 작품으로
특정 인물이 아닌 카탈루냐의 평범한 사람들을 표현하여 일반 시민을 위한 공간임을 나타냅니다.

건물을 올려다보면 붉은 벽돌로 쌓은 것은 산 파우 병원과 같으나 은근 자제(?)하였던 병원과 달리
이슬람풍 무데하르 양식과 카탈루냐 전통 양식을 결합하여 아낌없이 화려하게 치장되었습니다.
화려한 색조로 표현된 지붕 및 벽화와 함께 유명 음악가들의 흉상도 올려져 있네요.

내부 또한 화려하기 짝이 없어서, 어떤 궁전과도 같은 대기실을 통하여 계단을 올라가면
그야말로 음악당의 핵심이라 할 콘서트 홀에 들어가게 됩니다. 음악당에 공연이 없을 때라도
유료 가이드 투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데...

여행이 막바지로 가면서 빡빡한 일정이 차곡차곡 밀린 결과, 투어 시간을 맞출 수 없었습니다.
공식 사진을 통해 그냥 이렇구나 하는 것으로. ㅠㅠ

아쉬운대로 1층 로비만 둘러보아도 내부의 화려함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죠.

가장 부산스러운 카페테리아가 이정도면 뭐. -_- 가우디와 몬타네르 외 여러 건축가들이 활동했던
20세기 초 바르셀로나는 얼마나 풍요로웠던 걸까요?
이 카탈루냐 음악당은 1997년 산 파우 병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몬타네르가 남긴 흔적의 마지막은 출국일 아침에 찾았던 시우타데야 공원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세 마리 용의 성(Castell dels Tres Dragons)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이 중후한 건물은
용의 어머니를 자처하는 어떤 금발 언니가 석화한 알을 부화시켜 용을 키운 장소...일 리는 없고,
세라피 피타라(Serafí Pitarra)의 1865년작 동명 소설에서 따왔다는군요.

크진 않아도 엄연히 성의 형태를 갖춘 이 건물은 1888년 바르셀로나 세계 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뒤
고고학, 생물학, 자연과학을 다루는 박물관으로 사용되었고, 그를 나타내는 방패 모양의 흰 장식이
건물 상단을 한 바퀴 감고 있습니다. 스페인 내전 당시 피해를 입었다가 1980년대에 복원된 뒤
카탈루냐 자연과학 박물관의 동물학 부문을 전시하고 있었다는군요. 지금은 비어있는 듯?
여기까지 가우디의 좋은 스승이자 동반자였고, 가우디처럼 그 이상의 단계로 나아가진 않았지만
카탈루냐 모더니즘 건축을 주도하며 완성시켰던 루이스 도메니크 이 몬타네르의 몇몇 작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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