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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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랏 크렘린! 차르 캐논!! by glasmoon


돌아온 러시아 여행기, 이번에는 붉은 악의 제국(?)의 심장부! 크렘린입니닷.



그런데, 엄 분명 붉은 벽이긴 한데 악의 상징(??)답지 않은 이 화사한 꽃밭은 뭐지;;;



크렘린(Кремль)은 성채 요새를 뜻하는 일반명사로 러시아의 오래된 도시마다 하나씩 서있지만
딱히 도시를 언급하지 않고 단어 하나로 지칭하면 모스크바 크렘린을 가리킵니다.
기원 전부터 요충지로 여겨져 사람들이 모여 살던 이곳에 12세기 모스크바 대공국이 진출하며
유리 돌고루키(Юрий Владимирович)가 목책을 쌓아 처음으로 요새화하였다가 몽골에게 함락,
수복한 뒤 14세기 드리트리 돈스코이(Дмитрий Донской)가 흰 석회암의 석조 성채로 만들었고
15세기 말 이반 3세(Иван III Васильевич)가 대대적으로 개축하여 현재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27.7 헥타아르의 부지에 약 22킬로미터 길이의 성벽, 20여개의 탑을 가진 대규모의 건축물이지만
현재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 그 경호시설 등도 자리하여 접근할 수 없는 구역도 많지요.



관광객의 입장 및 퇴장은 서쪽의 트로이츠카야(Троицкая) 탑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개장 시간에 맞춰 일찍 갔는데도 매표 줄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저는 예매했으므로 바로 통과!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은 옛 성당들이 모인 성당 광장과 제국의 보물을 소장한 무기고 박물관인데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페테르고프도 그러더니 이곳 무기고도 예매 불가에 줄이 엄청나서 포기하고
일단 성당 광장으로 들어왔습니다.



대성당만 셋, 성당이 둘, 그외 다수의 예배당이 들어찬 이곳의 넘버원이라면 단연 이곳,
우스펜스키 대성당(Успенский собор)입니다.



북쪽 문에 그려진 엄청난 크기의 성화들이 이 성당의 역사와 화려함, 수난을 함께 보여주는군요.



(크렘린의 성당들은 내부 촬영 불가여서 위키피디아에 실린 사진들을 빌려와 대신합니다)
우스펜스키 대성당은 모스크바의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이자 가장 중요한 정교회 성당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러시아라는 국가의 중심으로서 수도가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옮겨간 뒤에도
대관식을 비롯한 주요 행사는 이 대성당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에르미타주에서 보았던
황제들의 대관식 배경이 이 성당이었던 것...인데 어째 그림에 그려진 것보다는 좁아 보이나? ^^
설명 없이도 벽이고 기둥이고 빈틈 하나 없이 빼곡히 들어찬 성화들에서 금색 포스가~



우스펜스키의 광장 맞은편에 있는 것은 블라고베셴스크 대성당(Благовещенский собор).



성격 또한 우스펜스키 대성당과 반대여서 황실의 사적인 용도에 쓰이는 성당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기도나 예배는 물론 왕자와 공주들의 세례와 성장 후 결혼 등이 이곳에서 이루어졌죠.
황가의 이용이 편리하게끔 성당 뒷편의 크렘린 대궁전과 직접 이어지는 통로를 가지고 있고
크렘린의 세 대성당 중에서 가장 러시아 전통 양식에 충실하다는데... 러시아 정교회 성당이라곤
며칠 돌아다니며 슬쩍 훑어본게 전부인 뜨내기 관광객으로서는 다 비슷한 것처럼 보이는지라^^;



위의 두곳과 함께 광장의 세 꼭짓점을 이루는 아르한겔스키 대성당(Архангельский собор).



이름대로 대천사(Archangel) 미카엘에게 봉헌된 성당이라는 이곳의 용도는 왕들의 무덤입니다.
앞서 보았던 것처럼 천도 이후의 황제들은 페테르부르크의 페트로파블롭스키 성당에 묻혔고
모스크바 대공국 시절부터 러시아 제국 초기까지의 역대 차르들은 이곳에 매장되었죠.
즉 블라고베셴스크 성당에서 세례받고 결혼하여 우스펜스키 성당에서 즉위하고 통치하다가
죽어서는 아르한겔스키 성당에 묻히는 사이클이었던 셈이네요.



그 외에 사도 필립보에게 봉헌된 열두 사도 성당(Двенадцати Апостолов)과



성모 예복의 성당(Церковь Ризоположения)도 있으나 이미 두뇌의 처리 용량 초과로 인해
기억에 남아있는게 별로 없네요. -,.-



마지막으로 광장 동쪽에 우뚝 솟은 거대한 촛대! 이반 대제의 종탑에 올라보기로 합니다.



