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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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vs 명당 by glasmoon


설과 함께 국내 영화계의 최대 대목으로 일컬어지는 한가위! 2018년 추석 연휴를 맞아,
그리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민족 중흥의 분위기(?)를 타고 극장가에서는 대형 사극들이 대격돌!!
홍코너는 먼저 고구려 말기 당태종의 침입을 물리친 전설적인 전투를 그린 "안시성"~
그에 맞서는 청코너는 조선 말기 흥선군의 부친묘 이장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명당"~~


먼저 외적인 면모를 볼작시면 "안시성"의 연출은 "내 깡패같은 애인", "찌라시"의 김광식 감독,
주요 출연진은 안시성주 양만춘 역의 조인성과 당태종 이세민 역의 박성웅 외 배성우, 남주혁,
엄태구, 설현 등등이며 총 제작비는 215억 원의 대형 블록버스터~
이에 대해 "명당"은 "인사동 스캔들", "퍼펙트 게임" 등을 만든 박희곤 감독의 연출에다
주연 지관에 조승우, 장동 김씨의 수장 김좌근 역에 백윤식, 흥선군 이하응 역에 지성에다
그외 김성균, 유재명, 문채원 등등이 출연하였고 총 제작비는 120억 원에 이르는데 한편으로
"관상", "궁합"에 이은 역학 3부작이라 홍보하고 있으나 제작사(주피터 필름)가 같다는 것 외엔
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인적으로도 아무런 연관이나 접점이 없으니 혹하지 마시라~
일단 안타깝게도(?) 감독의 지명도는 두 분 모두 흥행에 영향을 줄만한 티켓 파워가 없는 듯하고
"안시성" 쪽이 돈을 더 부은건 확실하나 출연진의 이름으로는 "명당"에 무게가 쏠리니 일진일퇴,
게다가 같은 사극이라도 "안시성"은 명백히 전쟁(을 빙자한 액션) 영화를 표방하는 반면
"명당"은 말빨이 중요한 풍수 답게 검보다 강한 입으로 대결을 벌이는 전통적인 사극에 가까우니
각각 관람자의 취향을 탈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가운데, 순전히 호기심에 둘 다 보기로 결정!
그리하여 이틀 연속으로 영화관을 찾게 되었는데...

가히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래 전쟁 액션물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잡은
오프닝 시퀀스에 물량 때려박기는 20년이 흐른 뒤 대한민국의 전쟁 사극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CG티가 나더라도, 고구려 개마무사들의 대규모 돌격에 가슴이 뛰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문제는 그 전장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무대를 안시성으로 옮긴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안그래도 가벼워보이는 캐릭터들을 번갯불에 뭐 하듯 판에 박힌 방식으로 후다닥 늘어놓더니
러닝 타임이 끝나도록 이어지는 전투, 전투, 전투... 물론 돈을 부은만큼 때깔 잘 나온 편이긴 해도
어디서 본 듯한 공성탑, 어디서 본 듯한 쇠뇌, 어디서 본 듯한 가면과 어디서 본 듯한 액션의 향연~
정말이지 공성전의 몇몇 쇼트는 이 쪽의 레전드로 알려진 리들▒ 스▒ 감독의 모 비운의 걸작을
완전히 옆에다 틀어놓고 하나하나 보면서 찍지 않았을까 의심될만큼 거침없이 복붙한 수준인데
국내 영화 사정이 어쩌고 창조와 모방이 어쩌고를 떠나, 왜 부끄러움은 보는 사람의 몫인가?
게다가 캐릭터와 이야기는 전형적인 퓨전 사극 드라마의 그것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따르니
오호라, 이것은 추가 제작비로 전투 장면을 보강한 KBC 사극 "성주 양만춘"의 극장판이로구나~
요즘 중국에 할리우드를 저렴하게 모방하며 중화뽕 거하게 들이킨 퓨전 사극들이 범람한다던데
그쪽 취향이라면 괜히 귀찮게 어둠의 경로를 찾지 말고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면 되겠다.

