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잡다구니 블로그를 오래 전부터 찾아주신 분이라면 행여나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모터사이클을 시작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닐 핑계를 찾아 2012년부터 진행했던 여러 프로젝트 중
전국 국도 답사는 2015년에 완료되었으되 그에 가려 잊혀져있던 또 하나! 전국 (청사) 정복 계획!!
이번 울릉도 여행에서 빠져있던 마지막 한 조각을 드디어 채움으로써 드디어 완료되었습니다!!!

일단 전국의 도, 시, 군청사를 합쳐 170여곳이며 거기에 서울의 구청까지 합쳐 200곳이 되더군요.
울릉군청만 빼면 2014년 경부터 사실상 종료 상태였기에 사진들을 다시 찾아내느라 애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싹 사라진 줄 알고 전에 쓰던 폰의 백업 데이터를 하나하나 뒤져야하나 식겁했죠. -,.-
사진들을 돌아보면서 기억에 남아있는 곳들을 몇 군데 골라 소개합니다.

먼저 서울부터 시작하면 일단 중구청이 눈에 들어오네요. 70년대에 지어진 구청사의 바깥에
한겹 씌워 리모델링한 것인데 반투명하게 비쳐보이는 구식 건물의 디테일이 묘하게 매력적이죠?
청사 정면에 심어진 높은 나무들도 운치 작렬~

다음은 1966년에 완공되어 종로구청에 이어 서울 구청들 중 연식 넘버 2에 빛나는 광진구청.
원래는 공화당 연수원으로 지어졌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일반적인 구식 청사들과는 꽤 다른
느낌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본관'의 포스!

영등포구청은 청사보다도 그 앞에 마당처럼 낀 당산공원과의 조화때문에 기억에 남은 경우입니다.
기억에 남을 정도였으면 공원이 보이게 사진을 찍었어야 했거늘--;; 여기를 찾아갔을 때만 해도
몇 년 뒤 제가 영등포 구민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쿨럭~

용산구청은 워낙 특이한 겉모습 때문에 누구든 한 번 알고나면 바로 기억하게 되는 케이스로군요.
그리고 1600억원의 건축비로 서울시 구청들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게 되었으니 2관왕인가?

몸값은 용산구청 등 비싼 도심지에 밀릴지 몰라도, 몸집의 덩치로는 금천구청이 아주 먹어줍니다.
저 어마어마한 연면적을 대체 뭣에 쓰는지 궁금궁금?

이제 경기도로 나와, 가평군청은 입구 좌우와 그 앞 교차로에 있는 큰 나무들이 매우 운치가 있죠.
그러나 얼마전 지나가면서 보니 건물을 확장하고 입구를 옮기면서 이제 이런 조화로운 모습은
사라져버려 아쉬웠습니다. 생각없이 베어내버리진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하나;

파주시청은 얼핏 보면 평범해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매우 비범한 케이스죠. 여기도 70년대의 건물을
리모델링했는데 잔기교 대신 아주 미니멀하게 씌우고 일체의 장식이나 슬로건 없이 현관 위에도
PAJU 라는 영문을 박아넣으면서 마치 무슨 대기업의 연구소 건물같은 분위기를 내뿜습니다.

1984년 완공되어 30년을 훌쩍 넘은 광명시청은 건축 연도를 의심하게 만드는 세련된 모습을
자랑하는데 아니나다를까(...) 김수근을 비롯하여 공간 건축사무소에서 설계를 맡은 건물이죠.

한때 불어닥쳤던 전국의 신축 호화청사들의 선두에는 항상 성남시청이 굳건하게 서있었지만
어마어마한 대지 면적에서 오는 낭비의 기운은 단연 용인시청이 우위라고 봅니다. -ㅁ-b

강원도의 청사들은 예나 지금이나 사정이 빠듯해서 그런가 대체로 평범한 구식 건물들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정선군청은 단연 돋보이는 편이죠. 독특한 계단식 3층 구조에다 파란 띠까지 땋~


충청의 서산시청과 홍성군청은 옛 관아터에 그대로 세워져 더할나위없는 정통성을 자랑합니다.
홍성군청의 경우는 홍주성 복원을 위해 외부로 옮겨진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있어왔는데
선거때마다 한다 만다 계획만 오가다 흐지부지되기를 반복하는 모양;;

앞에 금천구청이나 용인시청 등 매머드급 청사들이 있었지만 현장의 실물에서 느껴지는 포스라면
저는 단연 천안시청을 첫 번째로 꼽겠습니다. 사실 전면에 나와있는 것은 시청사 본 건물이 아닌
부대 시설들이지만 너른 부지와 큰 건물, 거기에 초대형 태극기까지 합세한 시너지는 정말이지;;

당시 청사가 건축중이어서 신생 세종시의 임시 시청이었던 이곳은 과거 연기군청이었던 곳입니다.
하나의 행정구역이 새로 탄생하면 그 뒤에는 하나 이상 사라지는 행정구역도 있게 마련인 셈이죠.
뭔가 짠한 느낌이었는데 다행히 없어지진 않았고 현재 세종시 조치원청사가 되었다네요.

