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glasmoon.egloos.com

포토로그



극장에선 조용히 by glasmoon


대화면 TV와 고출력 앰프가 더이상 드물지 않은 시대가 되었음에도 사람들이 극장을 계속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빛과 소음이 (거의)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 들어감으로써 현대 사회의 끊임없는
외부 요인들로부터 자발적 의지로 격리되어 영상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인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내어 이야기하거나 대놓고 전화 통화를 하거나 소리내어 음식을 먹는 등
출몰하는 방해자들에게 선언하는 공익 캠페인 영화! 극장은 "조용한 곳(a quiet place)"이라고!!


살인마부터 온갖 악령과 귀신, 우주 괴물들까지 별의별 것들이 등장하고 하위 장르로 고착되면서
공포물의 미덕이란 관객을 겁주고 놀라게 하는 것보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에 있다고 믿는 바, 재작년 '빛'과 '소리'에 주목한 두 작품을 흥미롭게 경험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그 소리의 아이디어에 외계 크리처를 접목하여 극단까지 밀어붙인 작품이 등장했다.
단단한 외피와 가공할 공격력, 잽싼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인류를 포함한 육상 동물들을 도륙하며
순식간에 지구 생태계의 정점에 올라선 그들. 그러나 그들은 진화 과정에서 청각이 고도로 발달한
반면 시각은 장님과 마찬가지였으니, 살아남은 이들은 소리내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그러나 인생사 마음먹은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 어느날 빨래감을 옮기던 계단에서 무거운 자루에
걸려 세워진 못 하나가 일파만파 엄청난 일들을 초래하게 되는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얼굴을 알린 이래 전통적인 여배우의 길을 착실히 걸어오면서도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시카리오"를 통해 액션까지도 소화하는 강단있는 모습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자상한 모성과 함께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강인한 여전사 어머니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어필한 에밀리 블런트도 물론 대단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통념상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세계관 설명까지도 과감히 쳐내버리고
'소리내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 90분간 집중한 그녀의 남편 존 크래신스키의 연출에 있다 하겠다.
부부가 함께한 영화를 작업하는 일이 할리우드에 드물지 않았으되 이렇게 손발이 잘 맞는 경우가
조엘 코엔과 프란시스 맥도먼드 이래 또 있었던가? 이 정도면 부부 사기단이야~

극장 내 환기 장치가 내는 소음이 생각보다 크다는걸 깨닫게 해주는 영화.
아울러 입안에 문 팝콘과 나초를 침에 녹여 먹는 방법을 익히게 해주는 영화.
이것으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극장 침묵, 캠페인, 성공적!

참, 집안에 튀어나온 못이 있으면 바로바로 손보자. 눈 안의 들보라는게 이런 건가;;


불끄지 마 vs 숨쉬지 마

덧글

  • 로그온티어 2018/04/18 17:51 # 답글

    더더더 극장에서 보고 싶지 않은 영화군요
    잘못 소리냈다간 몰입이 꺠진 관객(괴물)이 나타나
    제 대가리를 후려쳐서 죽이고 갈테니까요
  • glasmoon 2018/04/19 19:17 #

    그 후려치는 소리에 또다른 괴물이 나타나고, 나타나고... 극장은 피바다로!?
  • 이요 2018/04/18 17:59 # 답글

    팝콘과 나초를 침으로 녹여먹는....ㅋㅋㅋㅋ
  • glasmoon 2018/04/19 19:18 #

    저는 밥을 먹은 직후라 마실 것만 들고가서 그런 참사를 면했습니다. ^^
  • 알트아이젠 2018/04/18 22:49 # 답글

    이거 볼까말까 고민입니다.
  • glasmoon 2018/04/19 19:18 #

    색다른 체험을 좋아하신다면 강추합니다!
  • 노이에건담 2018/04/19 02:17 # 답글

    Manner Maketh Man
    살아남으려면 공중도덕은 꼭 지켜야겠습니다.^^
  • glasmoon 2018/04/19 19:23 #

    Manner Saves Man!?
  • 내일공방 2018/04/20 05:59 # 답글

    이거 참신하게 봤습니다. 요즘 영화들이 설명이 많아지고 너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 반대인것 만으로도 좋았어요
    여운도 남구요
  • glasmoon 2018/04/23 21:12 #

    거두절미하고 빡 시작하는 첫 장면부터 무척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런데 그 분위기가 끝까지~ *ㅂ*
  • Ryunan 2018/04/20 11:14 # 답글

    영화는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답답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어요.

    극한 환경인데 애들에게 저렇게 유하게 대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하는 것과 대체 왜 출산을 계획한 건가...

    노이즈 디코이를 깔아두던가 강변에 살면? -_;;;
  • glasmoon 2018/04/23 21:13 #

    감독 이야기로는 이런저런 뒷설정이 있다고는 합니다만...
    뭐 '장르 영화니까 자잘한 부분들은 알아서 상상으로 채워넣어!' 라는 걸지도요. ^^;;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