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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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이사악 대성당과 페트로파블롭스키 성당 by glasmoon

피의 구원 성당과 카잔 대성당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성당들, 그 두 번째는 성 이사악 대성당과 페트로파블롭스키 성당입니다.


성 이사악 대성당(Исаа́киевский Собо́р)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4대 성당(?) 중에서도
포지션이 센터(??)라 할 만한 성당이죠. 이름의 이사악은 우리가 익히 아는 아브라함의 아들 그
이사악이 아니라 4세기 말에 살았던 정교회의 성인인데, 비교적 널리 알려진 성인이 아님에도
수도의 대성당에 이름이 붙은 이유는 성인의 축일이 표트르 대제의 생일과 같기 때문(...)이라나.



성당 앞 광장 아래쪽에는 니콜라이 1세의 기마상이 성당을 바라보고 있어 매우 멋진 뷰가 됩니다.
성당 너머에는 유명한 '브론즈 호스맨(표트르 대제 기마상)'이 있으므로 내심 대제의 뒤를 잇는
위대한 황제의 포지션을 원한 모양이지만 역사에 기록된 현실은 아시는대로...



최초의 성당은 표트르 대제 시절 강 건너 북쪽의 바실리옙스키 섬에 지어졌고, 18세기 초 강 남쪽에
새로 지어졌다가 낙뢰로 소실되었는데, 표트르 대제를 통해 정통성을 강화하려던 예카테리나 2세에
의해 추진된 재건 사업을, 파벨 1세가 이어받았다가, 알렉산드르 1세에 의해 드디어 첫 삽을 뜨고,
니콜라이 1세 치세 내내 공사를 진행한 끝에, 알렉산드르 2세 즉위 후 드디어 완공되었습니다.
건축 기간은 1818년부터 1858년까지 딱 40년이며 건축가는 프랑스 출신의 오귀스트 드 몽페랑
(Auguste de Montferrand). 위에서 봤을 때 그리스 십자가 형태의 중앙에 돔을 두고 네 모서리에
작은 탑이 올라가는 등 전통적인 비잔틴 정교회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 위에 입혀진, 제국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신고전주의 양식의 옷이 너무나 크고 화려하다보니 얼핏 정교회 맞나 싶죠?



이 성당은 표트르 대제의 위엄에 걸맞게 러시아는 물론 정교회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성당이며
로마 카톨릭을 포함하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큐폴라 제외)이 됩니다. 물론 성당의 내부는
카를 브률로프(Карл Павлович Брюллов)를 비롯한 당대의 유명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으로
도배되어있다시피 하구요. 돔 아래에 매달린, 성령을 의미하는 흰 비둘기의 조각상이 귀엽네요. ^^



성당의 외관과 수많은 화려한 성화들에 취해 여기가 가톨릭 성당인가 싶다가도 커다란 이콘으로
가득 찬 템플론 앞에 서니 정교회 성당이 맞긴 맞군요. 성당의 규모가 규모이다보니 이 장벽의
크기도 화려함도 제가 본 것으로는 최대급인데...



살짝 열린 거룩한 문 뒤에는 거대한 크기의 색유리화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평면적인 사진으로
전해질 리 없지만 저 뒤에 꽤 멀리 있는 것이어서 템플론의 전체 높이에 육박하는 크기를 가졌죠.
사실 색유리화, 즉 스테인드 글라스는 로마 가톨릭이 아닌 정교회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것인데...
하여간 서유럽의 가톨릭 요소가 많이 가미된 특이한 성당임은 확실합니다.



꼭대기(큐폴라)까지 아니지만 돔 언저리까지는 올라갈 수 있으므로 제법 멋진 전망을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오른쪽 강가에 브론즈 호스맨이 있는 건데 나무에 가려 안보이네요. 겨울엔 보이려나?
저 멀리 삐죽 솟은 것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462m)로 건설중인 라흐타 센터(Лахта центр).
이 성당은 에르미타주 광장의 알렉산드르 원주나 성당 앞의 니콜라이 1세 기마상을 포함하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여러 대표작을 남긴 몽페랑의 필생의 작업이어서 성당의 완성과 함께 죽음을
앞둔 그는 자식과도 같은 성당에 묻히기를 바랬으나 본인이 정교회 신자가 아니어서 거부당하고
유해는 프랑스 몽마르트르로 옮겨졌다 합니다.