계단이 좁아서 정해진 시간에 한정 인원만 입장할 수 있는데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건지
첫 회차라 시간이 일러서인지 제가 갔을 때는 저희 일행 뿐이었습니다. >ㅁ<



이렇게 광장 전체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끝내주는데 말이죠. 왼쪽부터 아르한겔스키 대성당,
그 뒤로 블라고베셴스크 대성당, 오른쪽에 우스펜스키 대성당이며 가운데에 네모 반듯한 건물은
그라노비타야 궁전, 멀리 뒤에서 좌우로 펼쳐진 건물이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 대궁전.



자리를 조금 옮기니 강 건너편 모스크바 남쪽 시가지까지 한눈에 들어오구요.
아예 뒤로 돌아 붉은 광장 쪽까지 볼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경호상의 문제인지 막혀있어 아쉽;;



그리고 종탑을 내려와 뒤로 돌아가면 바로 이것!이 있습니다. 종탑 표지물이냐구요? 노노~
바로 모스크바 크렘린의 명물, 잉여스러운 차르 시리즈의 하나, 차르의 종입니다.



사실 이건 3대 째 종으로, 1600년에 만들어진 1.8톤의 첫 번째는 17세기 화재로 종탑이 무너지며
떨어져 박살나버렸고, 잔해를 가지고 10톤짜리 종으로 더 크게 만들었는데 1701년 화재로 또 박살,
1730년대에 들어 세 번째로 시도하면서 주물 기술자인 이반 모토린(Иван Моторин)에 의해 무려
202톤의 무게에 지름과 높이가 각 6미터를 넘어가는 초특급 울트라 맥시멈 종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이전 종의 잔해 외에도 막대한 금속이 요구되어 구리는 물론 은 525kg과 금 72kg이 더해졌고
일반 거푸집이 이 크기와 무게를 버틸리 만무하므로 땅을 10미터 깊이로 파낸 속에서 주조하는 등
그 과정부터 남달랐습니다. 그러나 시행착오 끝에 주조되어 마무리 장식 작업이 진행되던 1737년,
크렘린에 또(...) 화재가 나면서 종을 버티고 있던 목조 지지대에 불이 옮겨붙었고 이에 경비원들이
놀라서 물을 들이부었으니;;; 불길에 한껏 달아오른 종이 급속히 식으면서 전체게 금이 쫙 가더니
지지대가 붕괴하며 주조한 구덩이로 떨어져 깨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한 번도 울리지 못한 셈.
아니 고치거나 울리는건 고사하고 너무나 크고 무거워 구덩이에서 꺼낼 수조차 없어 방치되었고
1812년 모스크바를 점령한 나폴레옹이 전리품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결국 불가능(은 없대매!?),
100주년(?)을 앞둔 1836년이 되어서야 끌어올려져 한동안 예배당(깨진 부분이 문)으로 쓰였다는
심히 대륙스러운 스케일의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



그러나 이 대륙의 위용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니, 차르 벨에서 북쪽으로 몇 발짝만 걸음을 옮기면
웬 청동 기둥이 하나 눕혀져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차르의 이름을 만방에 떨친 차르 대포!!!



1586년 주조 기술자 안드레이 초코프(Андрей Чохов)에 의해 만들어진 이 무지막지한 대포는
무게 약 40톤, 길이 5.3미터, 구경 890밀리미터라는 초월적 스펙으로 단포신 고각포 류를 제외하면
지금까지도 세계 최대 구경 대포로 남아있습니다. 겉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과 장식에서 보듯 실제
군사적 용도보다는 장식과 과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과연 '차르'의 이름에 걸맞다 하겠죠.
앞에 놓인 개당 1톤짜리 탄환은 1834년 장식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실제 발사용은 아닙니다.
유일하게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당시 모스크바 방어전에 투입될 뻔 했는데 이루어지진 않았고,
나폴레옹이 물러나면서 전리품으로 가져가려는 시도도 (아마 그 무게때문에) 역시 불발되었습니다.
아무튼 러시아의 부와 기상, 그리고 잉여력(...)을 세계에 알리는데는 크게 기여한 것이 확실!
1980년 보수를 위해 정밀 조사한 결과 화약 찌꺼기가 발견되어 최소한 한 번은 발사되었다는 설도,
구조적으로 발사시의 엄청난 압력을 버틸 수 없기에 발사된 적 없다는 설도 모두 존재합니다.
어쨌든 옆의 자매품과 함께 '결코 울리지 않는 종'과 '결코 발사되지 않는 대포'로 크렘린 명물 등극~



