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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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더 높이 by glasmoon

1957년 10월 4일, 소비에트 연방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은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높은 하늘에서 감시하며 폭탄을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근거없는 패닉이 가신 뒤 깔보던 공산주의자들에게 뒤쳐졌다는 열등감과 패배감이 엄습해오자
미 정부는 각 부처에 흩어져있던 우주관련 업무를 통합하여 미항공우주국, 즉 NASA를 설립한 뒤
최초로 우주에 사람을 보낸다는 다음 목표를 위해 머큐리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전체의 역량을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우주로 보내기 위해 공군, 해군, 해병대의 테스트 파일럿 중에서 엄격한
심사와 시험을 거쳐 선발된 일곱 명의 사람들을 각 매체에서는 '머큐리 세븐'이라 칭했다.


슬슬 미세먼지의 계절이 오기 시작하는 가운데 지난 주말 모처럼 시간이 비어 집에 앉아있다가
간만에 DVD를 하나 꺼내들었으니, 필립 카우프만의 1983년작 "필사의 도전(The Right Stuff)".

톰 울프의 베스트셀러를 토대로 "불의 전차", "블레이드 러너"로 유명한 라드 컴퍼니가 제작한
이 영화의 3시간이 넘는 긴 여정을 따라가다는 것은 우주 개발사에 관심이 없다면 쉽지 않은데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 작품을 꿰뚫는 핵심 사건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원작이 있든 훼손 논란을 감수하며 두 시간 영화에 걸맞게 뚝딱 손질하는 할리우드이므로
이것이 역사적 사건을 최대한 존중하며 가감없이 전달하려는 제작진의 의도 내지 욕심이었는지
아니면 원톱 주인공으로 적격인 존 글렌이 이미 정치인이 되었고 또 영화가 선거철에 개봉했기에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묘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러한 요소들이 얽혀 더없이 미국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참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는 거꾸로 장점이
되어 우주덕들의 성전 영상물 중 하나가 된다.


당시 영화사는 막대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주연진인 일곱 우주비행사를 신인 내지 조연급으로
채웠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굵직한 배우로 성장했다는 것도 소소한 재미 요인 중 하나랄까.
왼쪽부터 앨런 셰퍼드 역에 스콧 "액스" 글렌, 디크 슬레이튼 역의 스폿 폴린과 스콧 카펜터 역의
찰리 프랭크는 넘어가더라도 거스 그리섬 역에 프레드 "불가사리" 워드, 고든 쿠퍼 역에 데니스
"루키" 퀘이드, 월리 쉬라 역에 랜스 "비숍" 헨릭슨, 게다가 존 글렌 역에는 에드 "더 록" 해리스!!


그리고 어쩌면 영화의 眞 주인공, 오히려 밀덕 쪽으로 더 유명할 레전드이자 살아있는 전설인
척 예거 역에는 샘 "여로" 셰퍼드(왼쪽)가, 그 라이벌 스콧 크로스필드 역에는 스콧 "워커" 윌슨이
참여했으며 척 예거 본인(오른쪽)이 영화의 기술 고문으로 (또 까메오로) 참여하여 작품의 민감한
고증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덤으로 악마적 존재감을 뿜어내던 X-1까지!


머큐리 계획의 최고 성과였던 앨런 셰퍼드와 존 글렌의 우주 비행, 그리고 가장 주인공에 가까운
고든 쿠퍼의 마지막 비행이 아니라 최강운의 사나이 척 예거마저도 죽음의 문턱에 몰아넣었던
'과부제조기' F-104의 추락으로 영화를 마무리하는 것은 이 작품이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영광과 찬사를 받은 그들 뒤에 가려진 무명의 진정한 영웅들을 기리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두 번째 승부에서도 간발의 차이로 소련과 유리 가가린에게 선두를 빼앗겨버린 미국은
'60년대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하며 제미니 계획과 아폴로 계획에 박차를 가하는데...


그래서 내일은 "퍼스트 맨"을 후딱 보고 감상을 올려보겠습니다. ^^

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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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k Ride of the Glasmoon : 붉은 행성으로 2018-11-27 20:02:31 #

    ... 보다 부합했을지도 모르는데, 시대의 미남이었던 발 킬머로도 어설픔을 가릴 수 없어 역사에 남을 폭망작이 되었대나 어쨌대나~ (그러면서도 DVD를 가지고 있는 나는 뭐지??) 더 빠르게 더 높이 불운과 기적의 13 퍼스트 맨, 퍼스트 임프레션 달까지, 지구로부터 달을 향해 날려주오 ... more

덧글

  • 존다리안 2018/10/17 20:03 # 답글

    왠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불어와는 반대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꿈의 모험담 느낌이 들더군요.
  • glasmoon 2018/10/18 12:33 #

    딱히 유쾌하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었는데, 퍼스트맨을 보고났더니 정말 그랬다는걸 알았습니다?
  • 두드리자 2018/10/17 21:17 # 삭제 답글

    퍼스트 맨의 예고 포스팅이군요.
    그런데 척 예거가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암스트롱은 달을 밟은 후 은둔했지만 척 예거가 달을 밟았다면?
  • glasmoon 2018/10/18 12:34 #

    척 예거가 달에 갔더라면... 음냐, 모르긴 몰라도 남이 뭐라든 쿨하게 씹었을 것 같습니다. ^^;;
  • 노이에건담 2018/10/28 03:30 # 답글

    과부제조기 F-104라고 하시니까 갑자기 서독 공군의 F-104 추락을 다룬 서울어워즈 출품작인 스타파이터가 떠오르네요.
    서독 공군이 915대를 도입했는데 그 중 270대가 추락한 악명높은 전투기죠. ㄷㄷㄷ
    하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고 독일은 현재 대당 유지보수비가 F-22 랩터의 2배가 드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운용하고 있으니..... ㄷㄷㄷ
  • glasmoon 2018/10/18 12:37 #

    애꿎은 비행기는 잘못 없어요! 요격기로 만든걸 멀티롤, 심지어 지상공격기로 전용한 인간들 잘못이지! ㅠㅠ
    그나저나 그런 단편이 있었군요. 나중에 찾아봐야겠습니다. ^^
  • 기억상실 2018/10/21 13:17 # 답글

    어릴적 정말 재밌게 봤던 명작이죠.
    오랜만에 디비디 다시 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 glasmoon 2018/10/24 20:43 #

    영화가 좀 길다보니 저도 마음과 달리 손이 쉽게 가진 않았는데, 퍼스트맨 덕분에 간만에 몰입해서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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