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와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이 전 지구적인 관심과 흥분을 불러일으킨 것도 잠시,
미항공우주국(NASA)과 아폴로 프로젝트의 스태프들은 해냈다는 성취감 뒤의 자만에 빠졌고
일반 대중은 (겉보기로는) 별 차이없이 똑같이 진행되는 후속 미션들에 금방 싫증을 냈다.
훈련 부족으로 물러난 앨런 셰퍼드 대신 짐 러벨의 팀으로 탑승 크루가 급거 교체된 가운데
1970년 4월 11일, 중부표준시로 13시 13분, 아폴로 13호가 케네디 우주센터를 박차고 올랐다.
그리고 이틀 뒤인 13일, 달을 향해 순항중인 13호에서 무언가가 폭발했다...

주인공의 고난과 위기의 순간이,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스토리텔링의 핵심임을 볼 때
아폴로 프로젝트는 물론 나아가 미국 우주 진출의 역사에서 아폴로 13호가 겪었던 이야기가
가장 드라마틱한 영화 소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실제로 달을 향하는 것은 고작 1년 늦었음에도
영화화에 있어서는 달에 처음 도달한 11호보다 23년이나 빨랐... 아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영화는 가장 할리우드스럽게 잘 만드는 론 하워드의 지휘 아래 톰 행크스, 케빈 베이컨, 빌 팩스턴,
개리 시나이즈, 에드 해리스 등등 검증된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제임스 호너의 음악까지 곁들여
그야말로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왕도를 그대로 걸어나간다. 이제와서 보기엔 구식티가 물씬
풍기는걸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그럼에도 감상자를 화면 앞에 묶어두는건 (다소 열악할지라도)
초창기 CGI의 힘을 빌어 구현된 새턴 V 로켓을 비롯한 비행체들과 지구가 보이는 달의 풍경들,
정말로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았던' 아폴로 13호의 지난한 여정과 함께 그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애쓴 무수한 사람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시간과 장소를 건너뛰어 전해지기 때문이리라.
38만 킬로미터라는 짐작도 되지 않을 만큼 먼 거리에서 조난당하는 불운을 겪은 13호이나
그 먼 곳으로부터 끝내 살아 돌아오는 기적을 보여준 것도 13호이니 행운과 악운,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서로 한 몸이자 지극히 가깝다는 교훈을... 아 누가 수습 좀;;;

어쨌거나, 그리하여 이 영화를 통해 경험을 쌓으며 좋은 기억을 남긴 론 하워드와 톰 행크스는
아폴로 프로젝트의 못다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하게 되는데~
더 빠르게 더 높이
퍼스트 맨, 퍼스트 임프레션
덧글
어쨌거나, 그리하여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통해 경험을 쌓으며 좋은 기억을 남긴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는
101 공수사단의 못다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더군요... 참으로 놀라운 데자뷰입니다...ㄷㄷㄷㄷ
그러고보면 똑같이 론 하워드와 콤비로 만든 "다빈치 코드" 시리즈로 드라마를 만들지 않은건 천만 다행?
만들어졌으면 그건 또 그것대로 막장의 재미가 있었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