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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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지구로부터 by glasmoon

불운과 기적의 13

뛰어난 배우이기도 하면서 '포레스트 검프'가 더없이 어울릴만큼 소년의 감성을 간직하고 있던
톰 행크스는 어린 소년들이 빠질만한 것들, 그러니까 우주라던가 전쟁이라던가에 대한 관심을
성인이 되고 배우가 된 뒤에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아폴로 13"의 짐 러벨 역은
그야말로 덕업일치의 현장이었으며 해당 작품이 크게 흥행하여 아카데미에서도 수상하게 되자
감독이었던 론 하워드와 덕후 놀이 영화에서 얻은 노하우를 계속 이어나갈 방법을 모색하는데...


90년대 후반 당시 이미 충분히 큰 케이블 방송사로 프로그램의 재송출이나 스포츠 중계는 물론
자체적인 쇼와 드라마를 제작하여 히트시킨 HBO에게도 이 프로젝트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랐다.
소재의 특성상 (NASA의 협력이 있었음에도) 일반적인 드라마와 격이 다른 제작비가 요구되었으며
실제 사건을 다루는데다 생존한 관계자들은 물론 전세계 우주덕들이 매의 눈(...)으로 볼 것이기에
억지 춘향식 어설픈 각본이나 감동과 눈물을 짜내는 신파 연출이 먹힐 가능성은 거의 없을 터,
제작진은 각 미션의 목적과 성패에 얽매이지 않고 매 애피소드마다 관점을 바꾸는 모험을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멋지게 성공했다.

아폴로 이전 머큐리와 제미니 계획을 요악한 1화야 짐짓 평이했지만 ("필사의 도전" 선감상 필수!)
아폴로 1호의 비극을 그린 2화에서부터 영웅적 죽음보다 진상 규명과 남은 이들의 극복을 다루더니
3화에서는 유인 발사에 처음으로 성공한 아폴로 7호보다 그들을 도운 발사대 스태프들의 이야기에,
4화에서는 케네디의 암살을 비롯하여 아폴로 8호가 발사된 1968년의 혼란에 집중하는 식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에피소드라면 전례없이 완전히 새로운 달 착륙선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그루먼 사의 공밀레(...)를 그린 5화, 아폴로 11호의 성공 후 부담을 덜어내면서 팀워크도 각별했던
아폴로 12호의 승무원들의 모험(?)을 개그 섞인 터치로 묘사한 7화, 아폴로 13호의 사고를 보도하는
방송 매체들의 선정성을 고발하며 진정한 저널리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8화, 최초의 미국 우주인
'머큐리 세븐' 중 한 명이었으나 지병을 얻어 지상 근무로 돌려졌다가 끝내 극복하고 기어이 달에
도달하는 앨런 셰퍼드의 인생극장 9화, 예산 문제로 이후의 계획이 대폭 축소되면서 효과적인 샘플
수집을 위해 아폴로 15호의 승무원들이 지질학적 소양을 얻는 좌충우돌을 뭉클하게 그린 10화,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남편을 만리.. 아니 백만리 멀리 위험한 곳으로 보내고 홀로 남아
매일같이 가슴 졸이며 아이들과 가정을 꾸려야 하는 아내들의 속터지는 이야기를 주워담은 11화...
아니 이러면 꼽은게 에피소드 거의 전부잖아!? 그리고 마지막 12화에 이르러 오프닝 나레이션과
일부 연출을 맡던 톰 행크스가 전면으로 나서며 최초의 SF 영화 "달세계 여행"을 만들던 당시의
조르주 멜리에스의 입을 빌어 달에 가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희망을 더없이 낭만적으로 이야기하니
우주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진 이라면 어찌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각고의 노력 끝내 달 표면을 밟았던 영웅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그들을 도왔던 많은 사람들,
그들을 지켜보았던 전세계의 사람들, 그리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수없이 많은 후대의 사람들까지
모두 포용하니 지구에 남겨져 이 드라마를 보는 나와 당신도 주인공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으리.
때문에 제작 시기상 CGI를 이용한 특수 효과나 몇몇 부분의 퀄리티가 다소 구식 티를 낸다 하더라도
비록 우주덕은 되지 못하고 그저 우주에 대한 흥미를 간직한 왕년의 우주 소년 중 한 명인 나에게
최고의 HBO 드라마라면 뉴저지의 살벌쌉쌀한 마피아도, 전쟁에 뛰어들었던 공수 사단의 E 중대도,
철왕좌를 두고 다투는 일곱 나라의 무용담도 아닌 이것 "지구에서 달까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내가 비록 살아서 달에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걸 보고 자란 후대의 언젠가는..!?