차르 대포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너른 광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왼편의 건물이 대통령 집무실인 크렘린 상원이며 오른쪽의 시계탑은 스파스카야(Спасская) 탑.
그러니까 저 벽 너머가 붉은 광장이고 오른편에 성 바실리 성당이 있다는 얘기죠.
원래는 상원 오른편에도 부대 건물들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언제 철거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아나오는 길에 들어올 때는 서두르다 놓쳤던, 어째 생뚱맞은 커다란 근대 건축물이 보입니다.
이것은 후루쇼프 시절 만들어진 국가 크렘린 궁전이죠. 겉보기로도 충분히 크지만 아래로 더 깊어
메인 홀은 6천 명의 수용 인원을 자랑합니다. 그러니까 냉전 시기 소련과 모스크바를 대표하던,
공산당 대회에 수천 명이 모여 박수를 치던 바로 그 장소. 지금은 연주 홀이 되었습니다만. ^^



밖으로 나와 벽을 따라 알렉산드롭스키 정원을 걷습니다. 어퍼 가든의 중앙부에는 17세기 초
폴란드의 침공 당시 결기를 촉구했던 모스크바 총대주교 게르모겐(Гермоге́н)의 기념비 뒤로
나폴레옹 전쟁 뒤 잔해를 가지고 크렘린 벽에 만든 인공 동굴이 보이구요.



붉은 광장 쪽으로 나가는 정원의 끝에는 무명 용사의 묘와 영원한 불꽃이 있습니다.
위병들의 절도있는 교대식으로도 유명하죠? 오른쪽 끝에 교대해 나가는 병사들의 모습이 살짝.



병사들이 나가는 불꽃의 오른쪽 길을 따라 별이 하나씩 박힌 붉은 표지들이 있어 뭔가 했더니
대조국전쟁 당시 영웅 도시들의 기념비(?)로군요. 키예프, 민스크, 스탈린그라드... 등등.
무슨 순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에 잘린 맨 왼쪽이 레닌그라드(상트 페테르부르크)였는데,
그 앞에서 훈장을 단 노병이 젊은 남녀 병사들에게 무언가 얘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찍어도 안맞을까 괜찮을까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쳐버려 안타깝게 되었네요. 아까비~

자 다음은 어디였더라? 모스크바 여행은 아직 한참입니다~


모스크바의 칠공주
쏘아랏! 모스크바 우주 박물관
붉은 광장의 얼굴들
테트리스의 성당

핑백

  • Dark Ride of the Glasmoon : 시베리아의 이발사 2019-01-15 20:57:25 #

    ... 다는 것을, 붉은 벽 뒤의 크렘린도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알려준 영화. 이 영화를 본 이여 러시아에 가라~ 러시아를 다녀온 이여 이 영화를 보라~~ 붉은 광장의 얼굴들 가랏 크렘린! 차르 캐논!! ... more

덧글

  • muhyang 2019/01/10 22:13 # 답글

    제가 다녀온 건 벌써 재작년이 되었군요. 그때는 마침 메이데이와 전승일 직전이어서 크렘린도 여기저기 막히고 광장은 퍼레이드 관람석으로 채워져 있고 그랬습니다. 날은 날대로 소련스럽고 (...)

    덧. 어마무시한 매표 줄은 무기고 줄이고, 무기고 안갈 거면 짧더군요. 제 5명 앞에서 끊겨서 못 들어갔습니다 (...)
  • glasmoon 2019/01/11 18:36 #

    포스팅이 질질 늘어지는 사이 저도 작년의 일이 되었네요. ㅠㅠ
    맞아요 그 긴 줄은 무기고 줄이었죠. 보물 쪽엔 별 관심이 없어 안그래도 꼭 들어가야하나 싶었구만 바로 생각이 싹 달아나던..^^
  • 자유로운 2019/01/10 23:58 # 답글

    꽃밭도 그렇지만 참 이쁜 것들이 많네요.
  • glasmoon 2019/01/11 18:37 #

    긴 시간동안 불도 여러번 나고 전쟁도 여러번 겪으면서 수난도 참 많이 겪었습니다. 열심히 보수하고 복원한게 이만큼~
  • 두드리자 2019/01/11 00:18 # 삭제 답글

    흉악한 악의 궁전치고는 밝은 색 건물도 많네요.
  • glasmoon 2019/01/11 18:38 #

    원래는 크렘린 벽도 예쁜 흰색이었다죠. 지금은 잘 상상되지 않지만. ^^;;
  • 2019/01/14 19: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1/15 21:0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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