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돌아온 유리달의 1/1 초합금 리뷰, 이번에는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차로 유명한(?)
볼보의 XC60, 그 중에서도 D5의 모멘텀입니다.

사실 저는 BMW의 F30 328i에 만족하며 잘 타고 있었으나 패밀리카로서의 크기 부족을 지적받는
일이 점차 잦아지는 가운데 요즘 그쪽으로 최고 인기 차종 중 하나인 XC60을 홧김에 질러버린...
...건 아니구요. ^^;; 일전에 SUV 구입 문의를 받아 몇 종의 차를 꼽으며 렉서스를 추천하는 의견을
드렸는데 렉서스의 외모는 생각보다 큰 감점을 받고 XC60의 트렁크는 생각보다 감점이 줄어들어
XC60으로 계약하고 최근 출고했다 하시더라구요. 아무래도 최우선 조건이었던 시트가 크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냥 XC60에 꽂히셨던게 아닌지? ^^

디젤 엔진이 올해 입하분부터 D4(싱글터보 190마력)에서 D5(트윈터보 235마력)로 바뀌었죠?
볼보가 근래 디젤의 생산을 중단하고 가솔린 및 전기 모터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왕이면 T6로 가는게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가격 차가 너무 크고, 옵션도 인스크립션 트림이
워낙 잘 갖춰져 나와서 혹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워낙 겉보기나 치장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분이신지라 모멘텀으로 낙착. 결과적으로 딜러 재량의 할인 약간에다 올 연말까지인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합쳐 처음 예산으로 책정되었던 6천만원에 맞출 수 있었습니다. 아 물론 세금 빼구요.

말 그대로 없어서 못파는 차인만큼 인도는 해를 넘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계약(오스뮴 그레이)과
다른 색상(일렉트릭 실버)이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개별소비세가 어디냐 싶어 바로 찜하셨다고.
외관으로만 보자면 양산차 브랜드의 SUV 중에서는 재규어의 F 페이스와 함께 투톱을 형성합니다.
새로운 세대의 포문을 열었던 XC90부터 크로스오버 웨건인 크로스컨트리, 최근 발표된 S60에
이르기까지 요즘 볼보의 디자인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더구만요. 인스크립션에서는 프론트 그릴을
비롯하여 여기저기에 크롬 장식이 더 붙지만 이것만으로도 어딘가 비어보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작년 D4에서 다소 없어보였던 18인치 휠이 D5로 오면서 새끈한 19인치 휠로 바뀐 것도 큰 듯?

이번 볼보의 신형 XC 시리즈는 앞쪽 절반만 보면 세단이나 웨건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만큼
긴 노즈와 누운 A 필러를 자랑합니다. 넓은 휠베이스와 더불어 SUV 답지않게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에는 이것이 큰 역할을 했을텐데, 그 반대급부로 뒷 부분이 짧아져 트렁크 공간이 줄어드는
단점이 생기기도 했죠. 리어 서스펜션에 특이한 방식의 리프 스프링을 넣었음에도 말입니다.

테일 램프를 비롯하여 볼보의 개성 가득한 뒷모습은, 음, 마음에 쏙 든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점점 자주 보이다보니 눈에도 점점 익숙해져 가는 듯? 그나저나 트렁크를 열고 내부 공간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차주님의 짐이 한가득 있어 시도하지 못했네요;;

화려함의 끝판왕 격이었던 인스크립션에는 미치지 못한다지만 모멘텀의 인테리어도 쓸만합니다.
하긴 오렌지 라이트와 플라스틱 성애자를 강요받는 구세대 BMW 오너에게 뭔들 나쁘겠냐마는--;;
D4 때에는 인테리어 색상이 무조건 블랙이었다는데 베이지 계열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도 좋군요.
시트의 허벅지 연장 기능도 인스크립션에만 있다가 최근에 추가되었다나요.

LCD 화면이 큼지막하니 보기는 좋은데 제가 구식이라 그런가 직접 사용하기엔 아직 불편합니다.
하물며 차주인 어르신은 반쯤 포기하신 듯. 저보고 빨리 익혀서 알려달라시는데... 음냐.
역시 공조장치 정도는 밖으로 빼는게 좋았지 싶습니다. 센터페시아 부위에 많이 입혀진, 흔히
피아노 블랙이라 부르는 유광 마감 패널은 먼지만 앉아도 티가 확 나던데 관리 잘 하시려나;;

뒷좌석은, 물론 성인 세 명이 앉기엔 도통 무리겠지만, 생각보다는 썩 훌륭한 모습입니다.
착좌감이나 등받이 각도, 헤드룸 및 레그룸 모두 양호하더라구요. 전시차 및 시승차에서는 약간
좁다고 여겨졌는데 1열 시트를 제대로 맞춘 덕분일까요? 아니면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 덕에?
일설에 SUV 2열의 완소 옵션이라는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리클라이닝)이 없다는게 흠이라면 흠.

2열 중앙의 공조 장치도 최근 추가된 것이라고 합니다. 모멘텀 트림에서는 이전까지 열선 버튼과
소품을 놓는 구멍(...)이 있었다는군요. 물론 B 필러에도 송풍구가 있으며 중앙 콘솔의 하단에는
12V 시거잭은 물론 USB, 230V 일반 규격까지 다양한 전력 단자를 갖추고 있습니다.

흠 길거리에서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해도 국내 판매를 시작한지 이미 한 해 넘게 지났으므로
뭐 여기까지야 관심있는 분이라면 많이 보시고 또 아시는 부분일테니 중요한건 주행 느낌일 터이나
이 시점에서 적기가 좀 뭣한게, 오로지 쿠페와 세단 외엔 관심이 없어 짧은 시승이나 지인의 차를
잠깐 운전하는것 말고 한시간 넘게 어느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SUV를 몰아보는것 자체가 저에겐
매우 생소한 경험이고, 그렇기에 다른 SUV와의 비교 평가가 불가능한데다, 그마저도 휴일 시내를
슬슬 돌아다닌게 전부인지라 표본이고 대조군이고 모두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첫 소감이라면...
- 트윈터보 235마력이라지만 스타트는 느긋하다. 중속부터 힘을 내기는 하는데 속력을 못내봐서;;
- 디젤 특유의 진동은 많이 잡혀 거슬릴 정도가 아니지만 특유의 소리는 별 도리 없는 듯.
- 속도에 따른 스티어링의 답력 변화가 크다. 출발시에는 정말 가벼워서 예전 현기차인 줄?
- 핸들링은 양호하고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코너에서 좌우 롤링이 '생각보다' 덜하다.
- 그런데 이상하게 전후 피칭이 크게 느껴진다. 앞이 무거워서? 아니면 앞뒤 서스펜션이 달라서?
- 후진시 화면에 표시되는 가이드가 실제와 다르다. 한쪽으로 치우친 느낌인데, 이 차의 문젠가?
- 계기판과 HUD의 시인성 양호. B&W는 아니더라도 오디오 역시 들어줄만 하다. (BMW는.. 읍읍!)
- 내비게이션과 각종 능동 안전 장치는 못써봄!!
에 여기까지 SUV를 잘 모르는 사람의 볼보 XC60 시승 소감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따금 또 몰아볼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는데, 혹시라도 언젠가 장거리를 운전하게 된다면,
그래서 맛들이면 그야말로 신세계라는 반자율주행까지 제대로 경험하고 익숙하게 사용하게 된다면
좀 더 제대로된 시승기를 써보게 될지도??
어째서 렉서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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