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오늘이 스타워즈의 날(May the 4th)이로군요.
딱히 노린건 아닌데 고민 끝에 구입한 "라스트 제다이"의 블루레이를 막 감상 완료한 고로
작년 가장 큰 논란에 섰던 그 영화에 대해 늦게나마 몇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블루레이 타이틀이니까 알맹이에 대해 먼저 간략히 소개하자면, 뭐 "깨어난 포스"때와
마찬가지로 2 디스크 사양임에도 뭔가 의미있는 부가 내용은 여전히 없이 자화자찬의 연속이고,
촬영 끝났을때 '악의 축' 캐슬린 케네디와 제작자 램 버그만, 감독 라이언 존슨 이하 스탭들이
이게 어떤 엄청난 결과로 돌아올 줄을 모르고 희희낙락 웃으며 마냥 좋아하는 모습이라던가
언제 녹음한 건지 모르겠지만 논란이 된 장면들의 코멘터리를 들어봐도 설명이나 변명도 없고,
삭제 장면에는 안그래도 길다고 욕먹은 카지노 관련만 잔뜩 있다던가(원랜 더 길었냐!) 그렇고,
아 캡틴 파스마와 관련된 그 장면은 살아남았다면 조금은 더 캐릭터 전달에 이해가 돼렸으려나?
자기 자신의 안위밖에 모르는 무능한 지휘관이라는 평가는 더욱 강화되었겠습니다마는.
하여간 다들 최고다, 좋았다만 외치는 가운데 유일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영화가 말하는 '마지막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 역의 마크 해밀이었습니다.

루크에 대한 마크 해밀의 애정이야 익히 알려져 있는데다 기존에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으므로 이런 이야기가 새삼 놀라울 건 없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걸 듣는 기분이 좋지 않더라구요. 저 씁쓸한 표정 어쩔;;
'아드님 꺼져 오직 아버님!'을 외치며 기존 EU에서 신격화된 '루크신'에 별 애착이 없는 저로서는
"라스트 제다이"에서 묘사된 루크의 모습이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과거 오비완의 모습과 겹쳐지는
그의 숙연한 퇴장은 꽤 뭉클하기도 했구요. 오비완 포지션이라기엔 중간에 너무 찌질해서 그렇지.
자 그럼 "라스트 제다이"는 정말 핵폐기물급 쓰레기였나? 입장을 바꾸어 최대한 옹호하는 방향으로
논란이 되었던 포인트들을 짚어봅시다.
먼저 하이퍼 스페이스에서의 위치 추적이나 대놓고 2차대전 시기의 B-17을 모사한 구식 폭격기,
그리고 메가급 스타 드레드노트를 포함하여 퍼스트 오더 함대를 박살낸 몬 칼라마리급 순양함 등
기계 및 과학기술 관련 설정에 대해서는, 일단 출발점인 "새로운 희망"부터 이미 개인 화기에서
복식과 탈것에 이르기까지 2차대전기의 오마주로 가득한 스타워즈인데다 건담이고 스타워즈고
워낙 기존의 설정이 빽빽하여 어느정도 깨지 않고서는 새로운 연출이 불가능할 지경이다보니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노라고 일단 넘어가도록 하고.
너프된 쌍둥이 루크와 반대로 뜬금없이 버프되어 또 논란이 되었던
글쎄요 그 장면이 아직 초반이라 주요 인물을 사망 처리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기도 한데다
강력한 포스의 자질을 가졌다고 판명된 시점으로부터 이미 30년이라는 뭘 배워도 이상하지 않은
긴 시간이 흐른 뒤이기에 당황과 감탄이 뒤섞인 기분으로 보았더랬습니다. 그러나 온갖 물건을
공중에 던지는 제다이들이 왜 자신의 몸은 띄우지 못하는가에 대한 케케묵은 질문에 대한 답 없이
아무리 무중력 공간이라도 슈웅 날아오는 장면은 좀 깨긴 했죠? 왕년 "시스의 복수"에서 오비완이
하이 그라운드 운운하여 실소를 유발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면서 반대의 표현이랄까.
루크의 명예로운(?) 퇴장과 레아의 작품 외적 퇴장과 별개로 스노크의 갑작스러운 퇴장 역시
팬들 사이에 말들이 많았는데, 레이 친부모의 진실과 함께 기존 스타워즈에서 당연스레 여겨지던
혈연적 질서에 대한 의도적 전복으로 여겨집니다. 기존 스타워즈가 말은 은하 규모의 이야기라면서
실제로는 스카이워커라는 한 가문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고
유명 제다이는 꼭 누구누구의 아들, 유력한 악당은 꼭 누구누구의 제자여야 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그러한 내용이라도 꼭 그렇게 표현했어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군요.
자잘한 것들을 제외한 굵직한 요소들 중 마지막은 칸토 바이트의 카지노 장면입니다.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에서도 감독 및 제작진이 이 카지노의 묘사와 연출에 꽤나 공들였다는걸 알 수 있는데
되돌아보면 스타워즈 정규 시리즈에서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볼거리로 치장한 장면이 하나 이상은
꼭 들어가 있다는걸 알 수 있죠. 칸티나 술집이라던가, 코러산트의 거리라던가. 여기에 동물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되는데 그 좋은 예가 바로 "제다이의 귀환"에서의 무쌍 찍는 이워크들!
그러니까 그 카지노 장면은 스타워즈의 전통을 나름 충실하게 계승한 거죠. 좀 길어서 그렇지.
