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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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의 도스토옙스키 by glasmoon

대륙의 분수 궁전, 페테르고프


페테르고프, 여름 궁전을 구경한 뒤 다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페테르고프로 가기 전후의 일이었지만, 하여간 페테르부르크 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다?
레닌그라드였으니까 레닌... 말고, 그 시절 태어난 푸틴... 도 말고, 저에겐 바로 도스토옙스키!!



제가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에 "죄와 벌" 백만년만에 다시 읽었다는 포스팅도 했잖아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어려서 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긴 하더랍니다만.
제멋대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잘생기고 명석한 법학도 고학생인 주인공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썩어빠진 세상을 변혁하기로 마음먹고 첫 희생자로 전당포의 수전노 노파를 살해하려는 찰나
사과를 좋아하는 어떤 악마가 나타나 계약을 맺고 수상한 노트를 받게되는... 아 이게 아닌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Достое́вский)의 초상화 중 가장 유명할 바실리 페로프의 그림을
이로부터 며칠 뒤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직접 볼 기회도 있었군요.
어릴적 친구들과 러시아 문학을 얘기하면 톨스토이파와 도스토옙스키파로 나뉘기 마련이었는데
저는 명백히 도스토옙스키 쪽이었습니다. 왜냐면 "악령",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처럼
제목만으로도 엄청난 간지가 폭발하니까..? 쿨럭~



구글맵을 보면 상트 페테르부르크 중심가 약간 남서쪽, 마린스키 궁전 아래로 "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가 살았던 것으로 설정된 집(Dom Raskol'nikova)이 관광 명소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럼 어째요? 가야죠~



페테르고프로 가기 전의 이른 아침이었는데, 그리보예도프 운하 좌우로 말끔한 거리의 모습이
거의 슬럼가처럼 묘사되었던 소설 속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릅니다. 뭐 시대가 바뀌었으니까요.



먼저 라스콜니코프의 집(주소 Гражданская ул., 19). 그러니까 여기에서 살면서 점점 비뚤어져
세상의 변혁을 꿈꾸게 되었던... (고만해) 소설속 묘사로는 5층 다락방에서 하숙했다는데 현재는
4층 건물로 5층이 없습니다. 소설에서 바꾼건지 건물이 바뀐건지?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질 무렵, S골목의 하숙집에 살고 있는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
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으로 K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유명한 "죄와 벌"의 첫 문장에서 배경으로 언급되는 S 골목이 위 사진의 집 오른쪽으로 살짝 보이는
스톨랴르니 거리(Столярный пер.)이고, 길을 따라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그 K 다리, 코쿠시킨 다리(кокушкин мост)가 나타납니다. 사진에 찍힌 다리를 건너는
분들은 저처럼 도스토옙스키를 찾아온 관광객이 아닌 지하철역에서 내려 출근중인 시민들.
제가 갔을 때의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다리에서 서쪽으로 두 블록쯤 가면 예의 전당포가 있죠. (주소 наб. канала Грибоедова, 104)
모 님의 말씀에 따르면 라스콜니코프가 도끼 무쌍을 펼쳤던 바로 그곳. =ㅁ=



다리 바로 왼편에는 여주인공 소냐의 집도 있습니다. (주소 наб. канала Грибоедова, 73)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을 집필할 당시 본인 스스로가 이 근처에서 살기도 했는데
당시 살았던 곳에 기념 현판이 걸려있군요. (주소 Казначейская ул., 7)



운하 건너 다리 동쪽에는 역시 소설의 무대였던 센나야 광장(Сенная площадь)이.



이곳으로부터 약 2 킬로미터 동쪽으로 무대를 옮기면, 블라디미르스카야 성당 앞으로
도스토옙스키의 동상이 거리 가운데 놓여있습니다. (주소 Большая Московская ул., 2)
물론 아무 이유없이 이런게 놓일 리는 없으니



바로 인근에 도스토옙스키가 만년에 살았으며 또 생을 마감했던 집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는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주소 Кузнечный пер., 5/2)



지금은 작은 건물의 대부분을 박물관으로 쓰는것 같은데, 한개 층은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고...



도스토옙스키가 직접 살았던 층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집필했던 서재. 그는 그 작품을 발표하고 불후의
명성을 얻었으나 불과 1년 후 폐질환으로 사망했죠. 책상 뒤의 소파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알려졌으며 오른편의 시계는 임종 시각, 1881년 1월 28일 저녁 8시 38분에 멈추어 있습니다.



페트로고프를 다녀오면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동쪽 알렉산드르 넵스키 수도원에 들렀습니다.
앞 로터리에 세워진 기마상의 주인공이기도 한 알렉산드르 넵스키는 13세기 칸국 시기의 대공으로
스웨덴과 독일의 침공을 막아 지금까지도 러시아 자국민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죠.



수도원도 분명 크고 아름다울 터이나 안타깝게도 그를 둘러볼 시간은 없고, 그런데 왜 왔냐면...



수도원에 딸린 큰 묘지 중에 아예 예술의 거장들만 잠든 묘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도시들은 공원처럼 가꾸어진 묘지들이 가까이에 있어 찾는 재미가 있죠.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국민악파의 창시자 미하일 글린카(Михаил Иванович Глинка)와
그 부인의 묘.



그 맞은편에는 역시 국민악파인 알렉산드르 보로딘(Алекса́ндр Порфи́рьевич Бороди́н)과
모데스트 무소륵스키(Модест Петрович Мусоргский)의 묘가.



'숲의 화가'로 널리 알려진 이반 쉬스킨(Ива́н Ива́нович Ши́шкин)은 과연 그 별명대로
작은 숲(?) 속에서 쉬고 있군요.



천사들의 가호를 받고있는 이 묘의 주인공은 표트르 차이콥스키(Пётр Ильич Чайковский).



그리고 유독 붉은 꽃이 만개한 이 자리에,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영면을 취하고 있습니다.

딱히 제가 러시아 문학의 애호가나 도스토옙스키의 추종자는 아니지만 덕은 다 일덕상통한다고,
제정 말기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잘 묘사한 걸작 "죄와 벌"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걸 핑계삼아
덕질 아닌 덕질 흉내를 내보았습니다. ^^



이것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이별을 고하며, 저는 기차를 타고 붉은 제국의 심장 모스크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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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분수 궁전, 페테르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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