이제 전라로 내려와, 무슨 관공서 홈페이지용 합성 사진처럼 찍힌 이곳은 순창군청입니다.
그날 날씨가 엄청나게 좋았던게 지금도 기억나네요. 청사 자체는 리모델링이 좀 갸웃한 편이지만
공들여 조성한 정원과 기막힌 날씨가 등을 떠밀어준 경우?

전주시청은 전주라는 도시가 같는 의미와 상징성에 눌린 나머지 이도저도 아니게 된 경우일까요?
의도는 좋았겠지만 결과물은;; 음;;; 사이에 낀 기와 지붕은 또 제대로 만들어졌다는데서 살짝;;;;
당시 전주에서 완주와의 통합을 추진했었는데 완주 주민투표에서 부결되어 없던일이 되었군요.

담양=죽제품이라는 어릴적 암기 내용대로 대나무숲에 둘러싸인 풍취가 그만인 담양군청입니다.
이 무렵에 오다가다 몇 번이나 담양을 들렀는데 여태 죽녹원은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군요. --;;
주인의 대책없는 프로젝트를 따라 전국으로 끌려다녔던 예전의 큰애, E82 120d의 모습도~!

경상도로 넘어와, 예전의 작은애 F800R이 찍힌 울진군청도 넣어봅니다.
정말 대책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던 이 때의 추억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ㅁ;

대구시청은 지금은 시의회로 쓰는 구 청사와 뒤에 새로지은 신 청사가 잘 어울리는 경우입니다.
마치 구청사 위에 새로 층을 올린 것처럼 찍혔는데 그런건 아니구요^^; 신구 청사 모두 어쩐지
대구라는 도시의 이미지에도 얼추 맞는 듯? 서울시청도 그렇게 오바를 떨지 않았더라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예천군청이 여기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건 다른게 아니라 전적으로
제가 군생활을 보낸 바로 그곳이기 때문입니다. (뻔뻔!) 그때는 이 동네 언제 벗어나나 간절했구만
민간인이 되고 보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더라는??

양산시청은 그 자체보다 당시의 상황때문에 강한 기억으로 남은 경우겠네요.
사소한 일들이 쌓여 일정이 계속 늦춰진 결과 양산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밤중, 몸은 녹초가 됐고,
마지막 오기로 시청에 들러 이 사진 하나 장을 찍은 뒤 숙소에서 쓰러졌던..--

영입이 늦어서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의 작은애 구월호가 등장한 사진도 있었군요.
남해에는 쌩초보의 전국 일주때 F800R 데리고 한 번, 국도와 군청 돌때 RnineT 데리고 한 번
두 번을 갔었습니다. 남해는 정말 갈때마다 감탄~

F800R을 데리고는 기어이 바다 건너 제주에도 갔었죠. 그 때는 제주 여행이 사실상 처음이라
좌충우돌에 시행착오의 연속이었건만 그래서 더 기억에 많이 남았을까요? 언젠가 지금의 구월호,
나인티를 데리고 꼭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ㅁ*

마지막으로 최강의 끝판왕이었던 울릉군청입니다. 99%를 채워넣은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1%를
4년간 잡아끌었던 장본인이죠. 언젠가 가보고싶었던 울릉도 여행을 기어이 실행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라는데서 약간의 고마움도--;?

전국 청사 답사의 완료와 함께, 지금까지 돌아다닌 흔적을 페이스북이 정리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우리나라가 섬나라라는 말이 맞네요. 언젠가 저 북쪽으로도 갈 수 있을런지.
남쪽에서 강원도는 산길 타러, 충청도는 성당 보러, 전라도는 먹으러(?), 경상남도는 연고지라서
이래저래 가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경북 지역은 발길이 자주 안갔군요. 이 지역의 정치적 성향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새삼 밝히면서, 여기를 공략하려면 무슨 핑계를 만들어야 할까요??
뭔가 또 대책없는 프로젝트로 다시 돌아올지도!!??
국도 여행; 완결
덧글
아닌게아니라 전주시청은 광자력연구소[...]생각도 나는 생김새네요
그리고 청사는 지자체만 있는 거 아닙니다. 전국에 중앙부처 소속기관 청사들도 널려 있죠. 국도관리사무소라던가 국유림관리소라던가 해양경찰청이라든가… ㅋㅋㅋㅋㅋ
저도 저런 여행 한 번쯤 떠나보고 싶네요ㅋㅋ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12월 24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여행]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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