이제 네바강 쪽으로 가봅시다. 겨울 궁전(에르미타주) 앞 궁전 광장 서쪽편에 바실리옙스키 섬으로
건너가는 궁전 다리(Дворцо́вый мост)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도개교로 유명하지만 빌려온
사진처럼 다리가 낮에 올라가는 일은 매우 드물고, 새벽 한 시쯤 올라간다나 뭐 그렇더라구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여름 관광 코스 중에 백야 구경이라고 밤새 놀다가 새벽에 다리가 올라가는
야경을 보러가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그랬다가는 다음날 오전 일정이 죄다 어그러지므로 곱게 포기!



다리를 건너가다보면 바실리옙스키 섬의 동쪽 끝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죠.
배가 전후좌우로 관통하고 있는 모양의 붉은 기둥은 19세기 초에 만들어진 로스트랄 등대이며
그 왼편의 그리스 신전 풍의 하얀 건물은 18세기 후반에 세워진 구 증권거래소 건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강의 동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제국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파수꾼이었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Петропавловская
крепость)가 있습니다.



수호 성인인 베드로(페트로)와 바오로(파블로프)의 이름을 붙인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는
국경에 인접한 항구 도시인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외세(당시에는 스웨덴)로부터 수비하기 위해
한강의 여의도(보단 작지만)처럼 네바강의 하중도인 자야치 섬을 통째로 요새화한 것입니다.
표트르 대제가 새로운 수도의 건설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착수한 공사일만큼 의미가 남다른데
위치로나 의미로나 스웨덴 예테보리의 앨브스보리(Älvsborg) 요새와 정확히 대칭이라 할 만하죠.
그리고 그 중간에 핀란드에서 보았던 수오멘린나(Suomenlinna) 요새가 자리하고 있는 셈.
그러나 다행히도(?), 2차 대전의 독소전쟁 중 레닌그라드 공방전 때는 정말 아슬아슬하긴 했어도
이 요새 앞까지 적군이 밀고들어온 일은 없었으나 정작 전쟁 외 다른 쪽으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제국 말기에는 정치범 수용소로, 혁명 이후에는 고문과 죽음으로 가득한 최악의 감옥으로 말이죠.



음냐, 이 포스트는 요새가 아니라 성당 이야기였죠? 그 요새 중앙에 자리잡은 뾰족한 건물이
페트로파블롭스키 성당(Петропавловский собор)입니다.



강 건너편에서부터 다들 알 수 있지만, 정말 높습니다. 정말이지 무지무지하게 높습니다.
종탑의 높이는 123 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정교회 성당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죠.
첨탑의 끝에는 십자가를 가진 천사상이 있는데... 사실 너무 높아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



스위스 건축가 도메니코 트레치니(Domenico Trezzini)의 설계로 세워진 이 드높은 성당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이자 가장 오래된 랜드마크이기도 합니다.
내부의 특징이라면 거룩한 문 주위가 금박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는 것과 함께...



일반적으로 돔이 성당 중앙에 위치하는 다른 정교회 성당들과 달리 성소 위에 있다는 점입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는 내부의 다른 구역들이 예배 공간인 다른 성당과 달리...



이 페트로파블롭스크 성당에서는 역대 차르들의 관이 놓인 무덤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죠.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수도로 세워진 이래 표트르 대제부터 왕조의 마지막인 니콜라이 2세까지,
중간의 표트르 2세와 이반 6세를 제외한 모든 황제들이 석관 안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오른쪽, 기념 메달과 흉상까지 놓인 왠지 특별해보이는 석관이 표트르 대제의 것.



종탑이 유명하니 올라가보지 않으면 안되겠죠? 저 드높은 탑을 걸어서 어떻게 올라가나 했는데
다행히도(?) 관광객에게 허용된 곳은 실제로 타종하는 중간 높이 정도까지라서 살았죠.
이 종탑에는 표트르 대제가 해외 순방 도중 네덜란드에서 듣고 푹 빠졌다는, 국악의 편종과 비슷한
카리용(Carillion)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10 킬로그램부터 3 톤에 이르는 것까지 총 51개의 종으로
구성되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서양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네요.



종탑에서 내려다보는 요새의 전면부와 네바 강변의 풍경이 매우 멋드러집니다. *ㅁ*



서쪽 창으로 내려보니 지나온 경로가 한 눈에 들어오네요. 왼쪽부터 에르미타주 미술관(겨울 궁전),
금색 돔이 솟아오른 성 이사악 대성당, 궁전 다리를 건너 구 증권거래소와 로스트랄 등대까지.

...이어지는 여행은 다음에 또~


피의 구원 성당과 카잔 대성당
에르미타주의 로마노프들 (上)
에르미타주의 로마노프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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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알렉세이 2018/08/25 17:13 # 답글

    스톡홀름 갔을 때도 강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푹 빠졌는데 여기도 만만찮군요. :)
  • glasmoon 2018/08/27 20:58 #

    네 근데 월드컵이라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는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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