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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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분수 궁전, 페테르고프 by glasmoon


어느덧 세 번째 시즌에 이른 tvN의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최근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다루며 화제가 되었나봐요. 그러고보니 재작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와서
포스팅하다 피렌체에서 멈춰버렸는데; 그거 다시 꺼내기 전에 올 여름의 러시아부터 마저 해야;;



그래서 두 달만에 재개하는 러시아 여행 이야기, 이번에는 통칭 여름 궁전, 페테르고프입니닷.



상트 페테르부르크 중심에서 대략 30 킬로미터 서쪽의 핀란드만 바닷가에 위치한 페테르고프는
'페테르의 궁전(Петерго́ф)'이라는 뜻으로 표트르 1세가 18세기 초에 지은 여름 별궁입니다.
정궁 격인 에르미타주가 '겨울 궁전'으로 불리는 것과 짝을 맞추어 '여름 궁전'으로 널리 알려졌죠.



1천 헥타아르의 부지에 20개의 건물, 7개의 공원, 140여개의 분수라는 초월적 규모를 자랑하는데
중간에 좌우로 펼쳐진 본궁 건물을 기준으로 앞쪽(육지쪽)에 반듯하게 정리된 상부 정원과
뒷쪽(바다쪽) 숲속에 산개하여 펼쳐진 하부 정원으로 크게 양분됩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육상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과
배를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 자체는 배를 타고 가는게 훨씬 쾌적하고
빠르지만 상대적으로 운임이 비싸기도 하고 전체를 둘러보기에는 번거로우므로 버스로 도착하여
상부 정원을 통해 접근한 뒤 하부 정원을 돌아보고 배편으로 돌아가는걸 권하고 싶네요.



교외로 나가기 위해 이용했던 지하철 이야기는 다음에 모스크바에서 묶어 얘기하기로 하고,
어찌어찌 근 한 시간이 걸려 도착한 페테르고프의 첫인상은 넓습니다. 압도적으로 넓습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핀란드에서 넘어와 아기자기한 부분부터 시작해서 그렇지,
러시아도 대륙 형님들의 나라였어!!



어찌나 넓은지 좌우의 정원들은 그냥 무시하고 쭉 가기만 하는데도 한참 걸립니다;;



아마도 상부 정원의 주인공일 넵튠 분수. 넵튠(포세이돈)의 지위에 걸맞게 인접한 발트해와 북해를
넘어 전세계 바다를 재패하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



예매한 표를 찾으며 부실한 아점을 먹었습니다. 시간도 없고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고.
위치 때문인가 월드컵 시즌이라 그런가 러시아에서 가장 비싸게 먹은 것 중 하나였으니
나중에 가시거든 미리 간식거리를 잘 챙겨가세요.



일단 들어오긴 했는데, 궁 내부 투어는 티켓을 따로 끊어야 하는데다 미리 예매도 불가능,
입장 시간과 인원에는 제한이 있고 기다려 사자니 줄이 한참이고 해서 깨끗하게 포기했습니다.



뭐 어차피 여름 정원, 페테르고프를 대표하는건 궁전이 아니잖아요? 이 거대한 분수들이지.



계단을 내려가자 궁전 전면 거대한 분수(the Grand Cascade)의 면모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험... 저는 사실 분수나 불꽃놀이같은 것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유형의 사람 중 한 명인데요.



이 장면이 적당히 찍어 뽀샵한게 아니라 실물 그대로였다니, 과연 대륙의 기상입니다요.



상부 정원의 주인공이 넵튠이라면 하부 정원의 주인공이라면 단연 중앙에 자리한 삼손입니다.
성서 내용대로 사자의 입을 찢어 죽이는(...) 모습인데, 사자는 당연히 당시 발트해 연안을 두고
러시아와 패권을 다투던 스웨덴의 상징이죠.



하부 정원의 너른 숲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참으로 여러 분수들을 보았습니다.
앞서의 대분수와 함께 이 분수들의 대부분이 별도의 펌프나 동력원 없이 상부 정원으로부터의
낙차 압력만으로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나요. 쌍둥이처럼 놓인 이 두 분수는 로마 분수였던가.



유명하다는 체스판 분수는 무언가의 행사 준비 관계로 접근 불가.



워낙 어마어마한 것들이 많다보니 이름에 비해 소박하게 보이는 피라미드 분수.



방사형으로 물줄기를 뿜어내어 이미지를 적절하게 구현한 태양 분수.



뜬금없이 신전이 보이나 했더니 이것도 사자 분수구요.



정원의 서쪽 끄트머리에는 두 개의 높이 치솟은 물기둥 사이로...



동쪽의 체스판 분수와 짝으로 여겨지는 황금 언덕 분수(Golden Hill Cascade)가 번쩍입니다.



짝이라니까, 사실 가장 유명한 분수라면 역시 동서 대칭으로 배치된 아담과 이브 분수일텐데
역시 이런건 제 취향이 아닌 고로. 쿨럭~



이외에도 표트르 대제의 동상을 비롯한 수많은 조각상들이 있고...



여느 저택이라면 절대 꿀리지 않으련만 여기서는 아주 귀여워보이는 부속 건물과 정원들이 있고



그 뒤로는 쭈욱 이어진 난간들과 관광객을 노리고(?) 날아드는 갈매기들이 있고



바다와 조각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입구에서 매표소의 긴 줄을 보고 미어터지는거 아닌가 했건만 웬걸 어지간해서는 티도 안날 듯;;



역시 바다의 일부인지 살짝 의심스러웠던 마린스키 연못을 끝으로 한 바퀴 다 돌았네요.
그냥 슬쩍 도는데만 서너 시간은 걸린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바다를 향해 난 계단을 올라...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쉰 뒤에...



돌아본 연못. 왼쪽에는 황금 언덕 분수도 보이네요.



해안을 따라 선착장으로 가자니 바닷가 + 잔디밭의 환상 조합에 늘어진 사람들이 즐비합니다.



그리고 쾌속선을 타고 다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세계 분수 박람회장이 아닌가 싶은, 대륙의 기상에 걸맞는 규모와 화려함의 분수들을 뒤로 하고
이제 오랫동안 저에게 '상트 페테르부르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그 분'을 뵈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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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두드리자 2018/10/22 20:20 # 삭제 답글

    러시아답게 당일치기로는 보기 힘들게 되어 있군요. 다른 건 몰라도 땅 크기는 진짜 부럽습니다.
  • glasmoon 2018/10/23 16:38 #

    시베리아나 극동이 널럴하지 유럽 근처는 촘촘할줄 알았는데, 그래서 촘촘한게 이 정도입니다. (...)
  • 잘생긴 젠투펭귄 2018/10/23 07:00 # 답글

    역시 문화 수도 네요
  • glasmoon 2018/10/23 16:38 #

    정말 파리를 닮고싶었던 모양이에요. ^^
  • 이글루스 알리미 2018/11/13 08:09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11월 13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여행]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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