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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성당 by glasmoon

성당 여행;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 대성당

바르셀로나에서, 그리고 스페인에서 찾아보았던 마지막 성당, 바르셀로나 대성당입니다.



정식 이름으로 '성 십자가와 성 에우랄리아 대성당(Catedral de la Santa Creu i Santa Eulàlia)'
이 되는 이 성당은 예나 지금이나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신앙의 상징이자 중심지일 터이나
가우디의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이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면서 존재감에서 밀려나
버렸다는, 유럽 가톨릭 도시의 대성당들 중에서 보기 드물게 안습한 처지가 된 곳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성당 앞 광장이 가설 상점들로 가득차는 바람에 원경을 담을 수가 없었군요.
이 고딕 성당은 1298년에 착공하여 1420년 완공되었으니 건축에 대략 120년이 걸린 셈입니다.
건축 기간이 톨레도 대성당과 겹치다보니 양식적인 면에서 닮은 부분이 많이 보이는 편이죠.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큰 특징이자 톨레도 대성당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중앙에 솟은 탑인데,
네오 고딕 양식의 이 탑은 19세기 후반에 추가된 것으로 1913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이 탑은 내부가 빈 채로 성당 천정과 연결되어 있어서 이렇게 성당 안으로 빛을 끌어들입니다.
입구는 어둡게 하고 중앙부(돔 아래)나 제대 쪽을 밝게 하여 신성성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고딕
성당과 달리 이렇게 입구를 밝게 한 경우는 저로서는 처음 보는군요.
또 현대의 성당에서 특정 지역의 문장과 상징이 이렇게 내걸린 경우도 또한 처음 보았는데,
이게 상시적인 것인지 제가 방문했던 분리독립 투표일 전후로 한시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화려함의 끝을 보여주는 톨레도 대성당이나 무지막한 너비와 기둥으로 공간을 압도하는
그라나다 대성당만큼 인상적이진 못하더라도, 고딕 성당의 규범에 충실하면서 또 이색적입니다.
중앙의 성가대석은 유료 입장이라길래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죠.
성가대석 전면에는 성당 이름의 유래가 된 성녀 에우랄리아의 순교 장면이 부조로 조각되었습니다.



성녀 에우랄리아(Santa Eulàlia)는 3세기 후반에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소녀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치하 로마의 기독교 탄압 시기에 순교한 성인 중 한 명입니다.
당시 13세였던 에우랄리아는 예리한 칼날이 가득 꽂힌 술통에 넣어진 채 내리막길에서 굴려지거나
가슴이 도려내지는 등 배교를 종용하는 로마인들로부터 13번의 가혹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굴하지
않았고, 사도 안드레아처럼 X자 모양의 십자가에 매달아도 죽지 않자 결국 참수되었습니다.
그 뒤로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 추앙받으며 바르셀로나의 수호 성인이 되었죠.
그녀의 축일인 2월 12일에는 바르셀로나 전체에서 대규모 축제가 벌어지니 지난달에도 했겠네요.



여러모로 독특한 바르셀로나 대성당에서 가장 특색있는 부분은 바로 중앙 제대입니다.
아마도 오래 전에는 있었을, 제대 뒤를 장식하는 화려한 그림이나 조각들이 대부분 배제되고
기둥과 창문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의외로 꽤나 모던한 인상을 연출함과 동시에...



제대 전면에 큼지막하게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으니...



바로 이곳에 성녀 에우랄리아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옆의 함에 동전을 넣어야 잠시 조명이 들어오더군요. 과연 장사로는 지지 않는 바르셀로나;;
물론 가난한 여행객인 제게 동전이 있을 리 없어, 누군가 넣길래 잽싸게 얻어 찍었습니다.



제단 오른편의 문을 통해 정원으로 나가면 놀랍게도 거위들이 사람들을 반겨줍니다.
성녀 에우랄리아의 순교 당시 나이와 같은 열 세 마리의 흰 거위는 그녀의 순결을 상징한다고.



수호 성인을 각별히 공경하거나 유명한 성인 또는 사도의 유해를 모신 성당도 몇 군데 보아왔지만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특히 아기자기하달까, 그래서 더욱 바르셀로나 답달까 그런 느낌이었죠.



성당을 닫기 전 빠듯한 시간에 겉핥기 식으로 한바퀴 총총 돌아보고 나오는 성당 뒤 골목에서
어떤 여성의 첼로 연주가 제 발을 잠시 세웠습니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에 쫓기며 마치 사냥하듯
찍어대는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그러나 그런 기분과 생각도 잠시 뿐,
저는 필시 다음에도 다 보겠다는 욕심으로 가득찬 30분 단위 일정을 들고 나설게 빤하니..;;

길었던 스페인 여행 포스팅도 다음이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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