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부터 하나의 똑딱이로 사진과 동영상을 모두 커버할 수는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온 바,
드디어 나름의 해답을 찾아 시스템을 구축하였기에 다시 포스팅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결과부터
말하자면 제가 찾아낸 중심 기기는 파나소닉의 FZ2500!

사실 지난번 포스팅은 다분히 소니의 RX10 시리즈라는 답안을 상정하고 작성된 것이었으나
졸지에 파나소닉의 FZ2500이 선택된 가장 큰 이유는, 이웃 은이님 말씀처럼 파나소닉 모델들이
동영상에 특화되었다는 것과 함께, 유럽 법규상 캠코더와의 차별을 위해 동영상 연속 촬영 시간을
30분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대다수의 메이커들과 달리 파나소닉은 유럽 외 지역 판매 모델들에
대해 그 제한을 풀어놓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김새는 파나소닉 특유의 엣지 외엔 뭐 비슷~?

스위치를 켜면 경통이 앞으로 길게 튀어나와 무시하지 못할 부피와 존재감을 과시하게 되는데,
줌 조작에 따라 경통이 앞뒤로 움직이는 방식의 소니 RX10 시리즈에 비해 파나소닉의 FZ2500은
이너줌 방식이라 겉모습은 그대로이며 내부에서만 움직입니다. 사진 촬영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때도 코가 길게 튀어나와 있는건 마이너스 요소일 수도 있겠지만 동영상 촬영에는 역전되는 것이,
바깥의 경통이 직접 앞뒤로 움직이면 필연적으로 카메라의 무게 중심이 변화하여 흔들림을 발생
시킵니다. 게다가 마이크에 불가피하게 녹음되는 주밍 작동음도 이너줌 방식이 보다 작죠.

언젠가부터 ND 필터를 제거하여 욕을 먹는 소니의 RX10 시리즈와 달리 필터를 가지고 있는 것도
FZ2500의 소소한 장점이 될 수 있겠네요. 동영상 특화 기종으로 명성이 자자한 마이크로 포서드
GH4의 축소판이라는 별명답게 외장 마이크 단자나 모니터용 헤드폰 단자 등 관련 옵션을 대부분
물려받고 있습니다...마는, RX10 시리즈 대비 FZ2500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역시 가격이겠죠.
RX10 mk3와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가격을 달고 나와 당시 누가 이걸 사겠냐는 소리도 들었지만
약 2년의 시간이 흐르고 RX10은 최신 사양이 나온 현재, mk3 대비 2/3 수준이 되었으니까요.

사용중이던 촬영 시스템이 너무나 오래된 골동품 수준이라 호환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이번 기회에 부가 장비들도 싹 일신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안정적인 동영상 촬영에 필수 요소인
삼각대는 입문용으로 묻지마 추천을 받고 있는 리벡의 TH-650 시리즈의 EX가 당첨. 650DV 및
650HD의 후속 모델로 카메라를 장착하는 플레이트가 전후 슬라이딩 방식으로 바뀌었군요.
사실 비슷한 성능에 국산이라 가격도 보다 저렴한 호루스벤누의 HDV-790F를 먼저 고려했었는데
품절인지 절판인지 하여간 지금은 구할 수 없는 모델이 되었다기에..;;

최우선적으로 눈은 기본이고, 안정적인 다리를 얻었다면, 다음은 쓸만한 귀를 찾아야겠죠?
일반적인 카메라는 원체 좁은 공간에 충분한 성능의 마이크가 들어갈 자리가 없기도 하거니와
내장 마이크는 줌이나 AF의 작동음과 같은 내부 소음을 그대로 잡아버리기에 외장 마이크 장착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제 경우는 아무래도 장비의 목적상 음질에 대한 요구가 있어서 로데의
스테레오 비디오믹 프로를 달고싶은 욕구가 일었지만 배꼽이 배만 해지는건 둘째치고 FZ2500의
빈약한 내부 엠프에 그런 고급 마이크 물려봐야 제 성능을 온전히 활용하지도 못하겠기에
중저가 스테레오 마이크 중에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타스캠의 TM-2X를 달았습니다.
보다시피 X-Y 방식의 스테레오 마이크이며 소음 차단을 위해 플로팅 구조와 아이솔레이션 암까지
갖추어 제법 그럴듯해 보입니다. 단 저 플라스틱 암이 딱 손으로 잡기 좋게 생긴 나머지 부러지는
일이 많아 아예 겉에 경고 그림을 박아두었네요. 튼튼한 금속제면 더 좋았겠지만 그럼 가격이^^;;

