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20년, 인류는 달을 지나 드디어 화성에 도달했다. 그러나 표면에 발을 딛은 기쁨도 잠시,
특이한 음파 발신원을 발견하고 조사하던 탐사팀은 그곳으로부터 불어닥친 기묘한 돌풍에 휘말려
대장 루크 그래엄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하고, 루크마저 급박한 메세지를 끝으로 통신이 두절된다.
이에 NASA는 다음 탐사팀의 스케줄을 앞당기고 최고의 화성 전문가인 짐 멕코넬을 합류시켜
구조 팀을 급거 출발시키는데...
"퍼스트 맨"으로부터 시작된 아폴로 미션 관련 영화 이야기는 지난주의 "스페이스 카우보이"로
일단락 지을 생각이었건만, 하필 이 때를 맞춰 화성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에 내려앉을 줄이야!
하여간 이를 핑계삼아 우주 영화 이야기 또한 화성으로 확장~?

오랫동안 침체되어있던 하드 SF 장르가 다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폴로 13"이 증명해낸 이후,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채 책상 속에 잠들어있던 기획들과 이때다 싶어 급조된 아류 기획들이
앞다투어 영화화되는 가운데, 그 속에서 가장 많은 자본이 투여되며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작품이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투 마스"였다.
스스로야 어찌 생각하든 알프레드 히치콕의 덕후이자 추종자이며 계승자로 인정받는 드 팔마가
어째서 SF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당시 SF는 어느 감독에게든 생소한
장르였고 또 드 팔마는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흥행 감독이었으므로 당연한 수순이기도 할 터,
그는 장기로 삼는 히치콕풍 스릴러가 아닌 SF를 만나자 과감하게도 이 장르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레퍼런스로 삼았다.
돌아보면 "미션 투 마스"(제목부터 "2001"속 주피터 미션의 변용이라 할지도)의 기본적인 면모는
당시의 최신 기술로 보다 단순하며 이해하기 쉽게 그려낸 "2001"의 부분적 리메이크로 볼 수 있다.
원작의 철학적이고 상징적이며 불친절한 요소들은 대거 삭제되었지만 전체적인 플롯은 물론 소소한
소품과 우주선의 디자인에서부터 외계와 조우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은 단박에 느껴진다.
그러나 관객에 기대했던 것은 그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이자 제목마저 비슷한 "미션 임파서블"류의
액션극 또는 "에일리언" 등 스페이스 호러(비슷한 장면이 있긴 하다) 내지 "아폴로 13"으로 검증된
휴먼 스토리였다는데서 이 영화가 낳은 비극은 처음부터 잉태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부 하드 SF 팬들과 유럽 비평가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화는 박스 오피스에서 실패했고
전작 "스네이크 아이"와 이 작품의 부진에 승승장구하던 드 팔마의 커리어도 내리막에 접어든다.
정작 반대편에 서있던 "에일리언" 측에서 이런 요소를 대거 도입한 "프로메테우스"가 만들어지고
'화성에서의 조난과 생존' 부분에 집중한 "마션"이 성공을 거두며 재평가되는 건 한참 뒤의 이야기.
그래도 이렇게 기억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품의 생명력은 아직 유지되...고 있나??

아, 뭔가 될것 같다 싶으면 비슷한 걸로 맞불을 놓는 할리우드의 유구한 전통에 따라 만들어진
"레드 플래닛"도 같은 해 개봉했는데, 어쩌면 이쪽이 일반 취향에는 보다 부합했을지도 모르는데,
시대의 미남이었던 발 킬머로도 어설픔을 가릴 수 없어 역사에 남을 폭망작이 되었대나 어쨌대나~
(그러면서도 DVD를 가지고 있는 나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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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과 기적의 13
퍼스트 맨, 퍼스트 임프레션
달까지, 지구로부터
달을 향해 날려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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