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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뮤직 by glasmoon


올 봄의 비주류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이 작품을 먼저 꼽을 겁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햇살이 내리쬐는 그리스의 여름, 잔잔한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풋풋한 소년의 반짝이는 첫사랑...
...이라는 어느 시대에고 먹힐 법한, 어쩌면 반대로 어느 시대에고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그렇고그런 영화들과 차별화시키는 지점은 구아다니노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함께 소년의 떨림을
잘 표현해내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 그리고 이것들을 한 데 묶어 독특한
분위기를 입혀낸 훌륭한 음악들이었습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던 'Mystery of Love' 등 수프얀 스티븐스의 분위기있는 노래들과
F. R. 데이비드의 메가 히트 넘버 'Words'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몇몇은 조금 생소한 80년대 유로
댄스곡들이 포진한 가운데 전체적인 톤을 잡고 유지하는건 사카모토 류이치를 비롯한 작곡가들의
훌륭한 피아노 곡들입니다. 특히나 첫 트랙으로 배치된 존 애덤스의 ' Hallelujah Junction'!


존 애덤스(John Adams, 미국의 2대 대통령과 동명이인)가 1947년생이니 벌써 나이 70이로군요.
필립 글래스 등의 미니멀리즘에 영향을 받은 현대음악가로 자칫 무기질을 넘어 기계적으로 흐르기
쉬운 미니멀리즘 위에 본디 팝/록 마니아였던 전력을 살려 낭만적 감성을 입히는데 성공했죠.
현재 활동하는 현대음악가 중에서는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또 그래서 저도 좋아하는 작곡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존 애덤스의 인연은 이게 처음이 아니니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탈리아 출신 감독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며 대성공을 거둔 "아이 엠 러브"는 사운드트랙 전체를
존 애덤스의 음악으로 채우고 있었거든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비슷하게, '아름다운 재벌 부인이 아들 친구와 놀아나는 막장 불륜극'으로
쉽게(?) 요약될 수도 있을 법한 "아이 엠 러브"가 비평가와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을 수 있었던 것은
틸다 스윈튼의 탁월한 연기와 함께 그녀의 변화를 촉발하며 보는 이의 감각마저 일깨우는 요리들,
그리고 그 감각과 변화를 400% 증폭시키는 존 애덤스의 음악이었습니다. 물론 전체를 조율하는건
감독 구아다니노의 몫이었구요. 정말이지 마지막 휘몰아치는 폭풍이 지나가고 크레디트가 올라갈때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란!

아무래도 현대의 음악이란 이미지의 예술인 영화와 만났을 때 그 위력이 배가되는 법.
이제 나이가 있다보니 왕성한 활동은 어렵겠지만 기존 곡들이라도 잘 쓰는 영화를 또 보고싶습니다.
구아다니노의 차기작을 기대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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