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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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적의가 향하는 곳, 몬태나 by glasmoon


미국의 인디언 전쟁이 막바지로 향하던 1892년.
서부에 정착한 퀘이드 가족은 코만치 잔당의 습격을 받아 몰살당하고 아내만이 살아남는다.
퇴역을 앞둔 베테랑 조셉 블로커 대위는 도주한 아파치 일족을 추격하여 다시 요새로 잡아온다.
과거 전쟁에서 악명을 떨쳤던 샤이엔 추장 노란 매 가족은 베링거 요새에 7년째 수감되어 있다.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않은 노란 매가 고향에서 죽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접수되고,
결국 대통령의 명령서가 도착하자 요새 사령관 에이브러햄 빅스 대령은 블로커 대위로 하여금
원수와도 같은 노란 매 가족을 몬태나의 샤이엔의 성지까지 호송할 것을 명하는데...


평화로운 어느날 오후 순식간에 남편과 세 아이를 모두 잃고 정신줄을 놓아버린 여인,
전쟁에서 수많은 동료와 부하를 잃었으며 스스로도 그만큼의 원주민을 도륙했던 군인,
가장 강대하고 잔혹한 적수였으나 7년간의 포로 생활로 병을 얻어 죽음을 눈앞에 둔 추장까지
말 그대로 오월동주. 그들이 서로에게 품은 적의가 얼마나 크고 깊을지 누가 짐작할 수 있으랴.

2009년 "크레이지 하트"에서 쇠락한 컨트리 가수의 삶을 통해 제프 브리지스에게 때늦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안김과 동시에 스스로도 신진 감독으로서 이름을 알린 스콧 쿠퍼는
스스로 각본과 연출을 맡은 "몬태나"에서 10년 남짓한 시간과 함께 더욱 성숙해진 면모를 보인다.
크리스찬 베일과 벤 포스터가 출연한 서부극, 그것도 범죄자 호송 임무를 다룬다는 점에서
2008년 제임스 맨골드가 리메이크한 "3:10 투 유마"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지만
그 영화가 개인적인 이해와 공감을 다룬 변형된 무법자물이었다면 (물론 무법자물 아주 좋아한다)
스콧 쿠퍼의 이번 작품은 전쟁이 지나간 뒤 망가진 사람들의 참담한 현실과 뿌리깊은 증오, 그리고
복수에 대한 욕망으로 시작하여 여정에서 공동의 위기에 맞닥뜨리며 살아남기라는 가장 원초적인
목적을 위해 연대하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서투르게나마 용서를 구하고, 종국에는 공허한 마음을 뛰어넘는 인간애에까지 다다른다.
그러나 모든 의식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 개입하는 마지막 난관이 사유 재산의 논리라는 것은
전쟁도 이념도 자본 앞에서는 힘을 잃는 미래(즉 우리의 현실)에 대한 씁쓸한 예언이라 해야할지.

연기라면 두말할 필요 없는 크리스찬 베일과 "나를 찾아줘"이래 완전히 자리잡은 로자먼드 파이크,
그리고 어느덧 미국 원주민 출신으로는 가장 무게감 갖춘 배우가 된 웨스 스투디의 열연과 함께
피터 뮬란, 벤 포스터, 스콧 윌슨 등 단역을 마다하지않은 중량급 배우들의 묵직한 뒷받침,
그리고 스콧 쿠퍼의 차분하고 군더더기없는 연출이 어우러져 완성된 간만의 수작 서부극이자
영화의 도입부에 인용되었던대로, 폭력으로부터 시작된 미국이라는 국가가 쌓아온 역사의 회고.
그 긴 여정의 끝에서 저마다의 평화를 찾았기를.


부활의 기차는 오는가? 3:10 투 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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