참,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톰 행크스는 같은 해 개봉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기록적인 흥행을 보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또다른 덕질 드라마를 기획하게 되는데~
뭐 언젠가 그에 대한 소회를 말할 기회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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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k Ride of the Glasmoon : 붉은 행성으로 2018-11-27 20:02:31 #

    ... 가릴 수 없어 역사에 남을 폭망작이 되었대나 어쨌대나~ (그러면서도 DVD를 가지고 있는 나는 뭐지??) 더 빠르게 더 높이 불운과 기적의 13 퍼스트 맨, 퍼스트 임프레션 달까지, 지구로부터 달을 향해 날려주오 ... more

덧글

  • 자유로운 2018/11/14 22:45 # 답글

    저런 이야기들 보고 있으면 뭉클해지는 뭔가가 있지요.
  • glasmoon 2018/11/15 17:55 #

    그런 뭉클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12번 콤보라니,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 두드리자 2018/11/14 22:51 # 삭제 답글

    "I'll be back."
    우주비행사들은 언제나 달을 보며 이렇게 생각하겠죠. 언젠가 반드시 돌아가길.
  • glasmoon 2018/11/15 17:57 #

    실제로 다녀온 우주비행사들은 자기들 이후로 가는 사람이 없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들 하죠.
    아폴로 17호 이후의 취소된 비행을 맡을 예정이었던 사람들에겐 더더욱 안타까울;;
  • PFN 2018/11/15 16:38 # 답글

    HBO에서 가장 감동했던 시리즈중 하나입니다.
    제발 이거 블루레이 리마스터좀 해줬으면 좋겠네요.
  • glasmoon 2018/11/15 18:01 #

    저도 기다리고 있는데... 리마스터를 해도 필름 촬영분이 아닌 CGI 효과분은, 원본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까지 남아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랜더링을 다시 하지않는 이상 해상도 향상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드라마용 CGI는 그다지 고해상도가 아니었거든요; 물론 팬 입장에서는 해상도 삑사리가 좀 나더라도 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지만 이왕이면 새끈하게 다듬어지면 더욱 좋겠죠? ^^;
  • Singchi 2018/11/15 17:24 # 답글

    저도 이거 꼭 보고 싶은데 왜냐하면 제가 엄청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든요 캐리 앨위스 라고 하는데요 사실 나온다는 거 말고는 정보가 없어서요 이 드라마에 배우들이 워낙 많이 나오니까 이분이 어느 정도 분량으로 나오는지 알고 싶어요 알려주세요
  • glasmoon 2018/11/15 18:04 #

    Cary Elwes, 아폴로 11호의 마이클 콜린스 역이었군요. 아폴로 11호에서 달에 내려가지 않고 사령선에 남아 궤도를 돈 그 사람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아폴로 11호를 다룬 6화에 출연하며 아폴로 8호의 지상 관제를 맡은 4화에서도 잠깐 나온다고 합니다. ^^
  • 노타입 2018/11/17 13:56 # 답글

    HBO에서 대부분 다시보기로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볼수 있는데 이 작품은 없습니다. 물리 미디어 이제 안사는데 지금은 DVD 밖에 없군요 -_-
  • glasmoon 2018/11/19 20:02 #

    HBO 다시보기에도 없군요. 그럼 아무래도 위에 언급한 CGI 문제로 고해상도 소스 자체를 아직 만들지 않은것 같습니다.
    이쪽이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다는걸 HBO도 모르진 않을텐데, 좀 수고스럽더라도 작업 좀 해보지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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