마지막으로, 가장 큰 난관이었던 줌 컨트롤러입니다. 약간의 흔들림도 품질 하락의 큰 원인이 되는
동영상 촬영에서 패닝(좌우)과 틸팅(상하) 움직임이야 유압식 헤드를 가진 삼각대로 해결한다지만
줌을 위해 카메라에 달린 자그마한 레버를 조작한다면 말짱 꽝이므로 외부 컨트롤러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FZ2500에서 그게 가능하느냐는 것이었는데, 몇 대 팔리지 않은 국내에서 마땅한 답을 찾을
수 없어 해외 포럼을 뒤진 결과 줌의 리모트 컨트롤을 전세대 FZ1000에서는 지원하지 않았으나
FZ2500에서는 지원한다는 것을 확인! 그러나 파나소닉 순정품으로는 대응하는 컨트롤러가 없음;
다시 뒤져 FZ2500에서 작동을 검증했다는 컨트롤러 발견! 그러나 국내에는 정식 판매처가 없음;
다시 뒤져 파나소닉 캠코더용 컨트롤러의 국내 판매처 발견! 이제 이게 FZ2500에 먹히면 되는데...
생산 회사(삼각대와 같은 리벡)의 홈페이지에는 대응하는 모델 목록같은건 애시당초 있지도 않고
해외 판매처에 누가 올린 질문에는 당당히 'FZ2500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라는 답변이..ㅠㅠ
그래도 파나소닉 캠코더에서 확실히 작동하고 FZ2500이 리모콘을 지원한다면 분명히 될 거라는
생각에 반품할 각오를 하고 주문했더니! 됩니다!! 혹 필요한 분을 위해 제품명은 리벡의 ZC-LP,
전환 스위치를 통해 소니/캐논의 LANC 규격과 파나소닉 규격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곡절 끝에 어렵사리 시스템을 완성한 기념으로 이제 은퇴하게 된 구 시스템과 같이 한 장.
약 15년, 노익장을 넘어 노인학대 급이었구만 고장 한 번 없이 잘 버텨준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것도 처음 마련할 때는 상당한 몸값을 자랑하던 녀석이었건만 이제는 완전히 구식화되어
어디 공짜로 준대도 가져갈 사람도 없을테니 처치 곤란이 되었네요. 아아 시간이 야속해~ ㅠㅠ

그리하여 새 시스템이 지난 주말 처음으로 실전 투입되었습니다. 공연 전 리허설때 사진 촬영과
본 공연때 동영상 촬영을 하나의 기기로 세팅을 바꿔 대응하려니 처음이기도 해서 정신없었지만
어찌어찌 잘 끝났군요. 강력한 줌 기능으로 사진 촬영의 폭이 넓어진 것은 뜻밖의 덤??

참 최우선 조건이었던 연속 촬영에 대해, GH4를 따라 AVCHD는 물론 MP4 포맷으로도 가능하며
(분할 저장) 배터리 지속 시간은 별다른 부가 작동을 하지 않았을 때 약 2 시간이었습니다.
설명서에 따르면 줌과 떨림이 빈번한 일반(가혹?) 환경에서는 한 시간 안팎이 된다는군요.
4K 촬영은 시험해보지 않았지만 FHD 화질, 60P로 2시간 연속 촬영했을 때 살짝 미지근한 정도로
발열이 적당히 억제되었다는 것도 강점. 어딘가의 무엇처럼 뜨거워서 제풀에 뻗는 일은 없을 듯?
애시당초 RX10 mk3 대비 센서부터 열세였던데다 mk4에 이르러서는 성능의 비교가 무의미하고
출시되고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그저 흔한(?) 슈퍼줌 똑딱이 중 하나인 FZ2500입니다만
사진의 품질에 큰 욕심이 없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캠코더를 대체할 카메라를 찾는다면
상당히 괜찮은 모델이라는 것이, 아직 한 번 시험 촬영해본 것 뿐이지만, 저의 결론입니다.
물론 자금만 넉넉하다면야 한 방에 GH5로 가시는 게... 쿨럭쿨럭~

아 그래서 이왕 새 카메라 들인거 제가 따로 좀 들고다닐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내심 있었는데,
일단은 똑딱이라지만, DSLR에 비하면 경량(?)이라지만, LX5와 체급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네요.
LX5는 앞으로도 계속 혹사당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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