...라고 일단 옹호를 해보았지만, 그럼 뭐하나요 상호 연결과 개연성이 안드로메다로 떠났는데.
요즘 주홍글씨처럼 온통 낙인찍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딱지는 차치하더라도,
또 삼부작의 2편이 보통 3편의 극적 마무리를 위해 비극적 실패로 귀결되는게 보통이라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밑도끝도 없이 시궁창에 처박는다고 내적 전환이 이루어지는건 아니죠.
게다가 주인공 3인방은 갈팡질팡, 상대 악역은 여전히 미완성, 강력한 인물들은 조기 퇴장하여
관객이 감정을 동조할 입장이나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전무하다는 역대급 인물난도 지대하구요.
게다가 의미없는 자살 특공을 뻥뻥 해대다가 마지막에 정반대로 돌아서 사랑 운운하는건 뭔지 참.
의도적인지는 알 도리 없지만 "깨어난 포스"가 지나치리만큼 클래식 시리즈를 그대로 답습하여
실망을 안겼다면 이번 "라스트 제다이"는 클래식의 문법과 규칙을 깨고 전복하는데만 몰두하고
(그것도 매우 거칠고 억지스러운 방법으로) 뒷일은 나몰라라 유보하여 분노를 유발합니다.
물론 작품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바닥을 찍어놨으니 후속작에서 극적으로 수습되기만 한다면야
재평가될 여지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글쎄요 그게 과연 가능할런지~
마지막으로 제 출신(?)이 그쪽이다보니 병력 묘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작의 스타킬러 베이스나 메가급 스타 드레드노트, AT-M6 워커처럼 상대측은 잔당이라면서도
규모를 키우다 못해 비현실을 넘어 초현실로 가면서도 정작 헉스나 파스마 등 지휘부는 엉망,
아무리 수도 성계가 궤멸되었더라도 이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저항군은 쪼그라들다 못해
팰컨호 하나에 다 태울 만큼 정말 한 줌의 인원만 남아 세간의 표현대로 저항 동아리가 된걸 보면
과연 이걸 '별들의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에 뭐 길게 갈 것 없이 당장 개봉이 코앞으로 온 "솔로"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음냐,
DC 필름스 유니버스가 친구 하자고 다가올지도??
덧글
그 이후는 그냥 스타워즈 간판만 달아놓은 아류작 + Super(이해생략) 일 뿐. 루카스가 나쁜 X일까요 문제의 CEO가 나쁜 X일까요. 둘 다?
제 생각엔 3부 만든 사람들은 아마도 2부처럼 극적인 승리 이딴것을 해보려고 했던거 같은데 그와중에 전작의 영향을 줄이다가 근본 없는 이야기가 된것일듯... 근본적으로 스타워즈 이야기를 겉모양(대규모? 우주전쟁?)만 따라하다보니 생긴일인데, 제 생각으로는 1,2부 처럼 세번째 에피소드를 위한 밑밥 깔기 역할보다는 이전 에피소드들과 단절이라는 관점으로만 집중한게 아닌가 싶네요. 그러다보니 도대체 3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가 되버렸어요... 조지루카스가 2부 후속을 만들지 않고 프리퀼을 먼저 만든 이유도 아마 2부 성공에 따라서 작가적 상상력을 제한받고 싶지 안았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네요...
그럼 수많은 다른 성계엔 병력이 하나도 없나? 아니면 그들의 지원을 받지 못할만큼 저항군이 막장인가? 등등의 의문이 또.
하여간 제국 타도 후 30년은 허송 세월이 되어버렸고, 아버님의 희생을 통한 구원도 다 헛짓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놔~
한 솔로 이미 쳐냈고 류크도 이번에 처리했으니 남은 건 이미 실질적으로 처리된(?) 레이아에 불과하니 앞으로 수십년 프렌차이즈를 소비해줄 젊은 (어린?) 세대를 위한(?) 세대 교체는 다 되었다 봅니다. 꽉 막혀있던 프렌차이즈를 깨서 확장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씨퀄 3부작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컨티뉴이티에 구멍이 많은 건 어느 정도는 의도한 면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타이밍 봐서 스노크나 포, 파스마 등의 오리진 스토리를 (비디오 게임 등으로?) 만들 수도 있는 거고요.
다 좋은데.. 제가 볼 때 제일 큰 문제는 새 주연 3인방 및 빌레인에 커넥트가 되지 않은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뭐 안되면 9부작 이후 배경으로 다른 주인공으로 만들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겠죠. 보면 창업주 떠나고 소위 bean counter들이 주도하게 되면서 겉으로 보이는 지표는 화려할런지 몰라도 속으로는 서서히 쇠락해 가는, 한때 혁신적이었던 기업의 라이프타임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Milk the cow...
EP8에서 그 모든 것들을 깨부순 다음, EP9에서 새로운 문법을 세워보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마는...
그것도 뭐가 그럴듯하고 재미가 있은 다음의 얘기죠. 말씀대로 이렇게 겉으로 돌기만 해서야..--
속편의 왕, 어빈 커쉬너 감독 정도 되는 사람이 당시 스타워즈 5편 제국의 역습의 감독을 맡았으니 여기까지 온 거지, 그게 아니면 스타워즈는 진작 끝났읍니다.
어빈 커쉬너 감독님이 진짜 그립네요.
오늘은 그걸 다시 돌려보며 안구 정화라도 해야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