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작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였던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의 블루레이를 뒤늦게 구하였습니다.
영화를 보자마자 원작 소설과 사운드트랙을 찾았던 것에 비하면 무척이나 늦어버린 셈인데
요즘 소니에서 극소량만 가져오는지 한정판이고 일반판이고 앗 하는 사이에 사라지고 없더라구요.

영화 작품 및 원작과의 비교에 대한 이야기는 개봉 당시 여러분과 함께 짤막하게 나눈 바 있는데
그때 제가 가졌던 '시간의 공시성'이라는 개념 및 그것이 영화화되면서 변질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원작자 테드 창의 견해가 매우 궁금했으나, 수록된 인터뷰가 너무 짧아 아쉬웠습니다.
영화의 성격상 당연히(?) 참여했던 언어와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왔구요.
작품을 다시 보면서, 이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자 외계 문명을 다룬 기존의 SF 영화들과의 차이는
지구 기계 문명의 연장선에 두거나 거기에 생명공학적 디테일을 추가하는 기존의 묘사와 달리
무기질과 같은 느낌에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매우 미니멀한 쪽으로 디자인과 표현이 집중된 것인데
이는 영화의 인상을 크게 좌우했던 음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악을 맡은 요한 요한손은 기본적으로 현대 음악가이자 전자 음악가임에도 이 영화에서는
전자 음향을 비롯한 인공적인 요소를 극력 배제하고 기존의 관현타악기와 거기에서 얻은 효과들,
직접 자연에서 녹음한 소리들과 인간의 음성을 가지고 구식의 아날로그적인 처리를 거침으로써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영화의 이미지 및 화면에 녹아들어가는 독특한 음악을 완성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호킹 박사를 다룬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통해 그 이름을 처음 발견하였고
"프리즈너스"를 시작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시카리오"와 이 "컨택트"에 이르러
주목할만한, 아니 한스 짐머의 장기 집권 이래 가장 떠오르는 영화음악가로 꼽았던 요한 요한손.
그가 지난 2월 9일, 48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였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블루레이 소프트를 구하는 것이 늦어져 포스팅 또한 매우 늦어졌지만 그가 남긴 것은 여전할지니
다시금 고인의 명복과 안식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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