남아있는 기록이 매우 부실한 삼국시대에 비해 실록 이하 사료와 전승이 풍부한 조선시대를 다룬
"명당"의 뼈대는 두 가지 이야기를 엮은 것에서 근거한다. 하나는 효명세자의 독살설과 헌종 대에
그 릉에 대한 풍수 논의가 있어 이장하였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흥선군 이하응이 '2대에 걸쳐
왕이 나올 터'를 찾아 그 자리에 있던 사찰을 불태우고 아버지 남연군의 묘로 썼다는 이야기.
풍수와 명당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 두 건에다 이조 말기라면 빠질 수 없는 세도가 장동 김씨와
개인적인 원한을 곁들여 풀어내는 구도와 결은 시리즈 1부(?)인 "관상"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을 묶어낸 역학이라는 신선한 관점이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사건에 눌리다
결국 주객이 전도되며 흐지부지된다는 단점까지 그대로 닮아버렸으니 오호 통재라. 거기에다
조승우가 연기를 잘한다 하나 말없는 표정만으로도 수백의 말을 하는 송강호에 비할 바 아니고
지성과 박충선이 열연했다 하나 극을 씹어먹은 이정재와 김의성의 미친 존재감에 미치지 못하니
이 영화의 터는 결국 "관상"의 마이너 카피, 하위 호환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더냐!

그리하여 이번 추석 대목의 맞대결 관전은 딱히 우세하다 보여지는 것 없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그나마 우열을 가리자면, 돈이 덜 아까운 쪽을 고르라면 그래도 "명당" 쪽이라 하겠다.
물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늘어놓은 것이니 보다 액션 취향의 관객이라면 역전될 수도 있을 터.
참, 또 하나의 개봉작이라는 "협상"은, 무엇 하나 끌리는 구석이 없어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지난주에 개봉한 "물괴"는... 하아. 아무리 내가 지뢰 감식반의 기질을 아주 버리진 못했다 하나
이미 지뢰로 판명된 것을 나까지 밟을 필요는 없잖은가~

핑백

  • Dark Ride of the Glasmoon : 9월에 본 영화들 2018-10-02 15:05:21 #

    ... 지 줄어드는거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추석 뒤에 이러쿵 저러쿵 하다보니 결국 여덟 편은 채우게 되네요. 추석 대전에서 맞붙은 "안시성"과 "명당"은 그때 먼저 포스팅을 했으니 일단 건너뛰도록 하고, 딱히 팬도 아닌데다 기대도 없었건만 더욱 아래(...)를 보여준 "더 프레데터"를 제외하면 나머지 영화들은 모두 훌륭했습니 ... more

덧글

  • 두드리자 2018/09/21 23:56 # 삭제 답글

    이번 추석 극장가에는 최소한 지뢰 4발이 있다는 뜻이군요.
  • glasmoon 2018/09/27 14:55 #

    그냥 지뢰밭이라고 보셔도..;;
  • 노이에건담 2018/09/22 02:44 # 답글

    이번에도 유리달 님 덕분에 지뢰밭을 피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뢰밭 위치를 알려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 glasmoon 2018/09/27 14:56 #

    아무래도 대목은 대목이다보니 그 와중에 이기는 지뢰와 지는 지뢰가 있더라구요. 아하하~
  • 2018/09/22 13:58 # 삭제 답글

    명당 방금 보고 왔는데 아쉬운 점이 꽤 있었지만 재밌었어요! 다만, 풍수지리 소재가 중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뭔가 역사?에 묻히는 느낌이고 조승우 비중도...ㅡ.ㅡ 제목 흥선군으로 해도 무방할 정도였구용. 그리고 보다보니까 어떻게 흘러갈지 보이더라구요~ㅎㅎ 맨 마지막 부분은 사족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전 뭔가 뭉클하고 좋았어요 ㅎㅎ
  • glasmoon 2018/09/27 14:59 #

    극으로서의 재미는 나쁘지 않은데, 관상에서 이미 한번 써먹은걸 그대로 가져왔다는게 너무 안일했죠. 표절은 아니고 자기복제라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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