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날씨가 참 다채(?)롭군요. 지난 10월 말에도 맑았다 흐렸다 비오고 우박도 쏟아지는
뭐가 널뛰기하는 그런 날이 있었죠? 그날 다녀온 대전의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 성당입니다.

성당은 대전 중구의 목동에 있는데, 포털 지도나 내비게이션에서 찾으면 목동 성당으로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더군요.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 입구는 목동 성당 바로 오른편에 있습니다.

저 또한 바로 앞에 두고 입구를 못찾아 좀 해맸는데, 그렇게 위치 정보가 잘못된 것은
이 성당이 과거 목동 성당이었기 때문이죠.

목동 본당은 1919년 대전 최초의 본당으로 설정되었으며 1921년 축성된 이 성당 건물도
대전 최초의 성당이 됩니다. 그러나 전쟁 당시 폐쇄되어 인민군 치안본부로 사용되었고,
그 시기 아일랜드 선교사 2명의 순교와 함께 양민 학살이 일어난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죠.

전후 1958년에 목동 본당으로 부활하였고, 1968년 목동 본당이 대흥동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로 양도된 후 대규모의 수선 작업을 거쳤습니다.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는 1964년 장화자 힐데갈드에 의해 창설된 프란치스코 3회의 수녀회로
부산 동항동에서 시작하였으나 1967년 대전으로 이전하고 1969년 구 목동 성당을 양도받아
현재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 방문 때 축복을 받은 기념비가
성모상 앞에 세워져 있네요.

성당 건물은 초창기 성당답게 명동 성당 이래 한국화된 고딕+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릅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요소요소의 디테일을 가져 오래된 공예품 같은 느낌이로군요.
당시 색유리화는 프랑스에서, 내부 부조상과 첨탑의 십자가는 독일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안에 들어가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성당은 평소에 잠겨있습니다. 물론 수녀회 사무실에
말씀드리면 열여주시겠지만 주일이라 바쁘기도 하시겠거니와 제 신앙도 깊지 못하기에..--;
대신 가톨릭 굿뉴스 페이지의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나무 기둥을 세운 삼랑식 구조이며
제대 앞에 세 개의 아치를 가진 벽면을 가지고 있는게 가장 큰 특징.

아무튼 날씨가 참으로 변화무쌍하여 빛이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에 같은 사진도 몇 장씩 찍었네요.
사진 속의 성당은 이토록 평화롭건만~ ^^

성당 주위로 매우 아름다운 화단과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뒷뜰로 돌아가보니 작은 쉼터가 있고
담벼락 앞으로 성 프란치스코의 동상이 서있군요.

귀하게 세워졌으나 전쟁의 참상을 겪었고 이제 2선으로 물러나 쉬는 때에 교황님의 축성을 받으니
하나의 건축물로서 참으로 파란만장하면서도 값진 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에 입구를 찾느라 못보고 지나쳤던 예수성심상을 뒤늦게 발견하여 마지막으로 한 장.

방문 목록에 처음부터 올려져 있었으나 아무래도 현재 수녀회 성당이기에 다소 조심스럽다가
예정에 없던 대전행에 덜컥 들러버린 구 목동 성당이었습니다.
고난의 세월을 뒤로 하고 이제 쉬는 은거자여 수녀회와 함께 앞으로 순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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