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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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수 동지의 도시 by glasmoon


1942년 여름, 북 아프리카의 격전을 끝내고 올라온 일단의 독일 장병들이 이탈리아 세르보에서
꿈같은 휴가를 보내는 가운데 부상당한 소대장의 후임으로 갓 임관한 젊은 소위가 들어온다.
닳고닳아 능글능글해진 소대원들과 군 경력을 막 시작하여 FM을 고집하는 소대장의 마찰도 잠시,
새로운 작전의 시작과 함께 그들을 태운 수송 열차는 끝없는 들판을 따라 동쪽으로 달려간다.
그 열차가 향하는 곳은 적국의 지도자의 이름을 딴 도시, 스탈린그라드였다...


이제 더위가 한풀 꺾였다는데도, 태풍이 턱밑까지 올라왔다는데도 수은주는 내려갈 줄을 모르고,
어쩌다보니 소환하게 된 일련의 피서 영화 마지막은 조셉 빌스마이어의 1993년작 "스탈린그라드".

사상 최대의 사상자를 낳은 독소전쟁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며 그 결과 독일 패망의
시작을 알린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독일에서 영화화한다는 소식은 많은 영화 팬들을 걱정시켰다.
소련과 싸워 큰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뭐뭐는 했다는 식으로 정신 승리! ...할 리는 없겠지만서도
과연 자신들이 겪었던 가장 큰 패배를 정말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빌스마이어 이하 제작진은 당시 독일군의 참상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오히려 지나치게 과장되었다
싶을만큼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영화사에 남을만한 극적인 반전 영화로 완성되었다.

제목은 '스탈린그라드'라고 박아두었으나 내용은 사실상 동부전선의 진행을 따라가는 것에 가깝다.
당시까지 승승장구하던 독일 국방군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하여 거기에 빠질 수 없다는
철없는 공명심에 사지인줄 모르고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 예상과 달리 교착 상태에 빠져드는 전선,
이상은 어딘가 처박힌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한 순간의 승리와 희열, 그 모든 것을 허무
하게 만드는 부조리와 명령, 하나 둘 덧없이 죽어나가는 전우들, 포위한 입장에서 어느새 포위당한
입장으로 바뀌고 탈출을 시도하나 실패, 인간성의 바닥을 시험하는 극한 상황에서 죽지도 못하다
상부의 결정 하나로 총을 버리고 항복하는 것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뒤덮는 눈과 바람의 폭풍...
어떻게 보면 중반 이후부터는 '이래도 전쟁할거냐' 를 외치는 듯 전쟁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을 계속 늘어놓는 것도 같지만 실제 독소전쟁이 그렇게 흘러가기도 했고
영화적 연출까지 더해진 결과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비참하고 처참한 광경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장면과 함께 관객들에게 뼈에 사무치는, 몸서리치는 차가움을 안긴다.

독일에서 만들어진 흔치 않은 2차대전 영화라는 것부터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와 충격적인 라스트
신까지 독일 해군판 "특전 U보트"와 여러모로 쌍벽을 이루는 작품. (이제 공군판만 나오면 되겠네)
작년 국내 모 흥행작을 통해 유명해진 토마스 크레치만의 나치 장교 연대기(?)의 출발점이기도.
그는 2013년 같은 전쟁을 다룬 같은 제목의 러시아 영화에도 독일군 장교로 출연하는 기록을 달성
하였으나 영화 자체는 근래 러시아와 중국에 만연한 국뽕 대잔치이니 현혹되지 마시라~


그 해 겨울은 추웠네
지구가 얼어붙은 날
그 상어 똑똑하다

덧글

  • R쟈쟈 2018/08/25 02:07 # 답글

    저는 이걸 고3 수능이 끝나고 봤는데, 뭐랄까 이후로도 곱씹을수록 느낌이 남는 영화였지요.

    엔딩은 그래도 워낙 중간 과정이 시궁창이었던지라 납득이 가는편, 그러고보면 등장했던 러시아 빨치산 아줌마(?)가 생각나네요=ㅁ=
  • glasmoon 2018/08/27 20:52 #

    그 러시아 아줌마(...)가 중간에 하수구에서 엿먹였던 그 아줌마(;;;) 본인이라는걸 이번에 다시 보면서야 알았습니다. orz
  • 도그람 2018/08/26 22:18 # 삭제 답글

    등장인물들의 최후가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걸 잘 보여주죠.
    철십자 훈장이 보여주고자 하는 전쟁의 허무함과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고 해야 할까요?
  • glasmoon 2018/08/27 20:54 #

    마지막 대사와 함께, 정말 내가 얼어붙어가는 느낌이었던;;
    철십자 훈장은 정~말 아끼는 작품 중 하나라 포스팅을 아껴두고(?) 있습니다. (그러다 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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