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glasmoon.egloos.com

포토로그



판의 미로, 통곡의 시대 by glasmoon


세 달이나 걸린(...) 스페인 여행 정리를 돌아보면 각 도시마다 상징하는 시대가 있습니다.
그라나다는 레콘키스타와 통일 스페인의 성립을, 톨레도는 우리가 아는 스페인 제국의 전성기를,
마드리드는 근대 국가로 전환되는 스페인을, 바르셀로나는 아르누보와 카탈루냐 독립운동을
각각 드러내고 있다고 보아도 좋겠죠. 그런데 이것들을 찬찬히 연결해보면 빠진 고리가 하나
발견됩니다. 바로 20세기 중반, 내전으로부터 프랑코 독재 시기까지 이어졌던 스페인의 암흑기.


당시 모든것을 빨아들이며 피바다가 소용돌이치던 유럽에서 동떨어진 스페인 내부의 문제였기에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도 그런게 있었더라 몇 줄 짤막하게 언급만 하고 지나가는 정도였고,
제게 그 무렵 스페인의 인상이라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유명한 소설과 그것을 다시 영화로 옮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정도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일깨운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멕시코 출신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악마의 등뼈"(2001)와 그 후속편 격인 "판의 미로"(2006)였죠.


최근작 "셰이프 오브 워터"가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여전히 저에겐 최고작으로 남은 이 작품에서
아름다운 동화의 외피 안에 살과 피가 흥건한 호러 판타지를 접목한 델 토로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이야기에 더욱 무게를 부여하는 것은 판타지와 중첩되어 표현된, 그리고 그보다도 더욱 잔혹한
당시 스페인의 실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전쟁이 끝나고 이승만 또는 박정희의 독재가
약 40년간 이어졌다고 가정하면 대충 맞아들어가는건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우리나라는 수 차례의 혁명과 운동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민주화를 향하여 나아갔지만
스페인에서는 독재자 프랑코가 천수를 누린데다 현재의 복위된 왕실도 그의 손길로 만들어진만큼
현대 스페인에 드리워진 프랑코의 그림자를 걷어내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 시기에 일어났던 수많은 피와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고 사과와 용서가 이루어지는 것 또한.

어제는 대한민국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비극의 70주기 기념일이었습니다.
이념과 국가의 이름 아래 희생된 전세계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덧글

  • 노이에건담 2018/04/04 22:43 # 답글

    우리나라도 4.3을 다룬 영화 지슬이 있습니다.
    삼가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glasmoon 2018/04/05 20:52 #

    정말 '그림같은' 영화로 기억합니다. 매우 훌륭했지만... 다시 볼 엄두는 안나더군요. ㅠㅠ
  • 자유로운 2018/04/04 22:55 # 답글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glasmoon 2018/04/05 20:52 #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