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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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Mirror ov Tragedy - 나는야 어둠의 지배자 by glasmoon


바야흐로 월드 스타의 면모를 갖추게 된 방탄소년단이 올해 국내 대중음악의 최대 이슈였다면
국내의 자그마한 메탈 판도에서는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의 앨범 "The Lord ov Shadows"가
말 그대로 찻잔 속의 태풍을 일어켰던 한 해였다. 비주류인 헤비메탈 중에서도 더욱 마니악한,
인정사정 없는 비트에 사악한 목소리로 사탄을 부르짖는 블랙 메탈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워낙 가물은 국내 토양 때문인지 메탈 청취자라면 해당 장르의 팬 여부를 떠나 기꺼이 반색했고
전문가와 애호가를 불문하고 수많은 호평과 감탄의 반응이 -찻잔 속에서나마- 쏟아져나왔다.
여기에 막글을 휘갈긴들 몇 명이나 보겠냐마는 그래도 이 블로그의 올해의 음반을 정리하기 전에
이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었는데, 발매된지 세 달이 넘었구만 이제서야 꺼내는 까닭은...





어차피 다리 하나나 둘 건너면 다 연줄이 나오는 작디작은 국내 메탈 판이기에 접근이 조심스럽고
그렇기에 세 달에 걸쳐 수십 번을 들으며 나름의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물이 국내의 메탈 팬들에게 그렇게도 칭송받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더이상 '국산'이란 꼬리표가 필요없을만큼 잘 나왔다 하니, 그렇다면 나도 국뽕이라는
외부(?) 요인을 제거하고, 대체 어찌하여 이 앨범에 대한 찬양의 행렬에 동참을 주저하는 것인가?

우선 블랙 메탈에 대한 내 관심이 사그라든지 오래라는게 일단 가장 큰 범위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블랙 메탈에 완전히 심취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한때 삼대장으로 꼽혔던
엠페러 - 딤무 보르기르 - 크래들 오브 필스 정도는 계속 찾아들었고 또 즐겨 듣기도 했었다.
그러나 저마다의 이유로 위 세 밴드가 와해 내지 그에 준하는 상황에 빠져들 무렵부터 블랙 메탈에
대한 내 관심도 같이 사그러들었던 모양이다. 작년 크래들 오브 필스가 멋진 신보로 부활하면서
역시 사람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나는 들으면서도 '오 돌아왔네' 이상의 감흥은 없었으니
마음이 떠나긴 떠난 모양. 그래도 "Cryptoriana"는 확실히 괜찮은 앨범이라는데 동의했던데 반해
이번 다크 미러... 의 "The Lord ov Shadows"에 갸웃한 것은 음악 내적인 까닭도 있기 때문일 터.

싱글이나 특정 곡보다도 여전히 앨범 단위로 소비되고 청취되는 일이 많은 록 내지 메탈 앨범에서
그것이 곡이든 인트로든 나레이션이든 첫인상을 부여하는 첫 트랙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때
인트로에 해당하는 'Creation of the Alter Self'의 시작부터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무게잡고 분위기 까는거야 장르적 특성이니까 그렇다 쳐도, 이 피아노 솔로는 대체 뭐지??
매우 바쁘게 움직이며 화려한듯 애쓰지만 매우 평범한 화성에 장식음만 잔뜩 달았을 뿐 아닌가.
그렇다고 연주 난이도가 높거나 테크닉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 의미없는 허무함은 도대체;;

첫 단추가 대차게 잘못 끼워졌기 때문인가 그 이후에도 고난의 행군은 계속 이어진다.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다섯 챕터로 구성된 이 '대작'에서 소위 대작의 오류는 피해가질 않았으니
두 번째 'Possession' 정도만이 온전하달까, 첫 번째와 네 번째는 사실상 도입 및 연결용 소품이고
'대곡'인 세 번째와 다섯 번째는 아니나다를까 무의미한 반복의 향연. 애시당초 기막힌 리프를
기대할만한 장르는 아니라지만 이토록 단조로운 화성에 이토록 지리멸렬한 진행이란 말이냐.
그리고 그런 부분마다 빠짐없이 활보하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화성에 갇혀 챗바퀴 돌리는 솔로;;
이 반복의 지옥이 끝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귀가 번쩍 트이는 소리가 들린다.
근데 분위기가 전혀 다른데... 아 보너스 트랙이로구나. 아니 이건 충분히 좋은데, 이런 곡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면서 정규 트랙들은 대체 왜? 대작 콘셉트 앨범이라는 늪에 매몰된 것인가??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한때 키보드 주자랍시고 불려다녔기에 그 파트에 과민 반응한 건지도 모르나
행여 듣다보면 뭔가 나올까 싶어 세 달여의 시간을 견딘 내 귀에게도 이제 자유를 줄 때가 되었다.
뭐 좋은 약이라고 모든 사람에게 다 좋지는 않다고 하잖나.

덧글

  • 락키드 2018/12/05 09:28 # 삭제 답글

    헤비메탈 팬이면서도 블랙이나 데스 계열을 거의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몇개월은 Behemoth에 완전 빠져살고 있어요!
    이쪽 계열도 좀 더 들어보고 싶은데 추천해 주실만한 앨범이 뭐가 있을까요?
  • glasmoon 2018/12/07 17:00 #

    블랙 계열은 메이저 밴드들만 조금 듣다 말아서.. 그 메이저이자 입문용이라는게 딤무 보르기르, 크래들 오브 필스, 베히모스 정도겠죠?
    저는 이제 돌고돌아 다시 스래시, 그리고 유럽 스래시에 데스 양념을 살짝 친 멜로딕 데스 정도만 찾아듣는 정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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